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아니스트 최형록, “모든 감정을 음악으로 담아내기를”
[인터뷰] 피아니스트 최형록, “모든 감정을 음악으로 담아내기를”
  • 김명기 기자
  • 승인 2022.03.14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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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트] 김명기 기자 = 피아니스트 최형록은 지난 2019년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진출, 아시아 태평양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중국 Suzhou Jinji Lake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입상한 바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제 18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본선 무대를 통해 전 세계의 청중에게 색깔있는 음악성과 해석에 호평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악대학교에서 파벨길릴로프를 사사하며 석사 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현재는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중인 최형록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피아니스트를 ‘가장 외롭지만 가장 풍성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피아니스트 최형록
"가장 외롭지만 가장 풍성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사진_피아니스트 최형록

▶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가장 외롭지만 가장 풍성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피아노는 선율부터 반주, 베이스까지 모든 음역대를 연주해내면서 오케스트라와 같은 풍부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악기입니다.

하지만 다른 악기에 비해 혼자서 연습해야 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굉장히 외로운 악기이죠. 이런 역설적인 부분이 피아노가 가진 독특한 매력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2021년 열린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을 넘어 전세계 청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는데,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많은 클래식 리스너분들이 알아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부분이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더 많은 대중 분들에게 제 자신을 소개하고 어필할 수 있었던 쇼팽 콩쿠르, 저에게는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 쇼팽 콩쿠르 이후 협연과 리사이틀 등 활발한 국내활동을 했다. 국내외 많은 팬들은 물론 음악평론가 및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엄청난 반응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관심을 받을수록 ‘어떻게 들어주실까’, ‘어떻게 해야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실까’ 라는 생각을 없지 않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럴수록 제 안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분들께는 무한히 감사드리지만, 그런 부분에 흔들리지 않고 저만의 음악 세계를 계속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 주로 어디서 음악적인 영감을 얻나.

예전에는 사랑과 같은 감정적인 부분에 많은 것을 지배당하곤 했어요. 물론 지금도 그런 종류의 감정들이 사라지진 않지만 예전만큼 깊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특히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이슈, 예를 들면 전쟁이라던지 사건, 사고 등과 관련된 정서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코로나19 이후에 특히 제 안에서 감정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최근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과 같은 일을 접하면 한 없이 마음이 무너져요.

정리하자면, 요즘은 ‘시대’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인가.

많은 순간들이 있는데,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건 역시 센다이 콩쿠르에서의 우승 시상식, 그리고 갈라 콘서트가 기억에 남아요.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얻은 값진 결과라 절대 쉽게 잊을 수 없는 기억들입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

늘 자기 자신을 외롭고 고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 것 같아요. 물론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전 그렇게 해야만 조금 더 제가 추구하는 음악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음악 인생에 있어서는 존경하는 선생님과의 만남이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대학교에 진학하여 주희성 교수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고, 또 잘츠부르크에서 만난 파벨 길릴로프 교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실제로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든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최형록
피아니스트 최형록

대중음악인으로서도 활동을 하셨던 경험이 있어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은 피아니스트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한 경험이 클래식 피아노에도 영향을 준 바가 있나.

2015년 블리쉬 녹턴이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데뷔하여 많은 곡들을 작곡해보고, 또 연주하며 클래식 음악인으로서 정말 소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제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이 대중음악과 클래식 사이를 확실히 구분을 짓는 부분도 있는 듯 해요. 하지만 두 장르는 서로 간접적이지만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 같아요. 화성감이라던지, 실제로 노래를 불러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음악적인 자연스러움을 찾아갈 때 제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느꼈습니다.

삶의 패러다임이 이전과는 너무도 달라진 코로나 시대. 피아니스트로서 가장 체감하는 달라진 점은.

다른 많은 직업들도 비슷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세상이 오프라인에 굉장히 대등해진 요즘인 것 같아요. 물론 공연은 실제로 와서 듣는 게 가장 최고이지만, 온라인으로도 영상 매체, 음원 등을 통해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더욱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가끔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번의 오프라인 공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연이 생기면 더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 같구요.

▶ 남은 학기는 어떤 부분에 집중하실 예정인가.

사실 쇼팽 콩쿠르에 많은 것을 쏟아부어서 여러 다른 레퍼토리를 놓친 것 같다는 생각도 조금 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학기에는 제가 그 동안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작곡가의 레퍼토리를 집중해서 공부할 예정입니다.

30대에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피아니스트로서는 꼭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열고 싶구요. 30대 전체적으로는 라벨 전곡이나 쇼팽 녹턴 전곡 등과 같은 대장정의 프로젝트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제가 시까지는 아니지만 짧은 글귀를 쓰곤 해요. 그런 글귀들을 모아서 개인 소장용으로라도 조그마한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피아니스트는 굉장히 오랜 시간 고독, 그리고 나 자신과 싸우면서 걸어가야 하는 길인 것 같아요.

그래도 내가 처음 음악을 좋아했던 그 순수한 마음을 절대 잃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어느새 눈부시게 성장한 피아니스트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많이 사랑하시고 많이 웃고 울면서, 내 안에 쌓인 감정들을 모두 음악으로 온전히 담아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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