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축제장에 고래가?" 오로라타프 고안해 낸, 김종원 이사장
[인터뷰] "축제장에 고래가?" 오로라타프 고안해 낸, 김종원 이사장
  • 김홍일 기자
  • 승인 2022.10.04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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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이사장 "전국 축제장 곳곳에 춤추는 고래 보여드릴 것"
오로라타프, 축제장의 새로운 명물로..

[잡포스트] 김홍일 기자 =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근 2년 넘게 지역 곳곳 행사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이어진 5월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코로나와 관련된 각종 조치가 완화 추세에 접어들면서, 축제가 살아나고 있다.

"혹시 '오로라타프'를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나요?"

오로라타프는 지난 2018년 무렵 몇 곳의 축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지만, 오로라타프를 생각해내고 만들어낸 주인공을 수소문해보니 머지 않은 곳에 있었다.

김종원 축제총감독(이사장)은 국내 축제 관련업계에서 이른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운다. 기자의 주관적 기억 속에 신박한 콘텐츠로 남아있는 오로라타프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대한민국 축제 트렌드에 관한 생각도 들어봤다.

김종원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겸 총감독
김종원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겸 총감독

▲ 오로라타프가 해외에서 들여온 설치미술이라고 생각했는데, 국내에서 직접 고안해 낸 작품인 줄은 몰랐다. 오로라타프의 정체를 설명해달라.

김종원총감독(이하 김감독)/ 타프가 그늘막 아닌가. 오로라타프는 한마디로 신 개념 그늘막이다. 단순한 그늘막의 역할만 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신 개념'을 붙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햇빛을 가려주는 역할도 하지만, 우선 색깔이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빛과 조명에 의해 색깔이 달라지기도 하고, 보는 분들이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게다가 한 가지 색깔이 아니라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나타난다.

또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소리가 난다. 수만 장의 특수 필름이 부착되어 있는데 바람에 나부끼면서 필름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거다. '차르르르르르' 하는데 직접 들어보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자연의 소리 같은 게 난다.

▲ 오로라타프 네이밍은 직접 지은 이름인지. 또 설치 위치를 보면 공중에 꽤 높이 떠 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김감독/ 사람들이 이걸 보고 있으면 눈앞에 오로라가 나타난 거 같다는 얘기를 해서 이름을 오로라타프라고 지었다.

그런데 이걸 처음 보여준 어떤 분은 보자마자 이러더라. "어, 하늘에 고래가 떠 있네!" 얼마 전에 대박 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고래가 많이 나오지 않았나.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하늘에 고래가 떠서 헤엄치는 거 같기도 하고 춤을 추는 거 같기도 하고… ‘이상한 고래타프’라고도 해볼까. 자꾸 자꾸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높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오로라 타프
오로라 타프

▲ 오로라 타프를 고안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김감독/ 스티브잡스가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하지 않았나. 작은 점과 점들이 따로 있다가 어느 순간 합쳐져 새로운 게 나온다는..

언젠가 우연히 본 간판, 찢겨져서 바람에 날리는 현수막, 축제장에서 보게 되는 다양한 그늘막들, 가는 기둥에 지지하고 있는 캠핑장 타프의 흔들림…

이런 점과 점들이 계속 제 안에 내재되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혹시..?' 하면서 오로라타프라는 그림이 떠올랐다.

제가 무언가에 생각이 꽂히면 일단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에 지난 2018년과 2019년 축제장 몇 곳에 시범적으로 설치해봤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오로라타프는 오감을 만족시킨다고 자신한다. 보고 있으면 눈이 즐겁고, 소리에 귀가 즐겁고, 오로라타프를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으시니까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그 자체로 즐거우니까 축제장에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 올해 지역축제들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년부터는 다시 축제들이 왕성하게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데, 오로라타프도 다시 볼 수 있는 건가.

김감독/ 그렇다. 2020년부터 우리나라도 팬데믹이라는 기나긴 터널에 갇혔고 모든 축제들이 올 스톱된 상황이 됐다. 당시 오로라타프를 보신 분들이 주문제작을 꽤 의뢰했었는데 축제가 멈춰서 할 수가 없었다. 그냥 틈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업그레이드만 해오고 있었다.

솔직히 당시 주문이 들어왔을 때 못하기도 했지만 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게 100%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고된 노동 작업이라서 이 때문에 고사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축제가 다시 살아나는 걸 올해 지켜보면서, 그때 오로라타프를 굉장히 신기하게 보고 즐기던 분들의 표정들이 다시 떠오르더라. 마침 다시 제작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고 그래서 이왕 다시 시작한다면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오로라타프
오로라타프

▲ 100% 수작업이라고 하셨는데 제작 방법이 어떻게 되는지.

김감독/ 지금 한창 제작 중인 건 가로 23m 세로 18m 그물인데, 그 안에 그물과 그물사이에 폭이 5cm정도이다.

그 정도 크기에 사각형이 몇 개나 들어 갈 거라고 생각되는가. 대충 잡아도 수만 개가 있을 거다. 그 촘촘히 있는 사각형들에 특수필름을 튼튼하게 부착하는 작업이다. 그래야 바람이 세게 불어도 안 떨어진다.

하지만 이 작업이 자동시스템으로 '착착착' 부착해주는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사람들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붙여야한다.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노동적으로나 매우 고되고 힘든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 제작의뢰를 하는 쪽에서도 시간 여유를 두고 해야할 것 같은데 소요시간이 어떻게 되나.

김감독/ 그렇다. 사전 주문 제작이라서 충분한 작업 기간을 주셔야 한다.

규모에 따라 작업 기간은 달라지긴 하겠지만, 지금 작업 중인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3~4주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요즘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제작 인력도 충원 중이다.

▲ 업그레이드 된 오로라타프 기대해 보도록 하겠다.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서 김감독은 축제 관련 강연, 자문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전국의 지역축제들도 활성화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의 축제 트렌드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김감독/ 2020년에 코로나19로 모든 축제가 스톱되면서 누구나 축제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왜? 코로나19도 언젠가는 끝날 테니까. 근데 요즘 전국에서 하고 있는 축제들을 보면 물론 안 그런 곳도 없진 않겠으나, 대체로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이다.

(뭐가 변하지 않았다는 건가?) 기존에 해오던 축제 콘텐츠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거다. 쇼 무대 설치하고 가수들 불러 노래하고 체험거리 하고, 부스 설치해서 지역 농수산물들 팔고. 많이 해오던 것들 중에서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보지 못했다. 물론 제가 과문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일단 3년이라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다. 특히 지금 세계 경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많이 안 좋지 않은가. 예를 들어 쌀값도 폭락하고 있고..

근데 축제라는 건 뭔가.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 관광객들이 와서 즐기면서 동시에 지갑을 열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 경제가 어려우니까 그런 걸 타개할 수 있는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눈에 띄는 킬러콘텐츠가 안 보인다는 얘기다.

그래서 저도 2023년 축제를 어떻게 하면 다르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축제가 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아직 명쾌한 답은 내놓지 못했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곧 킬러콘텐츠다. 주최자와 참가자가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행사를 조만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킬러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하고 그러한 콘텐츠는 100만 관람객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김종원 총감독은 자신 있게 말했다.

생각해보면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걸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로라타프와 같은 결과물이 바로 앞으로 만날 축제장 대형 콘텐츠의 시작이 아닐까.

축제장의 하늘을 넘실대며 춤을 추는 고래를 직관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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