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의 모든 일정을 다 끝내고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나의 친구인 오케스트라 지휘자이며 예일대 교수였던 함신익 마에스트로에게 기별이 왔다.
가능하면 5월 20일 심포니송 연습실이 있는 강남의 사무실로 방문해 달라는 것이다. 친구의 연락을 받고 모든 스케줄을 뒤로 한채 서울로 달려갔다.
지난 21일이 심포니송을 창단하고 10년째 되는 날이라 이날 꼭 참석해 달라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중요한 약속을 정해 놓은 상태라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해 20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달려갔다. 서로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멋진 친구라 좀처럼 만날 수 없다.
그동안 늘 통화만 하다가 오늘 모처럼 시간이 되어 서울로 친구 만나기 위해 달려갔다. 함신익 지휘자의 사무실에서 몇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친구 함신익 지휘자는 단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예일대 교수 시절 음대생들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다.
"한 평의 연습실이 너의 무대가 아니라 3천명 청중이 가득 차 있는 카네기 홀이 너의 무대라고 생각하고 연습하라.” 연습하는 방법부터 바꿔야 하는 음악도를 나는 자주 보았다. 특히 한국의 연주자들에게 필요한 조언이다.
작은 연습실에서의 스스로 만족하는 악기의 연주보다 더 크고 웅장한 콘서트홀을 나의 소리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청중과의 소통과 적극적인 연주 태도를 기본으로 하여 연습을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을 강조한다. 무대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3층 끝자리의 청중에게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전달하는 사명을 갖고 한 음 한 음절을 연주하도록 변화를 해야 한다.
남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내 음악을 남에게 맞추는 능력을 소유한 연주자 - 직장에서도 남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을 귀히 여기듯 우수한 오케스트라는 서로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많이 모인 곳이다. 내 소리가 크면 남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
이날 함신익 지휘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음악이나 야구나 매한가지라며 나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중에 매인인 현악기 :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두번째로 목관악기 : 플룻,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세번째 호른 : 트럼펫, 트럼본, 튜바 마지막으로 타악기 : 팀파니, 큰북, 트라이앵글, 심벌즈 가 있다고 한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빛이 나지 않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마지막인 타악기인 : 팀파니 및 큰북 그리고 트라이앵글과 심벌즈 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 연주를 하면서 한번 내지 두번만 연주할 때가 있단다. 그러나 이들이 없이는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야구도 마찬가지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모두가 주전 선수만 중요한 자리에서 야구하고 싶다면 경기를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야구에서 각 포지션이 있듯이 음악도 마찬가지란다. 그러면서 모두가 투수만 한다면 어떻게 경기를 할 수 있느냐? 각자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좋은 플레이가 나오듯이 음악도 마찬가지란다. 그리고 주전선수가 있으면 팀을 위해 벤치를 지키는 후보선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음악도 똑 같다는 것이다. 모든 단원들이 중요한 바이올린만 한다면 좋은 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구도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보 선수가 있어 중요한 시기에 대타나 중간에 투입되는 투수 그리고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며 그들을 잘 조율해서 단원들과 선수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훌륭한 지도자이자 지휘자란다.
그래서 음악이나 야구도 마찬가지다. 내야수와 외야수 그리고 투수와 포수가 서로 포지션이 다르지만 수많은 훈련과 실전을 통해 팀 플레이가 이루어져 감독의 작전에 따라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 주듯이 음악도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모두가 하나가 되었을 때 좋은 교향곡이 나오는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좋은 경기는 한 사람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팀원 전체가 서로를 믿고 배려하는 가운데 이루어 진다는 것을 지휘자도 감독도 그리고 선수들도 팬들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글 /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