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약식명령 받은 후 정식재판 청구, 과연 유리할까?
[법률 칼럼] 약식명령 받은 후 정식재판 청구, 과연 유리할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1.07.01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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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오른 박석주, 백창협 변호사

[잡포스트] 검찰이 프로포폴 상습 불법 투약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벌금 5,0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란 쉽게 말해 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벌금형 처분을 법원에 구하는 것이다.

일반인 시각에서는 마약 범죄임에도 정식재판을 받지 않고 벌금형에 약식기소가 될 수 있는지, 또 벌금으로 결정된 5천만원이라는 액수에 한번 더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렇다면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는 약식기소란 정확하게 어떤 의미일까.

 

약식기소, 약식명령의 의미와 구약식 절차

약식 기소는 벌금형으로 끝낼 경미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약식 재판을 거쳐 벌금을 내라는 명령을 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을 말하고 줄여서 '구약식'이라고도 한다.

약식기소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대개 피고인이 받고 있는 혐의 사실의 최고 법정형이 벌금형 이하이거나 피고인의 죄질이 가벼운 경우, 최고 법정형이 징역형 등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라 하더라도 검사의 판단에 따라 벌금형을 과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이다.

검찰의 약식기소 결정이 내려지면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약식명령을 내리거나 형사소송법에 따라 약식기소 사건의 법리 판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여길 경우 재판부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법원이 검사의 약식명령의 청구를 인정하는 경우 청구가 있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약식명령을 하며, 약식명령서에는 범죄사실, 적용법령, 주형(主刑), 부수 처분과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적혀있다.

약식명령은 ① 정식재판의 청구기간(약식명령 고지를 받은 날부터 7일)이 지난 경우, ② 정식재판 청구 취하의 결정이 확정된 경우, ③ 정식재판 청구 기각의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형사사건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이 내려지면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없고 신병 구속의 위험이 없는 벌금형 처분이 내려지므로 유리한 처분이라고 볼 수 있다.

 

약식명령의 효력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날라온 벌금 통지서(정확한 명칭은 약식명령 등본이다)를 보고 마냥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다.

흔히 벌금통지서를 받게 되면 주차위반 딱지와 같은 과태료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연히 형사처벌이기 때문에 유죄 선고와 비슷한 효력을 지니고 전과기록에도 남기 때문이다.

특히 공직선거법, 정치자금 법, 성범죄, 음주운전 등에 대한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은 취업제한이라는 불이익이 따르고 성범죄의 경우라면 신상정보 등록, 수강명령 등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 벌금형은 죄가 있음을 인정하는 처분이기 때문에 공무원 신분이라면 그에 따른 징계 절차가 이어지며, 민사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때문에 혐의가 없는데도 구약식이 청구되어 법정에서 소명할 기회도 가지지 못한채 벌금형 처분을 받게 되었다면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요청할 수 있다.

정식재판의 요청은 형사소송법 제453조에 의거해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해야한다.

법원은 정식 재판을 청구 받은 즉시 그 제출 방식이나 기간의 도래를 우선 판단하고 이 같은 청구가 적법하다고 인정되면 일반적인 형사 재판과 같은 공판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피고인의 정식재판 청구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하할 수 있다.

 

약식명령 불복 정식재판 청구, 밑져야 본전?

그런데 약식명령을 받게 되면 일부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니 정식재판을 청구하는게 낫다고들 한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 형종상향의 금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조항때문이다.

벌금형이 과하다고 정식 재판을 청구하더라도 기존에 부과한 벌금형보다 더 높은 처분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정식재판을 청구해보자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으로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건수가 늘어나자 사법자원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일었고 2017년 말 '형종 상향의 금지'의 조문이 변경되었다.

즉, 벌금형이 선고되었다가 징역형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벌금 액수는 올릴 수 있게 된 것.

실제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피해자들에 대한 반성의 기미는 없고 오히려 자신의 억울함만 호소한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는 예가 있다.

▲ 박석주, 백창협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
▲ 박석주, 백창협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

약식명령 불복 정식재판 요구, 신중한 법적 판단 필요해

약식명령은 사안이 경미하고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사건에 대해 간이 절차에 의해 피고인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가의 자원과 시간을 절약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절차이다.

다만, 서류 심사는 결코 정식 재판이 아니기에 정식 절차에 따라 혐의를 다투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원칙으로 돌아가 공판 절차에 따라 형사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게 이 제도의 핵심이다.

따라서, 본인이 혐의를 다투고자 한다면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물론 밑져야 본전식으로 진행되던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은 신중한 법적 판단이 요구되므로 법률가의 자문을 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글/도움 : 법무법인 오른 박석주 변호사, 백창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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