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메이트’ 기획자들이 밝히는 ‘다정하고 무해한데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든 비법’
‘고막메이트’ 기획자들이 밝히는 ‘다정하고 무해한데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든 비법’
  • 노재성 기자
  • 승인 2022.04.20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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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옥성아 SBS PD(좌측)와 채한얼 KT seezn 콘텐츠 기획자

[잡포스트] 노재성 기자 =요즘은 1인 미디어의 발달로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고 자신의 취향대로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콘텐츠를 만들고 제작하는 일이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만의 콘셉트와 스토리만 구축돼 있다면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 경쟁은 훨씬 심화되었고 더 기발하고, 더 독특하고,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살아남는 콘텐츠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위로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9년 런칭 이후 대한민국 역대 디지털 예능 중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는 ‘고막메이트’는 ‘매운 맛’ 콘텐츠 전성시대에 다름을 존중하는 위로와 공감의 ‘순한 맛’ 콘텐츠로 성공을 거머쥔 방송이다.

‘막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시청자들이 직접 보내준 고민 사연을 MC인 작사가 김이나, 래퍼 딘딘, 데이브레이크의 이원석, 싱어송라이돌 정세운이 함께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를 들려주는 힐링 뮤직 토크 콘텐츠이다.

최근 ‘고막메이트’를 기획한 옥성아 SBS PD와 채한얼 KT seezn 콘텐츠 기획자가 함께 집필한 책 <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는 취향의 시대가 선택한 콘텐츠 성공의 비밀을 담고 있다.

‘섣불리 판단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선한 콘텐츠’로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고 응원해주며 ‘막둥이’들과 유대감을 형성해온 ‘고막메이트’의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를 옥성아 PD와 채한얼 기획자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다음은 저자들과의 일문일답

▲ 책을 보면 기획 초반에 기획안을 원점으로 돌려야 했던 에피소드가 나온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채한얼 기획자(이하 채) – 콘텐츠의 본질은 시청자다.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 그 필요에 닿는 것만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함께 만든 초기 기획안은 시청자보다는 저희 회사의 5G를 홍보하는 이슈만 만족시키는 기획이었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자고 옥성아 PD에게 말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망설였다. 이미 몇 달을 메인작가와 PD가 기획안 현실화에 매달려왔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 매몰 비용 때문에라도 문제를 알면서도 원점으로 되돌리지 못한다. 하지만 옥PD와 수차례 만나면서 ‘진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보자고 했을 때 진심을 알아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후 타깃을 새로 잡고 콘셉트를 만들기 위해 페르소나 설정부터 시작했다고 하던데, 그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채 – 옥PD, 메인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주 대면 미팅이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어떤 사람이 보면 좋을 콘텐츠인지, 소재는 어떤 것으로 하면 좋을지 등 필수적인 기획내용을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했다. 그렇게 나눈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옥PD와 메인작가가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캐스팅과 프로그램 포맷, 스튜디오 구성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

옥성아 PD(이하 옥) – 책에는 초기 설정 이야기가 많지만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중간에도 수시로 인사이트 회의를 진행했고 더 빛이 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조금씩 프로그램 포맷과 썸네일 등을 개선해 나갔다. 일례로 시즌1 때는 시즌3 때보다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한 소절씩 부르는 노래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인사이트 분석을 통해 시청자들이 노래보다는 고민사연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발견한 후부터는 고민 사연이 모두 끝난 뒤 가장 알맞은 노래를 라이브로 불러주는 지금의 콘셉트가 완성되기도 했다.

▲ 책에 ‘술과 욕, 그리고 섹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이 주제는 누구나 다루고는 싶어 하지만 누구나 다루기는 쉽지 않은 어려운 영역인 것 같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옥 - ‘어떻게 하면 산뜻하고 무해한 ‘고막메이트’만의 19금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에 집중했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지만 여전히 19금 소재는 공개적으로 꺼내 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다. 특히 대한민국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예능 콘텐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섬세하게 투 트랙으로 접근했다. 먼저 철저한 사전 인터뷰를 통해 출연자들의 진짜 경험담을 고민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행여나 출연자의 말이 왜곡되지 않도록 편집에 많은 신경을 썼음은 물론이다. 또 다른 하나는 촬영 환경이었다. 수십 명의 스태프가 지켜보는 커다란 스튜디오에서 19금 토크 콘텐츠 진행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좀 더 아늑하고 은밀한 분위기가 나는 와인바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실제로 와인도 한잔씩 올려놓고 맛을 보며 촬영을 진행했는데 지상파 방송이었다면 음주 방송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 않은가. 이런 섬세한 환경 조성 덕분에 진정성 있으면서도 편안한 19금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었다.

