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인플레이션의 우려와 상승요인
[칼럼] 미국 인플레이션의 우려와 상승요인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1.03.09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잡포스트] 글로벌 장기 시장 금리 기준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해 8월 4일 연 0.51%에서 올 2월 25일 1.54%로 치솟았다. 또한 미국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지난 26일 코스피는 2.8%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하루 새 15.7원 급등하면서 한국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으로는 여러 크게 세가지의 요인으로 보인다.

△ 코로나19 백신 보급 따른 경제 활동 정상화로 인한 물가 상승

OECD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2.4%에서 같은 해 5월 0.7%까지 낮아진 뒤 다시 1%대로 올라섰으나 작년 4분기에는 3개월 연속 1.2%에 머물렀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1.6%에서 올해 1월 1.7%로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따라 경제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보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

미국에서 민주당이 백악관에 이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되면서 2022~2024년에도 신정부의 재정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의 재정정책은 경기회복·친환경·인프라 확충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팬데믹(대유행)으로 사라진 일자리를 복원하고 친환경 에너지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로인한 재정건전성과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인한 채권시장 수급불균형 문제 및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급속히 확산으로 우려가 되고 있다.

△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 및 국채 시장의 수급 악화 우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4월 말 급락한 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낙폭의 절반가량을 회복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서로 동조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최종호가 기준 1.8%를 깨고 오르는 등 약세 압력은 여전하다고 분석된다. 국제유가와 국고채 10년물 금리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으며 인플레이션에 제일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이 원자재 중에서도 유가이다.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요인이면서 채권 약세 요인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 수준에 못 미쳐 당분간 제로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경제 회복과 물가 상승으로 연준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 축소) 시기를 앞당기면서 결국 조기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음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위축이 여전한데 미국발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시화한다면 한국 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한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은 1980년 이전 고도성장기에 연평균 15%대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다가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연평균 2.9%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인플레이션은 연평균 1.27%로 과거보다 더 낮았다.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된 배경에는 인구 고령화 및 저출산에 따른 경제 역동성 저하,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 증가 및 민간 소비 하락, 성장 동력 상실에 따른 투자 하락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총수요가 감소한 데 기인한다.

또한 화폐 유통 속도 하락 등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도 작용했다.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민간 소비가 더 위축돼 인플레이션은 0.5%로 떨어졌으며, 한은은 2021년 1.3%, 오는 2022년 1.4%로 점진적 물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없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의 위기까지 나올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발 인플레이션 위험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 경제 분야의 세계적 학자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2013년 발생했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 재연이라고 언급했다. 당시처럼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갑자기 자산 매입 축소를 시사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무차별적인 자금 이탈이 생길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로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뿐 아니라 자산 가격의 급락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빚투’나 ‘영끌’ 등을 통해 자산을 매입한 계층들에는 자산 가격의 급락과 금리 상승이 부채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 빚은 126조 원이나 증가했다.

김두한 F&S투자그룹 애널리스트
김두한 F&S투자그룹 애널리스트

이는 포스트 코로나 경제 연착륙을 관리하는 정책 당국에 큰 부담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금리 인상을 추진하면 막대한 가계 부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은 적시 정책 집행을 놓칠 수 있다. 최근 정책 당국이 과도한 신용대출을 통한 자산 시장의 진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충격은 경제의 구조적 결함이 아닌 자연 재난이기 때문에 백신 효과가 가시화하기 시작하면 경제 활동은 빠르게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대면 소비 활동이 ‘보복 소비 심리’와 함께 되살아나고 이러한 수요 급증에 대응해 공급자들이 그동안의 매출액 감소 등에 대한 보전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인플레이션은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

정책 당국자와 경제 주체 모두 풍부한 유동성 건너편에 물가 상승과 자산 시장의 전환기적 변곡점이 기다리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도움 : F&S투자그룹 김두한 애널리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