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형사전문변호사 통해 알아보는 "주거침입 성추행이 강제추행죄보다 처벌이 무거운 이유"
[법률] 형사전문변호사 통해 알아보는 "주거침입 성추행이 강제추행죄보다 처벌이 무거운 이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1.04.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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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트] 김민수 기자 =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성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적용을 받는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의 성립 요건에 대해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력이 행사됐다면 이를 강제추행의 '폭행'으로 볼 수 있으며, 갑작스럽게 발생한 기습추행까지도 강제추행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행위자의 의도를 떠나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 이를 추행으로 인정한다. 한마디로 추행의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당하는 입장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다고 느꼈다면 추행으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많은 남성들이 지하철이나 복잡한 버스 안에서 몸을 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 어느 순간 자신이 강제추행범으로 몰릴지 모르기 때문에 공공 장소나 사람이 밀집된 장소에서는 이중 삼중으로 조심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으나 실제로 추행의 의도가 없었고 초범이며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진행되었다면 기소유예의 선처도 바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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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주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

그러나 법무법인 오른 박석주 형사전문변호사는 같은 성추행범이라 하더라도 어떤 장소에서 추행이 벌어졌느냐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의 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주거침입 성범죄가 바로 그것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3조 1항은 주거침입, 야간 주거침입 절도, 특수 절도 또는 미수범이 죄를 범한 사람이 강간,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등의 죄를 지으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벌금형 없는 징역으로 주거침입 성추행 혐의가 적용된다면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형법상 강간죄는 유기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인데 주거침입 성추행은 강간죄보다 형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거침입 강간죄나 주거침입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죄가 일률적으로 무기 징역 또는 징역 5년이상의 형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형법상 강제추행죄와 강간죄는 엄연히 처벌 수위가 다른데, 주거침입 성범죄는 강간이든 강제추행이든 동일하게 형량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지난 2017년 제주도의 숙박시설 침실에 들어가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은 A씨는 단지 성추행만 했을 뿐인데 강간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권(違憲法律審判提請權)이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소송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이 위헌제청을 결정, 헌재에 결정서를 송부하면 헌재는 이를 접수해 심판절차를 진행하게 되며,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재판은 중지된다.

A씨는 해당 조항 법정형의 하한이 지나치게 높고 주거침입 준강제추행을 주거침입강간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은 기각됐고 2018년 4월 다시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는 평안과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공간에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주거침입 강제추행이 주거침입 강간죄와 비교해 죄질, 비난 가능성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법정형을 가볍게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형벌 체계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추행의 의도를 가지고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해 강제추행했다면 이는 강간을 저지른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할만큼 죄질이 나쁘다는 뜻이다. 그러나 A씨의 주장대로 성추행과 강간을 동일한 형량을 적용해 처벌한다면 일견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주거침입 강간과 주거침입 성추행의 처벌 수위는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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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창협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수임해 온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물론 주거침입 강제추행죄와 강간죄가 같은 형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법관의 양형으로 행위자에게 정상을 참작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작량감경을 할 수 도 있습니다"

작량감경이란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더라도 법률로 정한 형이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에 비추어 과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법관이 그 재량에 의하여 형을 감경하는 것을 말한다.

소위 말해 유리한 정상 참작 사유가 있다면 법관의 재량에 따라 형이 감경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주거침입 강제추행과 주거침입 강간죄는 동일 형량이 적용되나 사안에 따라 정상참작 사유가 있다면 형의 경중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장소에서 성범죄가 발생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달라질 수 있고 처벌 수위 역시 최대 무기징역의 형이 적용될 수도 있는만큼 신중한 법적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도움 : 법무법인 오른 박석주 변호사, 백창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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