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끝나고 연일 언론에 거론되는 것이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선수에 대한 기사다. 하루가 무섭게 보도되는 안세영 선수의 기사를 볼 때마다 체육계 선배로서 마음이 아프다.
안 선수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세계대회에서 금메달 이번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둬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명실상부 안 선수는 배드민턴에서 세계 1위이다. 기량적으로 최고의 선수가 어떻게 이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인지 마음이 많이 아프다.
안 선수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그동안 마음 깊은 곳에 숨겨 두었던 이야기를 온 국민들 앞에서 인터뷰했던 일로 언론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협회와의 소통 없이 자기 소신을 발언한 것에 대한 경솔함과 미안함을 인터뷰나 자신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에 사과의 글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탄을 받고 있다.
세계 1위와 세계 2위의 차이는 스포츠 세계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의 안 선수를 '다르다'가 아닌 '틀렸다'로 취급하는 풍토는 빨리 없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스포츠 사회는 엄격한 프레임을 정해서 태도와 기술적 폼들의 정석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올바른 선수로 취급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개개인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린시절부터 학교나 사회, 그리고 조직이나 스포츠에서 특정한 프레임을 정해 놓고 그 안에 소속되어 있지 않거나 그 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성이 결부된 인간으로 취급할 때가 꽤 많다. 특히 스포츠계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우리 체육계에서 특출한 선수를 원하지 않고 모두가 둥글고 말 잘 듣는 선수만 원할 때가 꽤 많다. 왜냐하면 연맹과 협회,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지도할 때 편안하고 좋기 때문이다. 개성이 강하고 특출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지도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아직도 이런 지도자들이 많이 있음을 숨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두 선수가 있다. 기량이 뛰어나지만 개성이 강하고 자기만의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또 한 명의 선수는 기량이 조금 떨어져도 지도자들의 말을 잘 듣고 팀에 잘 적응하는 선수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도자들은 누구를 선택해 경기에 출전시킬 것인가?
말들은 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렇게 하는가?
미국에서 10년 동안 지도자생활 하면서 경험한 것은 이들은 철저하게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우선적으로 경기에 투입한다.
메이저리그를 포함하여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지 모른다. 그러나 훌륭한 지도자들은 그런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잘 지도해야만 하고 그 속에서 자기의 기량을 100% 이상 나타내게 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와 협회의 몫이다.
물론 기량이 똑같으면 팀에 잘 적응하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번 안 선수를 보면서 너무 안타까운 것은 세계 1위인 선수를 그의 솔직한 발언으로 폄하하고 밟으려는 마음들을 볼 때 선배로서 정말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언론에서 한 선수를 이런 식으로 매도해서는 절대 안 된다. 냉정하게 안 선수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확실한 펙트를 갖고 냉정하게 기사를 써야 한다. 단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잘못된 프레임을 세워 모든 선수들이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안 선수를 매도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회에서 잘못된 관념을 갖고 모든 사람들에게 잣대를 세워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야구나 모든 스포츠에서 지도자에 따라 일괄적으로 똑 같은 폼으로 하지 않으면 틀렸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이제 우리나라도 개성을 갖고 운동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할 때다.
야구를 친다면 오리궁뎅이 김성한 선수나 투수는 최동원 같은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런 독특한 폼으로 타격하고 던져도 얼마든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스포츠인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의 정석 프레임 안에 갖다 놓고 선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운동도 잘하고 성품도 좋고 인격도 좋은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슈퍼스타는 세계에 몇 명 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그들은 스포츠를 통해 교육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과연 나도 세상 사람들을 나의 프레임 안에 넣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글 /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