아동인권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중요성-마누 프라카시의 종이현미경 시사점 중심으로
아동인권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중요성-마누 프라카시의 종이현미경 시사점 중심으로
  • 신희범 기자
  • 승인 2020.11.10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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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정민주

[잡포스트] 인권이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로,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자격이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종차별부터 영토 정복 과정에서의 탄압 등, 수많은 인권 침해가 발생해왔고 그때마다 인권운동가들은 차별과 탄압에 용감하게 대응해왔다. 시민의 인권이 확인되고 선언된 것은 18세기 후반이지만, 당시에 아동과 청소년은 일반적으로 시민의 구성원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당시 시민은 납세의 의무를 가질 수 있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성인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참정권이 없는 아동과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1924년 국제연맹 총회에서 ‘아동의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아동의 권리가 국제적 문서로 공식화되었다. 아동에게 최선의 것을 주는 것은 인류의 의무라는 정신은 ‘아동의 권리 선언’,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으로 계승되었다.

1989년에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 인권의 역사를 바꿨다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아동 권리 보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협약은 18세 미만 아동의 모든 권리를 담은 국제적인 약속으로 1989년 11월 20일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해, 가장 많은 국가들이 비준한 국제 조약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로 이루어져 있고 비차별, 아동 최선의 이익, 생존과 발달의 권리, 어린이 의견 존중을 기본 원칙으로 두고 있는 이 협약은 1조부터 40조까지 실제적인 아동권리 내용을, 제43조부터 54조까지는 협약의 이행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아동의 권리를 하나의 문서에 정리한 협약으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시민적 권리 등 전통적인 인권 목록을 모두 포함한 협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장 주목한 점은 바로 28조의 교육받을 권리다. ‘당사국 정부는 모든 아동이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초등교육을 의무화해야하는 한편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된 조항은 아동인권을 보호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시사한다. 현재까지도 자녀를 의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도록 하는 ‘교육적 방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학교에 가는 대신 아침부터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Manu Prakash(마누 프라카시)’를 통해서 아동 인권을 교육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그리고 아동 인권의 교육으로 신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이해하고자 했다. 아동 인권에 있어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는 정책 연구원, 법조인도 아닌 생명공학 교수이자 과학자이다. 그의 ‘종이 현미경’은 경제적 소외 계층에게도 과학 기술을 접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에선 해마다 수많은 사람이 말라리아로 사망하지만, 말라리아 원충을 검사할 현미경이 턱없이 모자란. 그래서 마누 프라카시는 동료들과 함께 싼 가격,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말라리아 원충을 검사할 수 있는 종이 현미경을 개발하고, 그 제작법과 사용법을 인터넷과 유튜브에 올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달러도 되지 않는 돈으로 종이 현미경을 구할 수 있도록 한 그는, 현미경은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저소득 국가에서는 꼭 필요한 장비이지만, 괜찮은 수준의 현미경을 장만하려면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하며 이런 제작물을 제3세계의 과학교육으로 이어나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전까지는 아동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동노동을 방지하는 법,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게 원조를 하는 법 등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했다면 ‘아동 교육’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하여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종이 현미경의 싼 가격은 제3세계의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뿐 만 아니라 현미경의 원리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과학을 스스로 탐구할 기회까지 제공한다. 그의 선물은 말라리아를 검사하여 많은 사람들이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점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이전까지는 과학에 대해 전혀 몰랐던 수많은 아이들이 과학을 접하여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과학 법칙을 발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현재, 질병사태에 몰입하면 ‘아동 교육’의 실현이라는 가치가 뒷전이 될 수 있다. 내전으로 당장의 목숨이 위협받는 아이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아이들 등 생계를 위협받는 아이들은 장기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기발전을 통해 가난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은 교육에 있다. 개발도상국의 모든 아이들이 최소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또한 국내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받을 권리에도 진정한 관심과 방법의 강구가 필요한 때다.

(기고인. 청소년 칼럼니스트 울산외국어고등학교 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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