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평 시와 함께하는 세상] "세월"
2024-05-16 구웅 기자
"세 월" - 김 평
일월이라
송학은 태양을 꿈꾸고나
이월이라
우메한 매화위에
삼월이라
사쿠라가
피어선 지고나
사월이라
두견새는 슬퍼서라
오월이라
청초한 난초
새벽이슬에 벙글고나
육월이라
모란향 콧등 간지러니
나비 한 쌍 유유히 노닐었으라
칠월이라
흑싸리피니
맷돼지가 극성일세라
팔월이라
무주공산에 달은 밝은데
으악새 슬퍼서라
구월이라
키쿠국화 노랑 빨강
그 모습 하도 좋아
국화주 한 잔 걸치고나
시월이라
가을되니
알록달록 단풍들다가
낙엽되어 나뒹굴다가
기어코기어코 선정들었어라
십일월이라
벽오동에 봉황새 춤추니
용은 깊은 밤
거문고 소리에
하얀밤 지새웠어라
십이월이라
비가오니
저승길이 코앞이라
한강대교 다리 아래
한강물은 흘러흘러 서해로 가고,
열두달 호호한 날...
화투놀이 속에
세월도 가고
그 님도 가고
나만 홀로이 남는다
새벽이여 오라
바람아 불어라
종아 울려라
별빛이여 반짝여라
종소리 들으며
별빛만 바라보며
나만 홀로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