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세상] "양떼와 평화"

2025-03-18     구웅 기자
(황현호

"양떼와 평화"  시인 황현호

저 푸른 초원 위에

수천 마리 양떼들이
한 마리 개를 못 이겨
울타리에 갇히는 순둥이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
양떼들의 소원은 떼, 떼, 떼

몸뚱이 보다 큰 털 뭉치를 감고
굼벵이처럼  움직이며

빡빡 가위를 기다리는 털보

사막의 마른 풀 먹고
하얀 젖을 쏟아내는
유목민의 어머니

털 깎기, 젖 짜기 시원찮으면
숯불에 올려져
양꼬치 신세

이 세상에 태어나
누구와도 다투지 않고
온 몸을 희생하며 평화를 실천하는
유목민의 알파요 오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