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만수~ 바보 22
[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만수~ 바보 22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4.08.26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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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이사장이 포에버22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이 포에버22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24일은 포에버22 회원들과 모임을 위해 이른 아침에 대구로 내려갔다.

포에버22 회원들과 점심 및 저녁을 같이 하면서 그동안 궁금하고 하고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늦은 저녁시간이 되었다. 모두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눈치지만 다음에 또 만나기를 약속하고 모두 헤어졌다. 

비록 늦은 시간이지만 다시 기차에 몸을 실고 광명역으로 출발했다. 어두운 창가를 바라보며 오늘 포에버22 회원들과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다시 생각하며 혼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편안한 마음에 눈을 감는다.

두달 전부터 정신지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올해 모임도 작년과 비슷한 날짜에 모임을 갖자는 것이다. 작년에는 8월 26일이 토요일인데 올해는 8월 24일이 토요일이니 이 날짜로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폭염을 연일 기록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대구하면 '대프리카' 할 정도로 엄청난 날씨가 연상 된다. 솔직히 이런 날씨 때문에 인도차이나반도인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로 내려가 야구를 그나마 잘 전파할 수 있었다.

정신지 선생님이 '어디서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느냐?' 하기에 대구로 정하자고 했다. 왜냐하면 대구에서 모임을 갖는 것이 가장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8월 24일은 포에버 22 회원들과 만나기 위해 인천에서 대구로 내려갔다. 어느덧 포에버 22 회원들하고 함께 했던 시간도 벌써 18년째가 되었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국에서 이날을 위해 많은 회원들이 시간을 내어 대구까지 내려왔다.

이만수 이사장이 축하 케익을 받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이 축하 케익을 받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포에버22 모임을 가질 때마다 제일 많이 생각이 나는 분이 김애란 회장님이다. 3년 전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세상을 뜬 팬클럽 회장이었던 김애란 회장님이 가장 많이 생각이 난다.

매년 한번 모이는 이 모임을 위해 김애란 회장님은 목포에서도 배로 한시간 이상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에서 '보건소'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하시는 천사 같은 분이다. 모임 때마다 배를 타고 목포로 나와 다시 기차를 타고 대전까지 갔다가 다시 대구로 내려오는 엄청난 일을 해야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 

그래도 김애란 회장님은 모임 때 마다 웃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따라 그 분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오늘도 우리는 잊혀져가는 사람을 추억하며, 나의 팬클럽 회원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포에버22 회장을 오랫동안 맡고 계셨던 김애란 회장님은 대학시절부터 함께 했으니 회원들 중에서 가장 오랜시간인 38년 가까이 된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올해는 대한민국 역대 가장 무덥고 긴 여름 기간을 보낸 한해였다. 어느덧 엄청난 무덥던 폭염도 서서히 지나가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가을을 재촉하는 가을 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의 생일을 축하 해 주기 위해 대구, 목포, 강릉, 청주, 대전, 평택, 부산, 포항 등 전국 팔도 각지에서 모여 주어서 즐겁고 뜻있는 시간을 포에버22 회원님들과 함께 했다.

올해는 유난히 정치와 경제위기 속에서도 포에버22 회원들은 언제나 열정적이고 또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어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10년동안 미국생활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음에도 기다려준 포에버22 회원들과 2007년부터 해마다 봉사활동을 해 오면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포에버22 회원들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시간을 쪼개어 이웃 사랑을 실천해 왔다.

이만수 이사장과 포에버22 회원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과 포에버22 회원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요즘은 베트남에 이어 캄보디아까지 야구를 보급하고자 뛰어 다니고 있는데, 현재 팬클럽 회장 및 회원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동남아시아 야구 보급에 힘써 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 큰 힘을 얻고 있다. 팬이 없다면, 좋은 선수도 없다. 위대한 팬분들이 계셔 나 이만수도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 기억속에서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은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미국생활이 나를 응원해주고 나를 기다려준 수많은 팬들로 인해 그 힘들고 어려웠던 미국생활을 잘 견디어 낼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 야구전파도 나를 응원해 주고 나와 함께 해주는 수많은 회원들과 팬들이 있기에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갈 수 있다. 우리 회원님과 나의 팬 분들의 변함없는 응원과 격려 때문에 나의 인생철학인 “Never ever give up”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실현할 수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흐리고 70대로 달려가는데도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것이 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지금도 서울 경기를 갔을 때나 지방경기 어디를 갔건 나를 응원해 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늘 이렇게 외치곤 했다. “만수~ 바보, 만수~ 바보~”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 수많은 관중들이 일사불란하게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렇게 박자를 잘 맞추시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제 나는 야구인 중에서도 최고참으로 달려가는 노장이다. 그랬던 내가 현역시절에는 “만수~ 바보”라는 외침이 그렇게 싫었는데 현장을 떠나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만수~ 바보”라는 외침이 그렇게 정겹고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모양이다.

평생 54년 동안 야구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생활한 나로서는 회원들과 나를 사랑해주는 팬이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40년 넘게 이렇게 깊고 따뜻한 인연으로 뭉치게 한 힘은 과연 어떤 원동력이 있는지, 감사할 따름이다.

어제도 회원들과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준우 회원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 감독님이 야구만 잘 했다면 지금까지 이런 모임은 오래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독님이 야구만 잘한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변함없이 꾸준하게 야구를 사랑하고 늘 자기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셨기 때문에 우리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이 모임을 갖기 위해 전국에서 모든 회원들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라는 것이다.

회원들로부터 이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늘 감사하고 하늘나라 갈 때까지 겸손한 자세와 마음으로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회원들한테 진심으로 감사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총무님인 정신지 선생님이 “우리 회원들은 감독님보다 자기들끼리 모임을 더 많이 가지면서 좋은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이 맞는 말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족보다 더 친근하고 형제처럼 지내는 포에버 22 회원들은 처음 보았다.

나를 아껴 주고 사랑해 주는 회원들은 나에게 어떤 보상이나 보답을 원하지도 않을뿐더러 오로지 헌신과 봉사로 지금까지 함께 했다. 이들 회원들이 나와 함께 한다고 세상으로부터 대단한 명예가 뒤따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회원들은 10년부터 많게는 40년까지 함께 한 분들이다.

정신지 총무님 남편은 나하고 한살 어린 너무 멋진 남편이다. 모임할 때마다 가장 먼저 나오면서 동생들을 챙긴다. 

이미 나는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곧 있으면 회원들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실 분들이 있을테니 세월의 무상함을 요즈음 자주 경험하게 된다. 이미 재작년에 정신지 선생님은 할머니가 되셨다.

포에버 22 회원들은 오랜 우정을 쌓아온 분들이 많아 1년에 회원들끼리 4 ~ 5번 만나 캠핑도 가고 섬으로도 놀러 간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야구인으로서 이들이 감사할 뿐이다. 야구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하나가 되어 좋은 관계를 오랫 동안 유지하며 지낼 수 있어 야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감사하다.

야구로 인연을 맺어 수십년 동안 함께 할 수 있어 나는 참 행복하다. 앞으로도 회원들과 “만수~ 바보”를 외치며 함께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글 /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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