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우영 개인전, 여백의 美 살리는 컷
사진작가 김우영 개인전, 여백의 美 살리는 컷
  • 전진홍 기자
  • 승인 2021.05.2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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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까지 JJ중정갤러리에서

[잡포스트] 최혜진 기자 = JJ중정갤러리에서 지난 5일부터 시작된 김우영 작가의 개인전 ‘Poetics of Tranquility’가 내달 6월 12일(토)까지 전시된다.

사진제공 = JJ중정갤러리

김우영 작가는 피사체의 본질을 매우 객관적이고 단순한 기록으로 보여준다. 화려하게 치장된 것이 아닌, 미니멀한 점, 선, 면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은 서예의 필체와 같게 느껴진다. 순간 그 자체를 그대로 잘 보여주기 위해 그림자가 최대한 배제된 환경 속에서 사진을 찍어 컬러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흑백처럼 보이는 작품은 마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데,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여백의 미를 부각하기 위해 눈이 내리는 겨울을 배경으로 삼았다.

작가는 담양의 소쇄원에 폭설로 잠시 갇혔을 때, 온 세상이 새하얗게 덮인 대지 속에서 한옥이 가진 선과 구조를 발견했다. 눈 덮인 겨울의 풍경은 백지처럼 하얀 여백을 연상시키고 눈에 둘러싸인 한옥은 소박한 겸허의 미학을 보여준다. 시간이 묻어 있는 벽들은 처음 그 집들을 지을 때 사용된 나무 선이 보이는 벽이다. 그 벽을 이루는 기둥들이 만들어내는 선은 정확한 직선이 아니라, 우연히 자연스레 존재한 듯한 모습을 취한다.

김우영 작가의 작품은 자연의 정(靜)과 동(動)의 순간을 그대로 담아냈다. 폭설이 내린 계곡과 평야, 눈보라가 치는 순간의 숲, 파도가 지나간 해안가 모래밭 등 대자연 속에서 생명 그 자체의 깊음과 광활함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연의 본성과 근본을 성찰하면서 인간이 가진 욕망과 구속을 잠시나마 잊고 고요와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노트)

국외에서 활동하던 나에게, 이번 작업은 한국의 미술사학자였던 최순우(崔淳雨 1916-1984)와의 ‘상징적’ 만남에서 시작된다.

모든 저서에는 “우리 것이 아름답다”라는 그의 따뜻한 시선들이 베여있다. 그 이후,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것을 담기 위하여 수년 동안 많은 사찰과 서원을 찾았다. 이런 여정을 통하여, 내가 잊고 있던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다.

어느 겨울, 눈 덮인 하얀 자연 속에 다양한 삶들이 묻어 나오는 한옥의 벽면 위에서 그 답을 찾았다. 나무, 흙, 돌로 만들어진 비대칭이면서도 조화로운, 그렇다고 무질서하지 않은 선과 면의 추상화였다. 이는 서양 건축에서의 기하학적이면서 경직됨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리의 역사 속 시간을 지나온 투박하고도 아름다운, 누추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은 흑백의 수묵화였다. 여백의 미와 단순함을 진정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번 작업에서의 표면은 백지에서 나오는 존재의 의미로서의 흔적과 질감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주로 새벽 시간을 택하여 작업하였다. 동시에 그림자를 벽면 위에서 제거하여 선과 면의 조화를 상호 연결하게 함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한옥의 벽면을 통해서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변화무쌍한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순수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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