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쇼츠, 보고 싶지만 안 보고 싶고, 안 보고 싶지만 보고 싶은 매력
[칼럼] 쇼츠, 보고 싶지만 안 보고 싶고, 안 보고 싶지만 보고 싶은 매력
  • 전진홍 기자
  • 승인 2023.01.09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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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버 겸 뉴미디어콘텐츠 전문가 어원준
사진 =유튜버 겸 뉴미디어콘텐츠 전문가 어원준

[잡포스트] 전진홍 기자 = ‘이번 쉬는 시간엔 꼭.. 책 읽어야지’ 다짐이 무색하게 오늘도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10분 정도의 쉬는 시간. 유튜브 아이콘을 누르는 순간, 어떤 주제를 보는지도 모르는 채로 스크롤을 위아래로 휘휘 넘긴다. 무의미하게 웃음을 낭비하기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내게 남은 쉬는 시간이 얼마 없음을 지각하고 화면을 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무런 목적 없이 알고리즘의 분류대로 추천된 수많은 세로 영상들을 통해서 시간을 소모한 지가. 필자는 영상제작자다. 콘텐츠 제작, 광고 영상 제작, 독립영화 제작, 바이럴 영상 제작, 140만 구독자와 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들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그렇다. 영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유독, 요즘 들어서는 적응이 안 된다. ‘5초에서 1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형식의 세로 영상’이 필자가 일구어놓은 ‘긴 형식의 스토리가 있는 영상’의 Zone에 침범하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시대는 변한다. 유행도 변하고, 영상을 시청하는 시청 형태는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변해왔다.

<지상파의 황금시간대부터 페북 스타, 유튜브까지>

지상파(KBS, SBS, MBC) 채널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우리는 케이블 채널 속 종편(종합편성채널) 채널을 1류가 아닌 2류로 평가절하하고 지상파 채널만을 선호했던 과거가 있다. 그 당시 방송 3사에서 제공하는 예능들이 소위 ‘황금시간대’를 장악했고 광고시장을 장악하는 등의 전례가 지난날 지상파 3사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이러한 방송 3사 독점 형태는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Jtbc를 주축으로 MBN, TV조선, 채널A 종편 4사가 뉴스뿐 아니라 예능과 드라마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시청층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정착된다. 더구나 예능 전문 채널인 tvN의 신선한 콘텐츠들 또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로써 지상파가 온전히 독식하고 있던 시청자들의 시청률을 고루 분포 시킬 수 있었던 시기는 지상파 3사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영상을 방송사에서 편성해 준 편성표대로 시청해야 하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형태로서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와이파이의 빠른 보급과 스마트폰의 카메라 발달은 페이스북이라는 뉴플랫폼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페이스북에서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위 ‘페북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고,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이 영상을 소비하는 시청자에만 머물지 않고 영상을 제작하는 제작자로서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는 정말이지 ‘영상의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 만큼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과 전문가인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형성해 나갔다. 

유튜브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기 이전까지 말이다.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유튜브에서는 ‘직접적인 수익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여타 다른 플랫폼들에서는 외부광고를 직접 클라이언트한테서 받아 직접 입금을 받아야 하는 형태였다면, 유튜브는 그것뿐 아니라 구글에서 제시해 준 퀘스트만 완료하면 조회 수 대비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직접적으로 입금 받을 수 있는 형태다. 

대기업에 다니던 사람이 유튜브에 올인하기도 하고,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의 사람들이 활용하기도 하며, 전업으로 전향하기도 하는 정말이지 엄청난 플랫폼으로 성장해버린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희망을 느끼기도 하고, 실험하고 성장해왔다.

<유일무이, 대체 불가능>

현재 유튜브 플랫폼은 말 그대로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토록 시청자와 제작자가 활성화되고, 수익실현이 가능하며, 신뢰 있는 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은 정말이지 유일무이하다. 아니, 유일무이했다. 세로 형식의 영상들이 플랫폼을 위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의 역습, 대안점은 쇼츠>

전 세계 MZ 세대들을 주축으로 세로 형식의 짧은 영상 플랫폼. 즉, 숏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광고업계는 숏폼에 업로드되는 영상들의 광고 이익을 분석하고 적용 중이며, 이는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쩌면 오히려 직관적이고 빠른 회전이 가능한 숏폼에 더 눈길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는 광고로 이익을 내는 플랫폼이다. 그에 대한 대안점을 찾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숏폼 1위의 타이틀을 움켜쥐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번 싸움, ‘틱톡 금지 법안’이 안보를 이유로 미국 상, 하의원을 막론하고 다시금 거론되고 있는 이때. 메타버스 사업에 올인한 메타가 어려워진 기업 사정으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릴스의 성장에 집중하는 이때. 제작자가 아닌 소비자로서 바라보는 숏폼의 반강제적인(?) 활용기는 ‘호’와 ‘불호’의 기로에서 갈팡질팡 중이다. 무엇이 되었든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를 생각은 없다. 다만 ‘불호’를 외치는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강요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쾌적한 플랫폼이 그리울 뿐이다.

(글_유튜버 겸 뉴미디어콘텐츠 전문가 어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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