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흡연력이 오래되었어도 폐질환 산업재해 승인 가능할까?
[법률 칼럼] 흡연력이 오래되었어도 폐질환 산업재해 승인 가능할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1.06.27 0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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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법인 폐 정현일 노무사

[잡포스트] 업무상 질병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은 호흡을 통해 분진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질병이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또한 호흡기 계통이 가장 높다. 고대 의학자 히포크라테스 역시 분진에 의한 질병으로 진폐증을 기록했을 만큼 폐질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성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와 관련해 발병하는 대표적인 폐질환은 폐암, 진폐증, 특발성폐섬유화증, 만성폐쇄성폐질환, 악성중피종을 들 수 있는데 노동자가 이와 같은 직업성 폐질환을 진단받으면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흡연력이다. 

폐질환을 유발하는 작업장을 생각해 보면 제철소, 용접소, 탄광, 건설업 등 노동강도가 매우 높은 직종이 많다. 바쁜 작업 시간 중에 찾아오는 꿀맛 같은 휴식 시간 중 극심한 노동의 피로를 풀기 위해 담배만큼 훌륭한 기호 식품이 없고, 그나마 흡연조차 할 수 없다면 힘든 노동을 견디기 힘들다 보니 설사 건강에 나쁘다고 해도 좀처럼 습관을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담배의 유해성이 잘 알려지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건강이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던 과거에는 흡연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낮았는데, 문제는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흡연을 해온 분들이 은퇴 시기나 은퇴 후에 폐질환을 앓게 될 경우, 산재 승인을 받으려고 할 때 흡연력이 큰 걸림돌이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연구와 사례 검증을 통해 업무상 질병으로 폐질환을 앓는 경우, 흡연력이 다양한 원인의 하나일 수는 있지만 온전히 흡연만으로 업무상 폐질환이 발생했다고 관련지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 

실제 수십 년 이상 흡연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 승인에 성공한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 노무법인 폐 정현일 노무사
▲ 노무법인 폐 정현일 노무사

 

30년 흡연력에도 폐암 산재 인정받은 조선소 노동자 A 씨 
흡연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용접 작업 중 발암물질 노출로 인한 직업병 인정

1977년 선박 제조업체 협력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A씨는 같은 직장에서 의장부,선장부를 돌며 배관라인 용접 작업에 30년간 종사했다. 이후 퇴직한지 1년 만에 기침과 고열 증세가 나타나 병원을 찾은 A씨는 안타깝게도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하려고 하자 걱정이 앞섰다. 직장 생활 30년 내내 이어진 흡연력 때문에 산재 승인이 가능할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는 폐 선암의 경우 흡연과 관련성이 비교적 낮으며, A씨의 폐암은 흡연력 보다 업무 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발병한 것으로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따라서 A씨의 폐암을 산재로 승인받기 위해서는 흡연력 때문이 아니라 업무력에서 병이 기인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했다. 

A씨는 선박 제조업체 즉 조선소에서 일하는 동안 샵이라고 부르는 작업장에서 주로 근무했다. 반 밀폐 형태인 샵 내부에는 작업 중 환기 팬이 가동되었고, 환기용 호스가 있어 외부로 유해 공기가 빠져나가도록 설비가 되어있긴 했지만, 당시 여러 명이 동시에 용접 작업을 하다 보니 충분한 환기가 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A씨는 장기근속 과정에서 다량의 용접흄을 흡입한 것으로 의심되었다. 

용접흄이란 용접 작업 중 발생하는 증기인데 높은 온도에서 녹은 금속이 기화하면 공기에 닿게 되고 이것이 일명 흄(fume)으로 불리는 미세입자로 응축돼 공기 중에 퍼져나가게 된다. 용접 봉의 종류와 녹이는 금속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용접 흄에는 주로 산화철, 망간, 크롬 같은 유해 금속 성분이 포함된다. 

A씨가 작업 중 흡입한 용접 흄에 포함된 화학물질 중에는 6가 크롬, 니켈과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직업성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물질로 규정한 발암물질이 고농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석면포에 의한 간헐적인 석면 흡입 가능성도 인정되었다. 

특히 A씨가 현업에 종사했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이러한 작업장에서 철저하게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최소 10년 이상 폐암 발암 물질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근로복지공단 역시도 입증 자료를 토대로 A 씨가 업무상 발암물질에 노출된 사실을 인정했고, 우려했던 흡연력에 의한 발병 가능성 대신 업무상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 산재를 승인했다.

흡연은 폐질환의 중요한 원인으로 의심되기도 하고 병증을 심화 시키는 상승 요인으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단지 흡연만으로 발생하는 폐질환은 많지 않다는 것이 의학계의 소견이다.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병의 발병에는 매우 복합적인 위험인자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업무상 폐질환을 의심하면서도 장기간에 지속된 흡연력 때문에 산재 신청을 주저하는 이라면, 조속히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산재를 신청하는 다양한 업무상 질병 중에서도 폐암, 진폐증, 특발성폐섬유화증, 만성폐쇄성폐질환, 악성중피종 같은 폐질환은 다양한 각도에서 입증할 자료가 많고, 인과성을 규명하는 데에도 복잡한 변수가 많이 작용하므로 혼자서 준비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폐질환산재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폐 전문 노무법인의 조력을 받아 산재 신청부터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한시라도 빨리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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