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자유를 향한 출사표, 서촌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두드림'
[현장르포] 자유를 향한 출사표, 서촌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두드림'
  • 김진호 기자
  • 승인 2021.07.22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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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떠오르는 관광지로 선보여
손님이 원하는 음식 어떤 것이든 뚝딱...'두드림' 
사진 =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서 두드림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학영 사장

[잡포스트] 김진호 기자 = 경복궁과 그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현대와 전통이 잘 녹아든 곳으로 손꼽힌다. 특히 이 주위는 각종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문화회관, 조선 4대 궁궐, 북촌, 서촌 한옥마을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자리 잡고 있어 연인들과 가족 등 다양한 성별과 연령층이 모이는 곳이다. 

경복궁역 1번 출구 바로 옆에는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는 다양한 맛집과 주점뿐만 아니라 각종 매스컴에서 방송될 만큼 다양한 음식들이 즐비해 있어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지로도 선보여지고 있다.

이렇듯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는 독특한 음식점이 존재한다. 그 중 ‘두드림’은 이목을 끄는 상호와 달리 그 흔한 메뉴 간판도 없는 곳이다. 이곳엔 삼겹살이면 삼겹살, 치킨이면 치킨, 떡볶이면 떡볶이 등 가게를 대표하는 그 흔한 메뉴 간판도 없다. 

휘황찬란한 간판이나 인테리어로 저마다 뽐내기 바쁜 다른 가게와는 사뭇 달랐다. 재야의 고수같이 담백하다고나 할까. 베일에 꽁꽁 쌓인 그곳에 발을 디디니 청바지에 깔끔한 셔츠 차림, 백발의 멀쑥한 김학영 사장이 해맑게 웃으며 반겨 보인다. 

드시고 싶은 모든 메뉴 가능, 사장님이 손님을 대하는 철학

토종닭 5만원, 오리 6만원 입구에 크게 적힌 메뉴판 아래 자그마한 글씨가 눈길을 끈다. ‘3일 전 예약 시 드시고 싶은 모든 메뉴 가능’ 이토록 생소한 메뉴판은 손님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가게 내부는 더욱 흥미로웠다. 

약 40명 정도 수용가능한 공간 정면에 대형 스크린과 빔이 갖춰져 있었다. 스크린 아래에는 드럼, 기타, 스피커 등 연주 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장님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두드림’은 말 그대로 누구나 문을 두드려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3일 전 예약 시 드시고 싶은 모든 메뉴 가능하다는 문장은 사장님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글귀였다. 손님이 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완벽하게 내보이겠다는 사장님의 다짐이다. 실제로 이 가게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삼겹살이다. 토종닭, 오리가 메뉴 한가운데 떡 하니 적혀있지만 정작 삼겹살이 인기 메뉴다.

멋쩍게 웃으며 우리는 ‘열린 메뉴’라 주장하는 사장님은 실제로 양갈비, 소갈비를 통으로 내보인 적도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쭈꾸미, 문어뿐만 아니라 참치회를 원하던 손님을 위해 참치회도 선보인 적 있다. 사장님에게 다소 어려운 요리가 주문으로 들어온다면 전문가를 불러서라도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대접해 보인다. 두드림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점이 아닌, 손님의 니즈를 완벽하게 이뤄주는 음식점 이상의 공간이었다.

자유를 향한 출사표, ‘두드림’

사장님의 마케팅 무기는 입소문이다. 사장님이 두드림을 소개하는 말은 ‘구별된 공간’이다. 공간을 통으로 빌려 회의도 할 수 있다. 또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 함께 볼 수 있다. 음악과 함께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흥이 오르면 노래도 부르고 연주도 한다.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구별된 공간이다.

실제로 독립영화제 팀, 미술 전시회 팀, 사물놀이팀 등 다양한 장르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두드림이라는 공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사장님은 공동체원들이 한 데 섞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설계사무소에서 종사하던 사장님은 어릴 적부터 자유로운 분위기를 동경해왔다. 두드림은 자유로운 분위기 그 하나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하나의 공간에서 밥도, 음악도, 노래도, 영상도, 연주도 할 수 있지 않으냐 되물어 보였다. 한마디로 두드림은 사장님에게 자유로 향하는 출사표와 같았다.

모두가 힘든 시기, 꼭 다 같이 이겨내야죠 

현재 두드림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자유를 향한 여정을 쉬어가는 중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퍼져나가는 4차 대유행을 우려해 영업시간을 줄이고 출입 인원 제한을 두는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서 모임을 주관하던 단골손님들의 발 길이 끊겨 남모를 어려움을 토로하던 그는 아직은 버틸 만하다고 애써 웃어 보인다. 끝으로 그는 이 시국을 꼭 이겨내 다시 단골손님들과 함께 자유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이곳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는 여전히 누군가의 꿈이 담긴 소중한 공간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묵묵히 이 거리를 지켜내고 있는 터줏대감들이 훗날 밝은 미소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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