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 전진아 기자 = 금보성의 한글 문자회화와 디터 로트의 예술 개념은 두 예술가의 작업이 서로 상반되면서도 흥미로운 철학적 공통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적 배경 속에서 활동했지만, 두 예술가 모두 고유한 방식으로 언어와 예술, 그리고 형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각자의 예술적 세계를 구축해왔다.
금보성은 한국의 전통 문자체계인 한글을 사용해 회화적 실험을 펼쳐왔다. 그가 집중하는 것은 한글의 언어적 의미를 넘어선 시각적 가능성이다. 한글은 한국의 고유한 문자체계지만 이를 단순한 언어의 도구가 아니라 독창적인 예술적 소재로 재해석했다. 한글을 예술의 중심에 두고, 문자와 언어의 경계를 허물며 한글 그 자체의 형상성을 강조하는 작업은 문자와 회화가 어떻게 만나고, 또 시각적 표현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였다.
그의 작품은 한글의 점, 선, 곡선, 직선 등의 형태를 회화적 요소로 활용한다. 여기서 한글은 더 이상 언어적 소통의 도구로만 기능하지 않고, 독립적인 시각 예술의 표현 수단으로 변화한다. 한글의 모음과 자음은 화면 위에서 추상적이고 역동적인 구성 요소로 배치되며, 문자가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과 상징성이 강조된다. 이를 통해 언어가 시각적 미학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탐색하며, 동양적 철학과 미감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한글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자 그 자체를 예술의 주제로 삼았다. 전통적으로 한글은 언어적 소통의 도구로 여겨졌지만, 금보성의 작업에서는 한글이 더 이상 문장으로서의 의미 전달 수단이 아니라, 독립적인 시각적 존재로서 자리 잡었던 것은 시각적으로 읽어내는 텍스트로서 한글이 아니라 내용을 읽울수 없는 회화적 요소가 첨가되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문자들이 읽히는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의 형태적 아름다움과 시각적 충격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점에서 금보성은 한글의 물리적 형상성을 새로운 예술적 맥락에서 재조명하며, 언어와 형식의 경계를 초월하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또한, 그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의 소통하는 통로로서 동양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 동양 철학에서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간주되는데, 이는 금보성의 한글 회화에서 한글의 곡선과 직선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한글이 지닌 형상적 요소들은 추상적 구성을 이루며, 고정된 의미를 넘어서서 시각적 경험으로 재구성된다. 그는 "한글은 동양적 감성과 철학을 내포한 예술적 소재"라고 설명하며, 자신의 작품이 문자 그 자체의 미학을 탐구하는 과정임을 밝힌다.
디터 로트는 금보성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예술에 접근했다. 그의 작업은 계획적인 아름다움이나 완성도를 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과정 중에 발생하는 실패와 몰락, 추락을 예술적 중심에 두고 있다. 로트는 예술이란 완벽한 결과물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파괴와 혼돈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작품은 미학적 아름다움이나 형식적 완전성을 배제하고, 오히려 예술의 본질이란 ‘추락’과 ‘소멸’ 속에서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로트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패"와 "몰락"이다. 그는 예술의 과정을 통제된 형태로 제한하지 않았으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 심지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과 실수를도 중요하게 여겼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는 그의 예술 철학을 잘 드러낸다. 로트는 "그림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실제로는 그림을 고양시키기 때문에 용인된다"고 말하며, 실패와 불완전함이 오히려 작품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고 믿었다. 이는 예술이 완성된 상태에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중의 혼돈과 불완전함 속에서도 충분히 예술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트는 그는 작품을 완성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수용하며, 작업의 즉흥성과 비정형성을 추구했다. 그에게 있어서 예술은 미완성과 파괴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존재였으며, 이는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디터 로트의 예술에서 추락과 실패는 좌절이나 부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긍정적인 요소로 해석된다. 예술적 성공이란 완벽함이나 고정된 형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패와 파괴를 통해 예술의 본질에 다가간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일상에서의 파편적 경험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로트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쓰레기나 버려진 물건들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했으며, 그것들이 지닌 일상성과 파괴의 흔적을 그대로 작품에 담았다. 로트는 예술적 성취란 결국 고정된 형식이나 완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우연적 요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탄생한다고 보았다.
금보성의 한글 문자회화와 디터 로트의 몰락과 추락의 예술은 언뜻 보기에 매우 상반된 예술적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금보성은 한글이라는 고유한 문자 체계를 사용해 한국적 전통과 현대성을 결합한 회화를 통해 미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반면, 디터 로트는 예술의 완성도를 부정하고, 오히려 파괴와 몰락 속에서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자 한다. 하지만 두 예술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의 형식적 경계를 넘어서고,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공통점이다.
금보성은 문자와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전통적 문자를 새로운 예술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에서 한글은 더 이상 언어적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의 형상적 아름다움을 지닌 시각적 예술로 변모한다. 이러한 작업은 문자라는 고정된 형식을 해체하고, 그 안에 숨겨진 미학적 잠재력을 발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디터 로트는 예술의 완성도나 형식적 완결성을 거부하고, 예술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우연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결론적으로, 금보성과 디터 로트는 각각 다른 철학적 배경과 예술적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둘 다 예술의 형식적, 개념적 경계를 초월하는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공통점을 지닌다. 한글이라는 고유한 문자를 시각적 예술로 승화시키며, 문자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반면 디터 로트는 예술적 실패와 파괴를 통해 기존의 예술적 규범을 뒤엎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길을 통해 예술의 본질과 개념을 탐구했지만, 둘 다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열어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한글이라는 전통적 문자체계를 현대적인 회화로 재해석하며 언어와 시각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는 문자 자체의 형태적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강조하며, 한글을 예술적 언어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한국적 전통과 현대 미술의 접점을 새롭게 제시했다. 언어와 회화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반면 디터 로트는 예술 세계는 고정된 형식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변화하고 해체되는 역동적인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며, 예술적 자유와 실험 정신을 강조했다. 몰락과 파괴 속에서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통해 현대 예술의 경계를 넓혔다.
결국, 금보성과 디터 로트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형식적 고정관념을 탈피한 새로운 예술적 실험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현대 미술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금보성은 언어와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 예술로 재구성했으며, 로트는 실패와 파괴의 개념을 통해 예술적 형식을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이들의 작업은 예술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해석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영역임을 보여준다.
글: 최희용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