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시아버지와 며느리
[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시아버지와 며느리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4.09.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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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이사장과 큰며느리(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과 큰며느리(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지난 9월 16일부터 17일까지 1박 2일로 큰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가 집에 놀러왔다. 이번에도 손자가 할머니를 너무 보고싶다며 새벽 6시에 깨어 서울에서 인천까지 이른 아침에 찾아왔다.

손자가 이번 추석명절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볼 수 있다며 신이나서 몇 일 전부터 빨리 할머니 집에 놀러가자며 엄마 아빠를 매일 보챘다고 한다. 손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손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손자를 제일 예뻐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지난번에도 글을 썼지만 손자가 할머니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밤마다 잠들기 전에 몇시간이고 이야기 해주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애기 때부터 늘 할머니가 손자를 재우기 위해 9년 동안 이야기 해주는 버릇으로 인해 할머니가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는 편이다. 거기다가 할머니가 어린아이 눈 높이에 맞추어 음식을 요리할 때마다 손자 데리고 같이 요리하는 방법들을 가르쳐 준다.

추석명절이라 애들하고 같이 한자리에 둘러 앉아 전을 부쳤다. 큰아들도 어린시절부터 명절이 되면 엄마 아빠를 도와 준다며 엄마 곁에 앉아 전을 부칠 때 도와주었다. 정말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큰아들이 어린아이 때 했던 대로 이제는 손자가 고소리 같은 손으로 엄마 아빠 곁에 앉아 전을 굽는데 도와주고 있다.

(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번 추석명절은 사랑하는 아내가 허리가 아파 꼼짝할 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사랑하는 며느리와 손자를 위해 전을 굽도록 아내가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올해는 큰아들과 큰며느리, 그리고 손자와 둘러 앉아서 전을 구웠다. 손자는 애기 때부터 할머니가 요리할 때 조금씩 가르쳐 주어서 그런지 이날도 전을 굽는데 엄마 아빠를 잘 도와주고 있다.

그 많은 전을 다 굽는데 손자와 며느리 그리고 아들과 함께 하니깐 금세 전을 다 구웠다. 무엇보다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같이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전을 구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니 너무 좋다. 

평생 54년 동안 야구만 하던 내가 이제 명절이 되어 큰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랑 같이 둘러 앉아 전을 구우니 천하를 다 얻은 느낌이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젊은 선수시절과 지도자생활 할 때 추석명절만 되면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경기로 인해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늘 지방으로 나가 있다. 이제는 현장 보다는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오손도손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면 정말 내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수많은 일들로 인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많은 어려움과 고난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사랑스러운 손자와 가족들과 함께 있노라면 지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한 순간에 다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평생 54년 동안 야구라는 한길을 달려오면서 현장을 떠난 요즈음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없는것 같다.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야구선수가 할아버지가 된 지금까지 요즈음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도 없다.

젊었을 때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나이가 들어 새로운 삶을 깨닫고 살아가는 요즈음 더 행복하다. 지금도 여전히 재능기부를 위해 국내와 라오스 및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로 오가면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없고 쉬는 날이 없어도 가끔 한번씩 보는 가족들로 인해 피로했던 몸들이 한순간에 싹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 며느리와 마지막까지 둘이 앉아서 그 많은 전을 다 구울 때까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멀리 미국에서 살고 있는 막내며느리와 함께 한자리에 모두 둘러 앉아서 전을 굽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글 /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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