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서촌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터줏대감 '우림'...24년간 이어진 곱창 순애보
[현장르포] 서촌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터줏대감 '우림'...24년간 이어진 곱창 순애보
  • 김진호 기자
  • 승인 2021.08.02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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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준호 우림 사장

[잡포스트] 김진호 기자 = 곱창, 소나 돼지의 소장을 가리키는 말로 우리나라에선 주로 곱창전골, 곱창구이, 내장탕, 순대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몇 년 전 MBC의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한 걸그룹 멤버가 곱창구이와 전골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여과 없이 전파되자 곱창에 대한 인기는 나날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종로구에 있는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는 수많은 곱창집이 존재한다.

그 중 본보는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초입에 위치한 ‘우림’의 최준호 사장을 만나 24년 전통 맛의 노하우를 파헤쳤다.

산전수전(山戰水戰) 공중전까지 겪은 ‘우림’...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1997년, 최준호 사장(62)이 처음으로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에 발을 디뎠다. 현재 위치한 우림보다 조금 더 안쪽에 ‘왕십리 야채곱창’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요리법은 당시 왕십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던 먼 친척을 통해 배웠다. 그렇게 홀로 최씨의 도전이 시작됐다.

7년 정도 별 탈 없이 곱창집을 운영하던 중, 우리만의 고유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고집 곱창’이라는 이름으로 그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다. 사장인 최씨와 그의 아내 모두 성이 ‘최’씨였기에 최씨 고집을 앞세워 고집스럽게 곱창을 연구하고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최고집 곱창’이라는 상호를 지었다.

최씨 고집이 통해서였을까. 자리가 부족할 만큼 가게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가판을 펴 손님들을 받았다. 아쉽게도 주위의 민원은 늘어나는 손님 수만큼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스트레스를 겪던 최씨는 가게의 평수를 조금 더 넓히기로 했다. 그렇게 가게를 옮긴 곳이 지금의 ‘우림’이다.

잘나가던 곱창 가게...코로나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 만큼 사업수완이 꽤 좋았다. 코로나19는 이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인근에 수많은 학교와 회사, 그리고 경복궁이 위치한 탓에 직장인, 학생, 동네 사람들,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항상 북적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서서히 관광객과 회사 사람들, 자주 방문하던 단골들이 뜸해지는 것을 몸으로 느꼈던 그다.

거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산해졌지만, 사장님의 가슴은 오히려 더욱 무거워졌다. 현재 배달앱을 통해 근근이 음식을 판매하고 있지만,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이것만 지나가면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올해만 잘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요식업, 만만하게 생각하다 ‘큰 코’ 다친다

그는 요식업을 쉽게 생각해 우후죽순 생겨나는 음식점을 보며 걱정의 뜻을 내비쳤다. 요식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쉽게 생각해 뛰어들면 큰코다친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철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한 뒤에 요식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내가 만드는 음식 그 자체를 사랑하고, 항상 가족들에게 먹인다는 마음가짐으로 요리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를 하나씩 지녀야 한다고 전했다. 항상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는 그는 이 재료를 조미료로 맛을 내는 것보다 조미료 없이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수년간을 고민하고 연습해왔다. 그 결과 우림의 곱창을 맛본 이들은 하나같이 깔끔한 맛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이만큼 본인의 요리에 애착이 강한 그는 주위의 숱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철의 경우 불 앞에서 직접 조리하는 곱창이 인기가 없으니, 여름 음식 메뉴를 개발하는 게 어떻겠냐는 지인의 추천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곱창을 너무 사랑해서’다. 곱창에 대한 사랑과 근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끝으로 최준호 사장은 “저희는 정직하게 음식과 손님을 대하니까, 많은 사람이 오셔서 저희 음식을 맛보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고통을 나누는 자영업자들에게는“매일 아침 코로나가 끝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에 우리 모두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망하지 말고, 조금만 더 힘내서 이 위기를 잘 견뎌 내봅시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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