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 노재성 기자 =반루이는 우리 시대에서 가장 흥미롭고 주목받을 예술가 중 한 명이다.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ASYAAF(2020년, 2021년, 2022년)와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2022 K-아트페어의 Power 9 작가 그리고 2022 GangnamArtPrize에 각각 참여작가로 선정되어 전시하였고 그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그는 작년 12월 그의 2번째 개인전 ‘보통인의 미술 :제 3의 물결’를 통해 참여자들의 깊은 공감과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이 인터뷰에서 반 루이는 예술에 대한 자신의 관점에 대해 제 3의 물결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반루이(VL): 서양 미술사를 기준으로 봤을 때 첫 번째 물결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였습니다. 두 번째 물결은 20세기 초 파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물결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세 번째 물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지금까지 미술에서의 주요 맹점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진지하게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어디서’입니다. 무엇을 어떻게라는 영역은 이미 무엇인가가 인간을 능가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작품을 만드는 행위조차 우리는 우월성을 빼앗긴 셈입니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는 특이점을 지니갈 때 그 현상은 더 명확해 질 것입니다.
◆ 그것이 어떻게 작가의 작품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지금까지의 예술활동은 특정 누군가가 제한된 공간에서 하는 특별한 활동이었습니다. 제 3의 물결은 그것을 깨부술 것입니다. 저는 누가, 어디서라는 질문에 좀 더 집중하며 작품활동의 인사이트를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2023년 12월에 열었던 개인전에서는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할 수 있는 창작활동’이라는 메세지를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는 숏폼들을 소재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 누구나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예술이라면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지에 대한 경계가 너무 모호해지는 것 아닐까요?
예술은 애초부터 정의 내리기에 무척 모호한 개념이었습니다. 소위 순수예술 분야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래리 샤이너(Larry shiner)는 ‘특정한 이상, 개념, 관행, 제도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라고 했습니다. 즉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이지요.
문제는 제 3의 물결의 관점에서 예술은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섣불리 답하기에 앞서 미술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먼저 던져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인간은 태생자체가 그림과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채집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동굴에 그림을 그려왔고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 거의 본능적으로 무엇인가를 그립니다. 시공과 인종을 초월합니다. 이런 원초적인 미술활동에서부터 시작해서 인류가 그동안 축적해온 많은 미술 작품의 이면을 유심하게 관찰하면 일종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초월에 대한 갈망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느낍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예술에 대한 정의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정의와 닿아있습니다.
◆ 어떠한 점에서 스스로의 철학을 차별화 하시나요?
우린 어쩌면 차별화라는 것에 너무 많은 무게를 두고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술가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 새롭고 참신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까지 서양예술의 연대기적 패러다임에 갇혀있다는 하나의 증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의 생각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거나 미술사적으로 획을 긋는 엄청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개념적으로 봤을 때 존 듀이(John Dewey)와 부르디외(Pierre Bourdieu), 퍼트넘(Robert Putnam), 윌리엄스(Raymond Williams)의 철학자의 메세지가 작가의 철학과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집중하는 것은 스스로의 철학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구체적인 행동에 옮기는 것일 뿐입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어떤 방식으로 행동에 옮기고 있나요?
소그룹 모임을 오랜기간 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여러 소재로 이야기도 하고 간단한 그림도 그리는 모임인데요. 서툴게나마 종이에 하나의 선을 그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작을 했다고 믿습니다. DYA라는 그룹을 통해 비슷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전시나 강연으로 생각을 표현하고 전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