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탈퇴… 해외 저작권 관리 선택한 이유는?
서태지 이후 22년 만의 탈퇴… 글로벌 활동 본격화 신호탄
[잡포스트] 김지환 기자 = 블랙핑크의 로제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를 탈퇴했다. 이는 2002년 가수 서태지가 음저협을 떠난 이후 22년 만에 발생한 사례로, 국내외 음악 산업의 변화와 맞물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20일 음저협 홈페이지 ‘신탁해지자의 저작물’ 목록에 따르면, 로제는 지난해 10월 31일 신탁 해지를 신청했고, 약 3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달 31일부로 계약이 종료됐다. 이에 따라 로제는 앞으로 한국 음저협이 아닌 해외 저작권 관리 기관을 통해 자신의 저작권을 관리하게 된다.
음저협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다수 가수들이 저작권 관리를 맡기는 기관으로, 현재 5만 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가입돼 있다. 로제처럼 글로벌 활동이 활발한 아티스트라도 통상 국내 저작권 관리는 음저협에 맡기고, 해외 저작권 관리는 해외 퍼블리셔를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로제는 이례적으로 음저협을 완전히 탈퇴하고 해외 저작권 관리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로제의 탈퇴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동 확대와 저작권 수익 관리의 효율성이 자리 잡고 있다. 로제는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곡 아파트(APT.)를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해외 저작권 수익이 급증했고, 저작권을 국내와 해외 기관에 이중으로 신탁할 경우 불필요한 수수료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로제의 저작권 관리는 미국의 퍼블리셔가 담당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로제가 미국 음저협과 협력하는 애틀랜틱 레코드(워너 뮤직그룹 산하 레이블)와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활동을 선언한 것과 맞물린 결정이다.
가수의 음저협 탈퇴는 극히 드문 사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서태지의 탈퇴다. 당시 서태지는 자신의 곡 컴백홈을 패러디한 음반이 음저협의 승인 하에 발매되자, 저작권 보호 체계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신탁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이후 2003년 4월 4일, 한국 가수 최초로 음저협과의 신탁 관계를 공식 종료했다.
로제의 경우 서태지와는 다소 다른 배경에서 탈퇴를 결정했다. 서태지가 저작권 보호 문제로 음저협을 떠난 반면, 로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저작권 관리 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로제의 탈퇴가 한국 음악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K팝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저작권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외 활동 비중이 높은 아티스트들은 로제와 같은 결정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저협은 국내 아티스트들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 배분이나 저작권 관리 방식이 아티스트의 필요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향후 K팝 아티스트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질수록 로제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로제의 이번 결정이 향후 K팝 산업의 저작권 관리 방식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