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 김민수 기자 = 본지가 지난 6월 심층 취재한 ‘대전 경찰 토착비리 의혹' 기사와 관련해 법정 증거 제출에서 누락됐던 핵심 증거물인 11분 가량의 녹취파일을 대전중부경찰서에서 추가 확보해 검찰이 법원에 추가 증거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녹취 파일은 폭행 사건 피해자 O씨와 지인 L씨와의 통화 내용이자 이번 사건 해결에 있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었던 파일로, 사건 조사 당시 대전경찰서 포렌식계에서 사건 담당자에게 전달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압수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던 파일이다.
이와 관련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S씨는 이번 사건이 유흥업소와 지역 경찰 고위관계자의 토착비리로부터 비롯된 증거 조작 수사이며, 검찰에서 주장하는 이번 새로운 증거 파일 역시 명백히 조작된 파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한번 더 되짚어보자면
지난 2022년 5월 18일, 현직 경찰 S씨는 지인인 L씨의 권유로 대전 유성구 소재의 유흥주점을 함께 방문해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해당 영업점 영업사장인 O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술에 만취해 당시 기억이 없던 S씨는 O씨에게 합의를 제안했으나 O씨가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S씨는 상황을 정리하던 중 O씨의 진술에 이상함을 느끼고, L씨의 진술 역시 엇갈리는 부분에 수상함을 느껴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자료를 모으게 된다.
이후 대전지방경찰청 디지털포렌식의 결과는 조작됐으며, 경찰에서 핵심 증거물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것이 S씨의 주장이다.
S씨는 그 이유로 2022년 6월 6일경 사건 발생 장소인 해당 술집에서 웨이터에게 자술서를 받던 와중 영업점의 남자사장과 여자사장의 대화 내용까지 녹음하게 됐는데, 녹취 내용 중 중부경찰서 형사계 직원들과 해당 영업점의 유착이 의심되는 대화들이 오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지 2024년 7월 13일자 ‘대전경찰 토착비리 의혹, "폭행 사건 바로잡으려 했을 뿐인데... 이건 뭐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의심들 - ②’ 기사 참조
검찰의 해당 녹취파일 추가 확보
공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19일, 대전중부경찰서는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 수사관인 C경감과 J경장의 컴퓨터 내부를 모두 확인했으나 포렌식을 진행했던 바탕화면의 자료는 사건 송치 후 모두 삭제해 남아 있지 않았고, 이후 S씨가 경찰의 증거자료 고의 누락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자 C경감 컴퓨터의 D 드라이브를 확인한 결과 선별 압수한 자료인 압축파일 3개가 저장되어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압축파일 확인 결과 S씨가 누락됐다고 주장하는 약 11분 분량의 통화내용 녹취 파일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경찰은 해당 파일을 담당 공판검사에게 전달한 뒤 컴퓨터 내 자료는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증거자료 찾았다지만... “녹음시간이 3초나 차이 나는데?”
S씨는 검찰제출 녹취파일과 관련해서 의견서를 통해 “검사가 제출한 새로운 증거는 조작 제출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S씨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
① 검사가 제출한 녹취록 내용에 유성지구대 내에서 통화한 내용이 전혀 없는 점
대전유성경찰서 폭행 피의사건 발생보고서에 따르면 O씨가 2022년 5월 19일 00:40경 유성지구대를 직접 방문해 “폭행 피해를 당했으니 사건 접수를 해달라”라며 경찰관 상담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유성지구대에 근무하고 있던 순경의 자술서에는 O씨가 곧바로 형사 사건접수를 원해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도왔고, 그 과정에서 O씨에게 불상자가 O씨의 휴대폰에 연락을 하는 것과 수화기 너머로 “왜 그러냐. 너 지금 어디냐”라는 말을 들었고, 이에 O씨는 “나 이미 유성지구대에 왔다”고 말하니 상대방이 “그럼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O씨는 경찰진술조서와 검찰청 면담보고에서 5월 19일 00:45경 L씨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통해 S씨와 통화를 나눴다고 몇 번이나 주장한 기록이 있다.
