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칼럼]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0.12.0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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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봄온 채우리 변호사

[잡포스트] 김민수 기자 = 민법 제840조는 6가지 이혼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제6항에 해당하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는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그 사유를 명확히 규정짓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워 별거를 선택했다면 별거도 이혼 사유에 해당할까요? 

​법원의 판단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입니다. 

​13년간 별거를 지속한 부부와 1년간 별거한 부부가 별거를 사유로 이혼 소송을 냈습니다. 

​두 건의 이혼 소송, 법원은 각각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별거 이혼소송에서 법원이 판단하는 이혼 사유의 쟁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3년간 이어진 별거, 더 이상 부부가 아니니 이혼 판결을 해달라
법원의 판단은? 

아내 A와 남편 B는 1968년 혼인하여 성년 자녀 3명을 두고 있습니다. 

남편 B는 1969년 부산에 있는 식품회사에 취직하여 근무하다가 1997년경 정년퇴직하였고, 아내 A는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다가 현재는 빌딩 청소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2005년경까지 함께 거주하였으나, 아내 A가 2005년경 폐수술을 한 후 아들 집에서 함께 거주하게 되면서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자연스럽게 별거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아내 A는 "남편이 자신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등 부당하게 대우하였고, 장기간 별거로 인하여 파탄에 이르러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심히 곤란한 상황"이라며 이혼과 함께 위자료로 5000만 원을, 재산분할로 4억 179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는데요,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와의 이혼을 원하지 않고 혼인생활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밝히고 있고, 원고와 피고가 2005년경부터 현재까지 약 13년간 별거하고 있기는 하나, 

원고는 2013년경 피고가 허리 수술을 하였을 때 피고를 병간호하고, 2014년까지 피고가 살고 있는 집으로 수시로 찾아가 피고의 식사를 챙겼으며, 이혼소송 제기 이후에도 음식을 준비하여 손자를 데리고 피고를 방문하는 등 부부생활의 실체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주장하는 이혼 사유(남편의 폭언과 폭행)는 수십 년 전에 발생한 것이고 당시 원고는 그에 관하여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았던 점, 원고가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된 경위, 당사자들의 태도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와 피고의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히며, 아내 A의 이혼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년 넘게 한 지붕 별거 무늬만 부부, 혼인관계 지속 어렵다
법원 "이혼하라" 

13년간 장기간 별거에도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라고 본 법원의 판단과 달리 1년간 한 지붕 별거에 들어간 또 다른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온 사례가 있습니다. 

​2008년 결혼한 C와 D

​아내 D는 남편의 깔끔한 성격 탓에 잦은 마찰을 빚었고 남편 C는 경찰 공무원이던 아내의 과소비가 심하다며 아내의 월급통장까지 직접 관리하며 화가 나면 아내에게 자주 욕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출산 후 시부모와 육아 문제로 갈등을 빚은 아내 D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비번인 날 친구를 만나거나 피아노와 수영을 배웠는데, 엄마 자격을 운운하는 남편과 시부모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결국 두 사람은 같은 집에 살았지만 1년 넘게 관계 개선은커녕 무늬만 부부로 살았습니다. 

이를 참기 어려웠던 아내 D는 결국 남편을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 소송을 냈고 남편도 이에 지지 않고 반소를 내게 됩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가정법원은  "C 씨와 D 씨가 같은 집에 살고는 있지만 1년 넘게 심리적 별거 상태로 지내고 있고 서로 본소와 반소로 이혼을 구하고 있으므로 혼인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라고 인정하고 "이는 어느 일방의 잘못이라기보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지 못한 두 사람 모두의 잘못이므로 민법 제840조 6호가 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별거 이혼소송의 핵심은 실질적 혼인관계 파탄! 

두 건의 이혼 소송에서 알 수 있듯이 별거의 기간은 민법 제840조가 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 사유 6항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별거 이혼 소송의 핵심은 실질적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는지를 보는데요, 

사진_법률사무소 봄온 채우리 변호사
사진_법률사무소 봄온 채우리 변호사

만일 별거 후 이혼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면 단순히 장기간 별거를 사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보다는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체적 입증 사례를 부각하는 것이 승소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별거했더라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별거로 인한 이혼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 법률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이혼 가능 여부를 살펴본 뒤 소송에 필요한 구체적 자료 및 증거들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도움 : 법률사무소 봄온 채우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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