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 신희범 기자 = 설립자인 서동우 회장은 연세대 재학 중, 학비를 벌기 위해 주말마다 고시촌을 돌아다니면서 버려진 수험서를 모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장사를 한다. 이때 남들이 버린 책 대신 새 책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기술을 독학하여 이듬해인 2015년, 중고책 장사로 모은 300만원으로 전자책(eBook) 전문 출판사를 창업한다. 이후 특유의 사업감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며 산하에 출판사를 하나 둘씩 늘려나가면서, "한국전자도서출판, 문학여행, 바른책, 싱글북스, 교양산책" 5개의 출판사를 운영하는 출판그룹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매년 약 50종의 도서를 새로 펴내는... 작지만 견실한 출판그룹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에서 발간한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 하반기 출판산업 동향>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등록된 출판사 수는 62,983개이며, 이 중 하반기 발행실적이 있는 출판사 수는 5,771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중, 연 10종 이하 발행 출판사가 87.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출판그룹 한국전자도서출판은 매년 약 50종의 책을 출간하고 있어, 시중 메이저 출판사에 비해 매출규모는 작지만 견실한 업체로 손꼽힌다. 책 하나를 출간하는 데 출판사 평균 약 1,3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연 50종의 신간을 발행하는 것은 출판사 규모에 비하면 많은 편에 속한다.
해당 업체의 성공비결은 가격경쟁력과 운영구조에 있다고 출판업계 종사자들은 분석한다. 책을 내고자 하는 이들이 100만원 내외의 비용만 지불하면 교정, 교열, 편집, 디자인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고, 추가 비용부담 없이 책을 인쇄하여 전국에 유통시켜주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자비출판 형태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나, 가장 큰 차이점은 100부, 500부 등 수십~수백 만원에 달하는 인쇄비를 작가 측이 부담하지 않고 출판사 측에서 이를 모두 부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을 가능케 한 것은 옵셋인쇄(offset printing) 대신 시장 도입초창기였던 디지털인쇄(digital printing)를 적극 도입하고, 최소 재고원칙과 운영효율화를 추구하는 적시공급방식(JIT) 을 사업 초기부터 구축한 서 회장의 노력 덕분이었다.
기존 출판사에서는 인쇄에서 배본 까지 최대 일주일 가량 걸렸고, 수천 부에 달하는 악성재고로 골머리를 썩는 게 일상이었다. 이는 '출판사-인쇄소-물류업체-총판-서점'에 이르는 유통구조에서 각 단계별로 처리시간과 안전재고가 발생되는 것이 원인이었다. 출판그룹 한국전자도서출판은 이러한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각 단계에 소요되는 업무처리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 "두 자릿수 재고, 당일 인쇄, 익일 배본" 이라는 원칙 하에 전국 4천여 서점 및 도서관에 2영업일 내 서적을 납품하는 서점 직거래 유통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신생 출판사라서 기술수준이 낮을 것 같다'라는 편견에 맞서다
2015년도부터 남산도서관, 부산외대, 울산과학기술원 등 전국 약 100여 개의 기관/단체/대학/기업을 대상으로 200건이 넘는 출판용역을 수행하였다고 업체는 밝혔다.
인터뷰에 따르면, 사업초기 서 회장은 혼자서 교정, 교열, 편집, 디자인을 모두 수행하였으나 '신생 출판사이기에 기술수준이 낮아 용역을 맡길 수 없다'는 모 업체관계자의 말에 충격을 받아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5년차 디자이너에서부터 30년 경력의 베테랑 기획자에 이르기까지 부문별 전문가를 업체는 두루 갖추게 된다.
서 회장은 경영학을 전공한 젊은 창업자답게 회사 운영에 있어 전문경영인제, 스톡옵션, 인센티브와 같은 제도를 적극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자인팀 사원에서부터 시작해 편집장과 발행인을 거쳐 출판그룹 총괄 대표직을 맡은 중국 칭화대 출신 고민정 대표이사를 제외하고는, 산하 4개 출판사 사장직은 외부에서 영입한 최소 20년 이상 경력의 편집장/기획자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직원에서 시작하여 승진을 통해 편집장과 이사를 거쳐 발행인(사장)을 맡는 것이 관행인데, 출판그룹 한국전자도서출판은 이런 틀에서 벗어나 '잘하는 것은 그 사람이 누구든 잘하는 사람에게'라는 서 회장의 경영철학이 깊게 녹아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 대표는 “누구나 작가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출판사로 널리 자리 잡는 것"이라고 답했다.
서 회장은 출판시장의 전망에 대해 “종이책이 출판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다만 책(book)이라고 했을 때, 앞으로 전자책(eBook)이 먼저 떠오르는 세상이 머잖아 도래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