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음식'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봉구스 밥버거
[현장르포] '음식'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봉구스 밥버거
  • 김진호 기자
  • 승인 2021.07.14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정 넘치는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학생 사이 화제
맛과 영양, 가성비 다 잡은 봉구스 밥버거 문전성시
봉구스 밥버거, 음식점이자 청소년 상담소 역할 수행
사진 =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서 봉구스 밥버거를 운영하는 김정숙 씨

[잡포스트] 김진호 기자 =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젊은 사람에게만 큰 인기를 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경복궁역 2번 출구 인근에 있는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는 연령층을 가리지 않는다. 젊음과 연륜이 공존하는 이곳의 음식점들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톡톡 튀는 개성을 뽐내 보인다.

맛과 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1년 전통시장 활성화 공모’에서 ‘문화관광형시장 특성화시장 육성사업 대상지’로 꼽힐 만큼 저력을 과시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거리에선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선 그 흔한 ‘봉구스 밥버거’도 색다르다.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은 가성비 프랜차이즈로 이름을 널리 알린 봉구스 밥버거가 이곳에선 ‘어머니가 해주는 한 끼 식사’로 통한다. 가성비가 아닌 어머니의 사랑을 선물하는 김정숙(62)씨는 그렇게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를 방문하는 손님들을 하나, 둘 보듬고 있었다.

파리도 미끄러질 깨끗함...“청결은 기본 중 기본”

김씨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아니, 솔직한 사람이 더욱 어울리는 표현이다. 왜 ‘봉구스 밥버거’를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에 김씨는 남편의 퇴직으로 인해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전했다. 이미 이름을 널린 프랜차이즈임과 동시에 기존의 가게를 인수하여 시작할 수 있어 큰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미 밥버거는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존재하기에 자신만의 무기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김씨는 이를 알고 본인만의 무기를 하나둘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가 바로 ‘청결’이다. 사실, 외식업 종사자들에게 청결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김씨는 가게에 있는 먼지 한 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청결에 집착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가게의 완벽한 청결은 지저분한 것을 보지 못하는 성격도 한몫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방문하시는 손님 한 분, 한 분을 가족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더러운 곳에서 만든 음식을 어떻게 대접할 수 있느냐 되물어 보였던 그다. 

어두운 아이 얼굴에 핀 ‘밝은 꽃’...장사하길 참 잘했다.

김씨는 손님을 ‘돈’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학생들이 많이 찾기에 그들을 더욱 하나의 인격체로 대한다. 그러다 보니 김씨를 의지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서 말벗, 어머니, 선생님으로 통했다. 그의 역할은 단순히 가게 사장을 넘어 무궁무진했다.

김씨는 가게를 찾아오는 아이들을 볼 때면 자식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내 자식이 학교에 다닐 때 조금 더 잘해 줬더라면, 내가 아이 이야기를 더 들어줬더라면 하는 후회가 김씨의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후회가 커지면 커질수록 찾아오는 어린 손님들의 친한 친구이자 어머니, 때론 선생님 역할을 자처했다. 

김씨는 부모님과 몇 년간 대화를 끊고 살던 고등학생이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시종일관 어두운 얼굴에 꾹 다문 입이 마음이 쓰였다. 김씨는 그 고등학생을 제 아들같이 대했다. 사랑을 나눠줬다. 응석 부리고 싶을 나이임을 알기에 고등학생의 고민을 제 일인 양 듣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 나갔다. ‘오늘은 집에 가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내일은 저렇게 해보자’ 숙제를 하나씩 내줬다. 어머니에서 인생의 선생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얼마 뒤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김씨가 건넨 숙제에 성실하게 임했던 그 고등학생은 대화하지 않던 부모님과 맺혀있던 응어리를 풀게 됐다. 어두웠던 얼굴에는 하얗게 꽃이 폈고 꾹 다문 입은 놀랄 만큼 활짝 펴졌다. 히죽히죽 웃으며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그 고등학생을 보고 있노라면 장사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음식’이 아닌 ‘마음’을 나누고픈 김씨의 꿈

꿈을 물어보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던 김씨는 “나이가 들어 무슨 큰 꿈이 있겠습니까. 찾아오는 손님 한 사람 한 사람과 오랜 관계를 맺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 사는 게 제 꿈이자 바램입니다”라며 다소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행복해 보였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꿈을 김씨는 갖고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터뷰 내내 가장 행복한 미소를 보여줬던 순간이다. 김씨에게 손님은 그런 존재였다. 꿈이자 바램.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엔 ‘봉구스 밥버거’가 아닌 ‘따스한 상담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구나 잠시 들려 든든한 한 끼 식사와 가슴 가득 안고 있는 고민을 덜어가는 소중한 상담소.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요즘, 어려운 지갑 사정에 풀 곳 없는 고민이 쌓여만 간다면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의 봉구스 밥버거를 들려보면 어떨까. 아마 그 누구보다 밝은 미소로 반겨주는 또 다른 ‘어머니’가 가장 먼저 눈에 띌 것이다. 

끝으로 김씨는 “언제든지 힘들면 찾아와 달라. 사 먹을 돈이 마땅치 않아도 괜찮다. 어머니가 자식이 돈 없다고 내치는 거 보신적 있나”라는 말과 함께 또 다른 자식을 맞이하러 길을 나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