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레미콘 줄인상…건설업계 ~~ "적자 시공"
시멘트·레미콘 줄인상…건설업계 ~~ "적자 시공"
  • 황주원 기자
  • 승인 2022.05.25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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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13%·시멘트 17%·철근 63% 가격 상승

2분기 적자 시공 심화 지속될 듯

공사 지연·중단 불가피…"현실적 대책 필요"
사진출처 =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출처 = 아파트 공사 현장.

[잡포스트] 황주원 기자 = 25일 시멘트와 골재, 철근이 오른데 이어 주요 건자재인 레미콘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건설업계가 울상이다. 전체 공사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건자재 가격 상승에 업계에선 사실상 '적자 시공'이 현실화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경인지역 레미콘사와 건설업계는 내달 1일부터 레미콘 단가를 13.1%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인상으로 레미콘 단가는 ㎥(입방미터)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오른다.

이뿐 아니다. 건설 공사의 핵심 자재인 시멘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시멘트 가격이 15∼17% 인상되면서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C&E는 1종 시멘트를 15.2% 올린 t당 9만800원에 공급하기로 했다.

건자재의 뼈대인 철근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고철 평균 가격은 지난해 3월 t당 42만원에서 지난달 69만4000원으로 63% 올랐다. 이달 들어선 70만원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2008년 3월 국내 철근 파동 당시 t당 70만원을 기록했던 때도 넘어선 수준이다. 최대 철근 생산국인 중국이 상해를 봉쇄하고 수출을 셧다운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골재 가격 오름세도 심상찮다. 지난달 기준 골재 가격은 ㎥당 1만5000원으로,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여파로 연초보다 7% 이상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이 크게 줄며 시멘트의 원료로 쓰이는 유연탄 가격도 급등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유연탄 가격은 한 주도 빠짐없이 올라 37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가격 폭등으로 레미콘·건설 업계에 시멘트 가격 20% 인상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자재 가격 상승은 공사비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고스란히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건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건설 현장이 속출하는 등 악순환이 가시화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건설현장에서 착공이 지연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서 착공된 주택은 4만4352채로 전년 동기(7만288채) 대비 36.9% 감소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역시 최근 현 조합과 시공사업단과의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공사가 중단된 대표적인 사례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내·외 다양한 요소로 건자재값 폭등세가 지속된다면 수요 대비 공급 역시 위축될 수 있다"며 "여기에 폭등한 시공비까지 겹친다면 결국 공급 주체들이 이를 분양가에 전가시키게 돼 결과적으로 수요자들이 부담할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건설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이번주 안으로 건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공사중단 현장 전수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대한건설협회는 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부처에 건의문을 제출한 바 있다.

정부가 건설 대란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2분기 시멘트 생산량을 1분기보다 36% 확대한다는 데 업계와 합의한 데 그친 상태다.

건협 관계자는 "건설 공사는 4월부터가 성수기"라며 "이달부터 신규로 계약하는 공사 건에 대해 건자재 급등 부분 반영돼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쉽지 않아 업계에서도 사실상 '적자 시공'을 하고 있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2분기 업계가 적자를 감수하고 시공하는 일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사중단된 건설현장의 문제가 건자재 급등에 따른 것인지 공사비 갈등인지 전수 조사를 통해 실태 파악해서 원인을 밝혀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해 현실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건설업계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이라며 "코로나라는 돌발변수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건자재 수요가 많아지면서 공급 대란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선을 여러개 확보해 다변화 한다던가 시장 추이를 미리 예측해서 장기 계약을 한다든가 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공사 원가 산정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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