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래된 성범죄 피해.. 고소 가능할까?
[칼럼] 오래된 성범죄 피해.. 고소 가능할까?
  • 김홍일
  • 승인 2020.10.06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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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트] 지난달 22일 가수 장재인(29)씨는 그동안 묻어두고 있었던 11년 전 일어났던 과거 성폭력 피해를 고백했습니다. 18살에 성폭력을 당해 극심한 불안증, 발작, 호흡곤란, 불면증, 거식, 폭식 등으로 최근까지 고통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기에 18살이라는 나이는 너무 어린 나이였습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18살 그 때는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도 , 어떤 것도 이해되지 않을 나이였습니다. 

그저 자신을 숨기고 자신의 잘못을 탓하며 그 고통을 온몸으로 버티는 것 외에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11년이 지나서야 용기를 낸 그녀는 그저 위로를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18살에는 듣고 싶었지만 듣지 못했던 위로를 들었더라면 10년이 넘는 세월을 그렇게 아픔 속에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주요 성범죄 공소시효

형법상 강간 상해, 강간 치상의 경우는 15년, 강간, 강제추행(준강간, 준강제추행)의 경우는 10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의 경우는 7년 

2인 이상 합동 강간 또는 흉기, 위험한 물건 휴대 강간 등 성폭력 특별법상 특수 강간의 경우는 15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미성년자 강간은 15년입니다. 

하지만, 성폭력 범죄에 관한 공소시효 특례가 도입되어 일정한 성범죄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할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므로, 예를 들어 만 18세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의 경우라면 성년에 달할때까지의 기간은 공소시효 기간을 정할 때 들어가지 않습니다. 

▶ 성범죄 피해 신고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소는 고소권자가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는  의사표시로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말하며, 그 범죄는 특정되어야만 하고 고소를 할 때에는 고소권자에 의해 행해져야 합니다. 

다만 성범죄의 경우는 특례법을 적용해 고소 제한에 예외를 두고 있어, 성폭력 피해자는 물론 성폭력 피해자의 법정 대리인, 성폭력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 등이 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 

▶ 성범죄 피해는 변호사를 통해 고소 대리가 가능합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수사기관에 고소, 수사 종료까지 모든 과정을 변호사를 통해 진행할 수 있는데요, 이를 '고소 대리'라고 부릅니다. 

변호사는 피해자 대신 고소장을 작성하고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변호사의 이름이 적힌 고소장을 위임장과 함께 제출합니다.

고소장 접수 뒤 담당 수사관이 정해지면 경찰로부터 연락이 오는데요, 고소인의 진술을 듣고 고소 사실에 대한 확인 및 관련 증거를 수집하기도 합니다.  이때 경찰이나 검찰 조사 시 피해자와 동석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의 경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또 매우 유력한 증거이므로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는지, 주의사항이 무엇인지 변호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피해자 조사 이후 사안과 관련한 법리, 증거를 담은 의견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고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심정이나 피해 내용, 가해자에 대한 어떤 처벌을 원하는지를 담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해자가 합의를 요구하거나 피해자 역시 합의를 원할 경우 합의 과정을 피해자를 대신해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 구체적인 날짜가 기억나지 않아도 피해자의 진술은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피해 사실에 대한 일관된 진술이 중요합니다.

흔히, 과거에 대한 상처를 회복하고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원하고자 하더라도 십 년이 넘는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해 정말 고소가 가능한지, 이게 정말 수사기관에서 받아들여져 가해자를 엄벌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십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이란 단어를 새롭게 제시하며 "피해자의 진술이 일부 모순되고 일관되지 않더라도 당시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대략적인 정보'만으로도 '피해 사실에 대한 일관된 진술'만 한다면 가해자를 형사고소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증거가 없다 하더라도 피해 발생 시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거나 피해를 호소한 사실이 있다면 주변인들의 진술 역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는 13년 전 당시 열 살이었던 피해자가 성추행한 친척을 고소한 판결에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가해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바가 있습니다. 

여전히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시선은 차갑고 '2차 가해'라는 이름으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만연하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외치며 피해 사실에 대한 가해자의 정당한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용기와 연대는 우리 시대에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자각을 불러온 것이 사실입니다. 

<글/도움 : 법률사무소 봄온 채우리 변호사>

사진_법률사무소 봄온 채우리 변호사
사진_법률사무소 봄온 채우리 변호사

법률사무소 봄온의 채우리 변호사는 십대 여성인권센터 법률 지원단 활동 및 한국사이버 성폭력 대응 센터 법률 지원단에서 활동했으며, 전 한국 여성인권진흥원 인권보호본부, 전 한국 여성인권보호 진흥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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