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 전진홍 기자 =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D급 상권에서 시작한 크레페 전문 브랜드인 텍사스파파 크레페가 오픈한 지 5개월차 만에 서울 강동구에 직영2호점을 연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유래한 크레페는 본래 햄이나 치즈, 야채 등과 함께 먹는 식사류다. 크레페는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초코잼, 생크림, 과일 등과 같이 싸 먹는 디저트류로 변형됐는데, 한국에 도입된 크레페는 일본식 크레페가 대다수다.
텍사스파파 크레페 김현수 대표는 “크레페는 식사와 디저트의 중간 지점인 ‘패스트푸드’”라고 주장한다. 어학사전의 표기된 패스트푸드의 뜻은 ‘주문하면 즉시 완성되어 나오는 식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크레페 역시 주문과 동시에 조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단순 디저트나 베이커리류와는 그 결이 다르며 실상 패스트푸드류에 속한다.
잡포스트는 12일 텍사스파파 크레페 김현수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와 더불어 그의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Q1. 텍사스파파를 창업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A1.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어느 날, 아내는 저에게 크레페가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네 아무리 찾아봐도 크레페 가게는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계속되는 사업 실패에 고민이 많았고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알아보던 중, 아내가 언급한 그 크레페 한마디에 ‘이 동네에서 아무도 안하는 크레페를 내가 시작해보자’라고 결심하게 됐죠. 즉 아내로부터 얻은 사업아이템으로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 아내는 텍사스 출신 미국인입니다. 제가 가게를 오픈하기 전, 아내는 첫째 아기를 돌보며 둘째까지 임신중이었습니다. 아내의 고향인 ‘텍사스’와 영어로 아빠를 의미하는 ‘파파’가 합쳐 ‘텍사스파파 크레페’로 브랜드 네이밍을 정했습니다.”
Q2. 그리 좋지 않은 상권에서 어떻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나요?
A2. “텍사스파파 크레페 본점은 공장 부지 앞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그야말로 D급 상권에서 시작했습니다. 초기투자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지만, 방문 손님이 거의 없으니 포장 및 배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배달플랫폼 수수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며 배달 주문 수 대비 순마진율은 현저히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대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왔고, 크레페 특성상 일반 요식업에 비해 원재료값이 상당히 낮아 매출 대비 높은 마진율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Q3. 크레페는 길거리 즉석 음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크레페를 배달전문점에 접목할 생각을 하셨나요?
A3. “많은 분들이 크레페를 배달로 시켜 먹게 되면 손님은 음식이 식은 상태로 전달받기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본래 배달음식은 식당에서 즉석으로 조리돼 나온 음식과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은 이미 대중적으로 인식이 돼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크레페의 경우 도우 자체가 워낙 얇아 즉석에서 받더라도, 공기 중에 잠깐만 노출됐을 뿐인데 음식 자체가 금방 식어버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베이커리가 한가지 예시입니다. 당연히 갓 구운 빵이 따뜻하고 더 맛있지만, 빵이 식었다고 해서 맛의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기도 합니다. 크레페라는 음식은 원래 따뜻하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고객들에게 인식시켜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본인이 따뜻한 크레페를 먹고 싶다면, 당연히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겠죠. 마치 갓 구운 빵을 드시고 싶은 손님이라면 빵집이 오픈하기 전부터 가게 문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Q4. 타 크레페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A4. “텍사스파파는 ‘얆은 도우를 지향하는 크레페 전문 브랜드’입니다. 타 브랜드와 달리 크레페를 구울 때 최대한 도우를 얇게 피는게 특징입니다. 간혹 도우가 너무 얇아 잘 찢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지만, 저희가 자체 개발한 크레페믹스 원료 안에 들어간 성분이 반죽의 쫀쫀함과 탄성을 유지합니다. 텍사스파파 크레페를 처음 드셔 보신 손님분들이 항상 하는 말씀이 타 브랜드에 비해 확실히 도우가 상당히 얇고 쫄깃하다고 하십니다.
저희 크레페믹스의 핵심은 바로 ‘글루텐 함유량’과 ‘배합비’입니다. 공장 연구소와 텍사스파파 스탭분들의 수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무려 15차 만에 완성한 텍사스파파만에 크레페믹스다 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않을까요?
각 토핑끼리의 조합, 그리고 양 조절 또한 중요합니다. 크레페 매니아라면 일본여행을 가면 꼭 한 번씩은 길거리 크레페를 드셔보셨을겁니다. 일본크레페의 경우 크림양이 너무 많아 먹다 보면 물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텍사스파파 크레페는 토핑 양이 많다고 손님분들이 좋아하시진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균형 잡힌 크레페’를 추구합니다. 단순히 ‘사진찍기용’, ‘퍼포먼스용’ 크레페가 아닌, ‘맛있는 크레페’를 만들고 싶습니다.
Q5. 앞으로의 목표는?
A5. “욕심같아선 글로벌 K-크레페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가맹점포수를 늘리고 싶진 않습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가맹사업에는 분명 많은 부작용들이 있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특히 큰 금액을 투자한 가맹점주들이 본사만큼의 매출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모든 가맹점이 본사처럼 잘되면 좋겠지만, 사실 모든 장사나 사업엔 ‘운’ 또한 작용합니다. 하물며 대형프랜차이즈도 폐업을 하는 마당에 이제 막 시작한 작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얼마나 브랜드파워가 있을 것이며, 시스템은 또 얼마나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겠습니까?
우선 직영2호점을 시작으로 3호점 또한 고려하고 있습니다. 각 상권마다의 차이점을 몸소 느끼고 경험하며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려고 합니다. 또한 물류시스템과 유통에 대해서도 더 공부할 계획입니다. 가맹사업은 좀 더 시스템을 체계화한 이후에, 그때가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텍사스파파 크레페는 ‘패스트푸드’이지만, 경영철학은 ‘슬로우경영’을 추구합니다.
텍사스파파 본사에서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크레페는 조만간 탕후루처럼 대유행의 시기가 곧 옵니다. 문제는 트렌드의 지속성인데, 단순히 반짝하고 지는 별이 아니라 계속해서 빛나는 태양처럼 유지하려면 크레페라는 품목을 디저트에서 ‘식사대용’으로 국민인식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올해내내 텍사스파파 본사에선 식사대용을 할 수 있는 SAVORY(짭잘한) 크레페 메뉴를 본격적으로 연구할 예정입니다.
정직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