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맹물 오세창(吳世昌) 박사, 물(水)의 7덕
[시사칼럼] 맹물 오세창(吳世昌) 박사, 물(水)의 7덕
  • 구웅 기자
  • 승인 2021.02.2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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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 오세창(吳世昌)박사
아호 맹물. 수필가 행복문학 등단
대구대학교 명예교수/지리학. 대구환경대학장
사진=맹물 오세창 박사 (수필가, 대구환경대학장)
사진=맹물 오세창 박사 (수필가, 대구환경대학장)

[잡포스트] 구웅 기자 = 지난 2020년엔 유난히도 장마가 길고 태풍이 잦았다. 물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다. 비가 많이오면 홍수, 너무 가물면 한발이다. 옛날부터 농경국가엔 치산치수(治山治水)가 치국(治國)의 근본이었다. 이웃나라 중국도 60일 간의 장마로 샨사댐이 차고 넘쳐 수천만 이재민이 발생했다. 일찍이 깊고 넓은 지혜의 달인 노자(老子)는 물을 보고,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하였다. 선에는 상중하 3단계가 있는데 물은 최상급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으니, 물에는 여러 가지 덕이 갖추어 있다.

첫째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음수사원(飮水思源) 곧 물을 마실 때는 근원을 생각하라. 모든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되었으며 지구의 7할이 해양, 또한 우리 몸의 7할이 물로 구성 되었다. 지구는 5대양 6대주, 우리 몸도 5장 6부로 우리 인간은 지구의 축소판이요, 소우주다. 모든 생명체는 물이 없으면 잠시도 살 수 없다. 가뭄에 단비처럼 고마운 게 있을까. 논밭에 물이 없으면 모든 곡식이 메말라 죽는다. 목이 타는 갈증에는 시원한 물맛이 천하일미다.   

둘째 물은 모든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이는 도(道)에 가깝다. 물은 장애물이 있으면 채워서 넘어가거나 돌아서 간다. 수불쟁선(水不爭先), 물은 앞서 가려고 다투지 않으며 자연의 순리를 따른다. 우리도 자연의 섭리 따라 서두르지 말고 유유자적하면 얼마나 좋을까.

셋째 물은 변화와 적응의 얼굴이다. 수수기지방원(水隨器之方圓) 즉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둥근 그릇엔 둥글게, 모난 그릇엔 모가 난다. 물은 추우면 얼음, 녹으면 물, 더우면 수증기 안개가 되며, 고체 액체와 기체로 어떤 여건에도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신출귀몰한 자연물이다. 물은 그러나 변함이 없어 군자다운 모습을 한다. 우리도 물처럼 자유자재로 여러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넷째 물은 남과 다투지 않는 부쟁(不爭)의 덕을 갖는다.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가고, 높은 둑이 있으면 조용히 넘쳐흐르고, 때로는 땅속으로 서서히 스며든다. 이와 같이 지혜로운 사람은 물과 같이 남과 다투지 않고 슬기롭게 세파를 헤쳐 간다.

다섯째 물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지유(至柔)의 상징이다. 만물 중에 가장 부드럽고 유약하다. 한편 물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다. 유승강(柔勝强)이라,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단단한 쇠와 돌에 녹이 슬고, 물속에서는 부스러진다. 수극화(水克火)라 물은 불을 이긴다. 맹자도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 했다. 인자하고 착한 사람에겐 적이 없다. 유연함이 강경함을 다스린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고 이길 수가 없다. 우리는 물의 유연성을 배워 물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여섯째 물은 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른다. 쉼 없이 흘러 마침내 가슴이 넓은 망망대해에 이른다. 가장 낮은 곳에 처하니 결국 하늘로 승천하는 영광을 얻는다. 쉬지 않고 나아가는 이가 성공의 자리에 이른다. 공자도 강가에 서서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을 보며 이렇게 읊었다. 아아, 가는 자 이와 같도다. 밤낮을 쉬지 않는구나.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흘러내려 겸손의 덕을 갖춘다. 남을 짓밟고 올라가려고 하지 말자. 겸손한 마음으로 밤낮으로 꾸준히 노력할 때 뭔가 이루어진다.

일곱째 물이 허공에서 춤을 추면 안개요, 공중에 떠다니면 구름이요, 껑충 건너뛰면 무지개요, 수직으로 일어서면 소나기다. 또한 물은 추우면 얼음과 서리, 녹으면 이슬이 된다. 물의 변화만큼 형형색색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어디 또 있을까. 망상을 일으키지 않고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 물, 담는 그릇 모양대로 따르는 물, 물은 자신의 운명을 알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사랑할 줄도 안다. 아울러 물은 범속한 속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성자의 평화로움을 지니고 있다.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仁者樂山 知者樂水).

노자는 우리에게 물을 마시고 몸을 씻을 때마다 물을 본받고 물을 배우라고 일렀다. 물은 우리에게 위대한 스승이요, 놀라운 철인이다. 물은 우리에게 말없이 그윽한 지혜를 일깨운다. 관수청심(觀水淸心) 곧 물을 보고 마음을 씻으라고. 선인들은 물의 모습으로, 깊은 산속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석간수(石澗水), 높은 절벽에서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폭포수(瀑布水), 넓은 벌판을 도도히 흘러가는 대하(大河)의 용용수(溶溶水), 해변의 백사장에 흰 거품을 뿜으며 부서지는 조수(潮水), 그리고 대도시의 광장에 힘찬 포말을 휘날리는 분수(噴水) 등을 들고 있다. 물은 신비한 철학적 사유나 신앙의 대상에서 한 걸음 나아가 생활 철학 내지 윤리로서의 대상으로 자주 비유되기도 하였다.

이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겸손한 것은 없다. 그러나 딱딱한 것 위에 떨어질 때 물보다 센 것은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사람들은 이것을 알고 있으나 실천하는 이는 없다고 노자는 일렀다. 현재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 이는 가졌으면 하는 것을 가진 뒤에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물처럼 행동함이 절실하다. 장애물이 없으면 물은 흐른다. 그러나 둑이 있으면 물은 머무르고 둑을 치우면 물은 다시 흐른다.  이와 같이 물은 다른 무엇보다도 절실하고 힘이 강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도(道)에 가장 가까운 것을 상선약수(上善若水)라 예찬한 것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자유자재하는 물의 변화, 담는 그릇에 따르는 적응력을 배우자. 만물을 깨끗이 씻어주는 청정(淸淨)을. 싸우지 않고 다투지 않으며 모든 것을 이기는 유연성을 배우자. 액체 기체 고체로 변화무상하나 본성은 변치 않는 지조를. 겸손한 자세로 쉬지  않고 흐르는 견인불발의 지혜를 배우자.

예부터 첫새벽에 길은 우물물을 정화수(井華水)라 하여 재앙을 쫓아내거나 복을 기원하는 신령(神靈)의 상징으로 보았다. 우리는 물을 배우고 물처럼 살아야 한다. 어둔 밤에도 강물이 쉼 없이 흐르는 것처럼! (맹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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