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국민참여재판이 성범죄에 유리한 이유
[법률] 국민참여재판이 성범죄에 유리한 이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1.05.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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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트] 김민수 기자 =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제도는 형사재판에 일반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제도로 2012년부터는 국민참여재판을 벌일 수 있는 범죄의 종류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으며, 다만 법정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에 해당하는 형사 '합의부사건'에 대해서 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할 경우 법원의 공소장 부본을 받은 피고인은 이를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신청서류가 제출되지 않는다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 일반적인 형사재판으로 진행된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기록을 정리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연구보고서에서 의하면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주된 요인은 무죄판결, 유리한 판결을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대법원에서 제출한 국민참여재판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는 무죄율은 43.3%(30건 중 13건), 2019년 무죄율은 28.6%(35건 중 10건)으로 일반재판에 비해 높은 무죄율을 보인다. 전체 형사재판의 무죄율이 1~3%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그래서인지 피고인이 범죄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예가 많다고 한다.

국민참여재판의 가장 큰 장점은 법률전문가인 법관이 아니라 '일반적인 평균인'의 관점에서 판단받는 것이다. 때문에 피고인이 범죄를 일부 인정하더라도 심신미약이나 그 밖에 형을 감경할만한 사유가 풍부한 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해 변론의 기회를 충분히 가지기도 한다.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내가 한 행위가 '불법'인 줄 몰랐다"는 경우에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성폭력 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의 무죄 선고비율은 어떨까.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성범죄 일반재판에 대한 무죄율은 평균 2.4%,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무죄율은 평균 18%로 일반재판에 비하여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무죄로 선고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약 9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성범죄의 특성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때때로 성범죄는 공소사실 자체가 애매하거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는 때가 많고, 다른 물적증거가 없어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다보니 배심원단의 '일반적인 법 감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심원단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을 각각 들어보고, 법률 뿐만 아니라 평상시의 경험을 기준으로 사안을 판단하기에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심증보다 더 다양한 시각이 반영될 수 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수사과정에서부터 겪었을 부당한 부분을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일시중지시키고, 자칫 피해자 측으로 편향되었을지도 모를 사건에서도 배심원단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형사사건에 법률가의 기준이 아닌 일반인의 기준과 판단도 반영되므로 국민참여재판은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되는 것이다.

다만 성범죄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경우 재판장이 배제하거나 피고인이 철회하지 않는 이상 국민참여재판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원치않은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될 수 있고 가해자의 무죄를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본연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참고로 국민참여재판 무죄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경우,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거친 사건이라도, 2심은 일반적인 재판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1심에 대한 피고인과 검찰의 불복심리가 강해 일반 재판보다도 항소율이 조금 더 높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비율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대법원은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내린 무죄 평결을 재판부가 수용한 판단에 대해, 1심을 뒤집을 만한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가 없는 한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게 좋을까.

▲ 박석주, 백창협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
▲ 박석주, 백창협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

법무법인 오른의 박석주, 백창협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은 유무죄를 치열하게 다투는 피고인들이 신청하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 재판보다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이 높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애초 무죄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서 참여재판 신청이 많을 뿐, 성범죄라고 해서 모두 무죄는 아니란 뜻이다.

또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다 하더라도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때문에, 자신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시키고자 한다면, 실무 경험이 풍부한 형사전문변호사와 상담해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조력을 얻을 필요가 있다.

 

<글/도움 : 법무법인 오른 박석주 변호사, 백창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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