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테이퍼링보다 헝다 리스크
[칼럼] 테이퍼링보다 헝다 리스크
  • 김진호 기자
  • 승인 2021.09.29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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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트] 美 연준, 테이퍼링 출구를 열기 시작했다.

9월 FOMC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테이퍼링 일정 공개는 없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예상한 것처럼 오는 11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시작을 공식화할 가능성은 커졌고 정책 금리인상은 내년말부터 인상이 시작될 공산이 높아졌다.

우선, 테이퍼링 연내 실시와 관련하여 FOMC 회의 성명서와 파월 의장 발언에서 11월 테이퍼링 일정 발표가 기정 사실화되었다. 

연준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인 자산 매입 정책에 대해서는 목표치로의 진전을 이뤘으며, "진전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면 위원회는 자산매입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곧 보장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 역시 고용시장의 추가 진정이 확인 될 경우, 즉 괜찮은 고용보고서가 발표될 경우 11월 테이퍼링 출구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첫 금리 인상 시점이 다소 앞당겨졌다. 

이날 발표된 위원들의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 숫자가 전체 18명 위원 중 9명으로 절반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6월 때보다 2명이 늘어난 숫자이다. 

그리고 2023년 금리가 3회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2024년에도 금리가 총 3회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2년 말부터 미 연준이 본격적인 긴축 기조에 진입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어찌보면 6월 FOMC 회의에 비해 9월 FOMC 회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더욱 매파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금융시장이 예상한 정책 전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미 연준이 다소 공격적인 긴축 정책 기조 일정을 내놓은 배경에는 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풀이해 볼 수 있다. 

미 연준이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은 당초 7.0%에서 5.9%로 1.1%p 하향 조정되었다. 코로나 19 재유행 여파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22년 GDP 성장률은 3.3%에서 3.8%로 0.5%p 상향 조정했다.

미국 경기가 점진적이지만 코로나 19 여파에서 벗어난 안정적 성장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특히, 23년 GDP 성장률 역시 기존 전망치보다 0.1%p 상향한 2.5%를 예상하고 있음은 미국 경기의 확장사이클이 최소 23년까지 유지될 여지가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예상보다 높아졌음을 수정 전망치를 통해 밝혔다. 올해와 22년 PCE 인플레이션율을 각각 0.8%p, 0.1%p 상향 조정한 4.2%와 2.2%로 수정 전망했다. 

주목할 것은 22년 PCE 인플레이션을 2.2%로 연준 목표치 2% 수준에 근접한 수준으로 전망한 것은 물가압력이 여전히 일시적 현상이라는 기존 입장이 후퇴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는 수치이다.

요약하면, 다소는 매파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9월 FOMC 회의 결과지만 시장의 예상처럼 테이퍼링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성장과 물가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22년 전망치를 제시함으로써 시장에 안도감을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9월 FOMC 회의 이후 주가가 상승하고 장∙단기 금리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은 것은 테이퍼링 리스크가 상당부문 시장에 반영되었음을 시사한다.

국내 금융시장 입장에서 테이퍼링보다 헝다 리스크를 경계, 헝다 그룹 디폴트 리스크가 연휴 기간동안 확산과 진정을 반복하고 있지만 금융불안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헝다 그룹은 23일 도래한 채권 이자에 대한 결제를 이행할 것임을 밝히면서 일단 디폴트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헝다 그룹은 성명을 통해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2025년 9월 만기 채권의 5.8%에 대한 쿠폰(이자) 지급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8,353 만 달러의 역외 달러 채권에 대한 쿠폰도 결제할 예정이다.

문제는 23일 이자 결제에도 불구하고 헝다 그룹이 디폴트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과도한 부채에 대한 상환능력이 상실되었을 공산이 높고 중국정부도 구제보다 파산 용인으로 기우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공동부유로 대변되는 중국정부의 거대 기업 규제 움직임과 더불어 강력한 부동산 시장 과열 억제 의지를 고려할 때 일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헝다 그룹의 파산을 받아들일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헝다 그룹의 디폴트가 초래할 파장인데 단기적으로 중국 금융시장 및 경기에 주는 부정적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소 은행들의 연쇄 부도가 발생할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의 냉각도 금융시장 및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 부동산 산업이 전체 GDP 에서 약 14%내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금융기관 대출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헝다는 올해 상반기 기준 약 3000억달러(355 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규모이다.

다만, 헝다 사태가 제 2의 리먼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헝다 그룹의 파산을 용인할 수 있음은 내부적으로 디폴트 파장을 수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리먼 사태와 달리 부동산 대출 관련 파생상품이 거의 없다는 점은 이번 헝다 그룹 사태가 리먼 사태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밖에도 중국 부동산시장이 미국 부동산시장에 비해 외국인 투자가에게 크게 개방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파장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이 중국 상황이 미국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도 대부분의 IB 들이 이번 헝다 그룹 사태를 보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최진희 애널리스트
최진희 애널리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다 그룹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된다면 중국 경기의 냉각, 즉 경기 경착륙 리스크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냉각이 각종 투자와 부동산 관련 소비재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13 년 테이퍼링 당시 이머징 긴축발작의 원인이 중국 경기 둔화였음을 고려할 때 테이퍼링 실시가 기정 사실화된 현 시점에 또 다시 중국 경기 둔화 리스크를 맞는다면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한 단기 충격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관련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 역시 단기적으로 헝다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헝다 리스크가 상당부분 증시에 선반영되었다는 점과 중국 정부가 헝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양조치를 내놓을 수 있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리먼 사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은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9월 FOMCF 회의 결과 안도감 속에 헝다 사태를 당분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이슈로 인해 하락을 맛보고 주식을 포기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주식시장에서 투자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내가 볼 수 있는 수익과 기회를 양도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였으면 한다.

<글/도움 : F&S투자그룹 최진희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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