▲ 출연자들을 섭외하고 기획했던 방향대로 그들이 잘 따라와 주기까지 그 일련의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가 있다면?

옥 – 출연자들과의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답이다. 이를 위해 작가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고막메이트’는 출연자들의 사전 인터뷰를 정말 철저하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4명의 MC와 매주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섭외해 빈 시간을 찾아 전화 인터뷰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대본을 작성한다. 특히 짧은 콘텐츠 길이로 인해 행간의 의미가 잘못 전달되지 않도록 더더욱 철저히 준비한다. 게다가 토크가 끝난 뒤 노래까지 선정하고 이를 진행하다 보니, 디지털 콘텐츠이지만 지상파 방송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그 일련의 과정에는 이 콘텐츠의 세계관을 누구보다 아끼고 귀하게 여겨준 제작진들의 힘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 ‘고막메이트’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영상 중 하나가 아마도 딘딘의 “아!!!!!! 사랑해!!!!!!!!!!!!!!!!!!!!!!!”일 것이다. 이러한 솔직한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옥 – ‘고메즈’(‘고막메이트’ MC)들이 진심으로 프로그램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 비결인 것 같다. 김이나 작사가님 말마따나, 출연자 모두 새 시즌을 안달 나 기다리는 프로그램은 단언컨데 매우 극소수다. 이 믿기 힘든 일의 배경에는 고메즈의 진심이 있기에 가능했다. 4명의 MC 모두 원체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들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매주 시청자의 고민 사연에 대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온전하게 나의 고민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하지만 ‘고막메이트’만의 스타일은 ‘판단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콘텐츠’다.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고 응원해주며 경험을 통한 공감을 전하지만 결국 스스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돕는 콘텐츠가 되는 것이 ‘고막메이트’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 시청자들을 ‘막둥이’이라고 부르던데 어떤 의미이고 이런 막둥이들의 활약이 프로그램의 성공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는가?

채 – 막둥이는 ‘고막메이트’를 보는 사람들이라는 뜻도 있지만, ‘고막메이트’의 막내를 뜻하는 애칭이다. 언니, 오빠가 아끼는 막내 동생에게 건네주는 위로와 공감이라는 기획의도에 딱 맞는 시청자 애칭이다. 이 막둥이들은 프로그램 성공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첫 런칭 이후 ‘고막메이트’와 ‘막둥이’라 이름 지어진 존재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Calling), 강력한 유대감을 쌓으며(Build Up), 선순환 커뮤니티(Relationship)를 구축하면서 의미 있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이 꾸준한 과정을 통해 ‘고막메이트’를 지지하는 막둥이라는 강력한 팬덤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 롱런하는 콘텐츠의 기반이 될 수 있었다.

▲ 각기 다른 개성과 취향으로 똘똘 뭉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요즘 같은 시대가 원하는 콘텐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채 – 송곳처럼 타깃 취향에 정확하게 가닿는 콘텐츠가 잘 팔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온전히 나만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취향의 시대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플랫폼들도 시청자들이 좋아할만한, 그들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콘텐츠만 추천한다. 요즘 사회가 그렇듯이 콘텐츠도 점점 더 취향의 극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이를 만족시키는 것들이 잘 팔릴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모두가 ‘위로와 공감’이란 키워드를 공통적으로 가진다. 콘텐츠는 결국 이야기이고, 사람들은 공감 가는 이야기, 나를 위로해주는 이야기에 끌리기 마련이다. 우리가 만든 순한 맛 콘텐츠인 ‘고막메이트’는 물론이고,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콘텐츠들 중에서도 성공하는 것들은 모두 ‘위로와 공감’이라는 숨은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다.

▲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옥 – 그 동안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면서 쌓아온 이 솔직한 과정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이제는 프로가 아니어도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꾸준하게 잘 맞는 플랫폼을 찾아 올라타면, 누구나 자신의 지적재산(IP)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는 ‘다정하고 무해한데, 팔리는 콘텐츠’를 통해 우리만의 결로 승부해 온 과정들이 ‘콘텐츠가 전부인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책을 읽고 자신만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시각화하여 자신만의 지적재산(IP)를 만들 수 있는 용기가 되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사진제공=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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