O씨는 2022년 5월 30일 경찰진술조서에서 “5월 19일 00:45경, 내가 유성지구대에 신고 접수하고 있을 때 L씨의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왔고 받아 보니 가해자인 S씨였더라. S씨가 나에게 많이 다쳤는데 어떡하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어디를 다쳤냐고 되물었고, S씨가 ‘다쳤는데’라며 말을 흐리면서 전화를 끊었다며 당시 S씨와 통화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또한 O씨는 같은 해 7월 2일 경찰진술조서에서도 ”유성지구대에 신고하러 갔을 때 L씨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았고, L씨가 나에게 ‘다쳤잖아, 상대방에게 맞지 않았냐, 너 어디냐’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약 1분 정도 뒤 L씨에게 다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S씨였더라. S씨가 ‘많이 다치셔서 어떡하냐’라고 해서 내가 ‘어디가 다쳤는데요’라고 물었더니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더니 전화를 끊었다“고 진술했다. 이전 경찰진술조서와 마찬가지로 S씨와 대화를 나눴다는 진술을 반복한 것이다.
이후 같은 해 11월 15일, 검찰청 면담보고에서 O씨는 같은 진술을 반복하며 ”확실히 L씨의 번호로 전화가 와서 피의자인 S씨와 통화를 했다. 당시 지구대 직원이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지구대 직원이 분명 내가 스피커폰을 켜고 피의자와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S씨는 5월 19일 00:19경 술값을 지불 후 택시로 자택으로 이동, 00:56경 세종시 집으로 귀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O씨의 주장이 거짓된 허위 진술인 것이 밝혀지는 부분이다. ☞본지 2024년 6월 28일자 ‘대전경찰 편파수사·토착비리 의혹 '증폭'... "11분짜리 통화 파일은 어디로?" - ①’ 기사 참조
당시 지구대에 근무하던 경찰 역시 O씨가 두 번째 통화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고, 해당 11분 가량의 통화 내역이 O씨와 L씨의 두 번째 통화였으며, 당시 S씨는 귀가를 하던 중이었으므로 당시 O씨가 스피커폰을 켜고 대화한 것은 결국 S씨가 아니라 L씨였다는 사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O씨가 유성지구대에서 신고를 하며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추가 녹취록에서는 그런 정황이 보이는 대화 내용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S씨의 주장이다.
S씨는 “녹취록 내용에는 O씨가 유성지구대 안에서 L씨와 통화한 내용이 전혀 없고, 또한 당시 근무하고 있던 순경이 들었다는 통화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대화 내용이 매우 어색하고 시간을 끌어 맞추는 듯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② 포렌식 기록 상의 녹음 시간과 일치하지 않는 점
애초 포렌식 기록에 표시된 해당 녹취파일의 총 통화 시간은 11분 44초였다. 하지만 검사 측에서 새로 제출한 통화 녹취파일의 총 통화 시간은 11분 41초로 3초 차이가 존재했다.
이에 관해 S씨는 “통화 시간이 무려 3초 가량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동일한 자료가 아닌 증거 조작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고 호소했다.
③ 담당 수사관인 C경감과 J경장 법정 진술 내용
해당 녹취파일을 자신의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C경감은 법정 증인신문 당시 디지털포렌식 자료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으며 J경장이 담당했고, 포렌식과 관련된 질문에 “포렌식 관련해서는 잘 알지 못해 젊은 직원이 업무를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녹취파일이 J경장의 컴퓨터가 아닌 C경감의 D 드라이브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법정 위증으로도 볼 수 있는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것이 S씨의 주장이다.
한편 S씨는 공판 진행 중 담당검사가 3차례 변경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가 법률 자문을 구한 P변호사는 “첫 공판기일 기준 1년 4개월 만에 담당검사가 3차례나 변경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내부 인사이동 등을 감안하더라도 흔치 않은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S씨는 해당 사건 수사팀장인 C경감을 포함해 O씨와 L씨 등 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