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석 박사, ‘손자병법(孫子兵法) 주해(註解)’의 완역본 출간
노승석 박사, ‘손자병법(孫子兵法) 주해(註解)’의 완역본 출간
  • 정경호 기자
  • 승인 2022.05.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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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해고전연구소
사진=여해고전연구소

 

[잡포스트] 정경호 기자 = 임진왜란기 왜군 정벌용으로 간행된 ‘손자병법(孫子兵法) 주해(註解)’의 완역본이 최초로 출간됐다.

고전 전문학자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이 풀어 낸 ‘만력(萬曆, 연호) 갑오(1594)본’은 지금까지 소개된 적이 없는 임란시기 판본으로 이 책은 제갈량과 황석공을 추종하는 조본학의 병법 이론으로 분석한 것이다. 명(明) 나라의 병가(兵家)들에 의해 왜군 정벌용으로 간행된 ‘손자병법주해(孫子兵法註解)’가 원본이다.

이 책은 임진왜란 초기 왜군이 요동지역을 공격한 사건으로 자극을 받은 명나라가 왜군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전에 도움이 되는 내용 위주로 편집한 것이 특징이다. 조선의 전라 수사 이순신과 휘하 장수들이 이미 무경칠서의 ‘손자’를 배워 병법을 알고 있었지만, 왜군 정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이 책을 입수해 전쟁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중 간행된 ‘손자’는 3종으로 그중 ‘만력 갑오본’은 명나라와 일본 간의 강화 협상이 이루어진 시기에 남경과 절강성, 광동성에서 항왜(降倭) 활동에 참여한 명나라 장수들이 편집하고 남경 국자감에서 간행한 것이다. 그 후 명나라 장수가 조선에 들여왔고, 1597년 이순신장군이 고금도로 진영을 옮긴 후 장군의 휘하 장수가 중간(重刊)하여 모든 장수들에게 보급되었다. 이 내용은 임진왜란 당시 정유년 10월 전쟁에 참전한 이순신의 휘하 장수의 사찬(私撰) 고문서에도 기록돼 있다.

이 책은 실전에 유용한 다양한 병가들의 핵심이론이 주해에 달려 있기 때문에 책 제목을 ‘손자병법주해(孫子兵法註解)’라고 했다. 이 판본의 글자는 모두 2만여 자인데, 훼손되어 마멸되거나 결손된 글자들이 있어 송대본 계열의 판본과 역대 병가들의 이론을 추적, 해당 문장을 찾아 보충한 것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조선의 최고 전략가인 이순신이 임진왜란 당시 불패의 전공을 세운 것은 춘추시대 최고 병가인 손무의 ‘손자병법’ 이론을 전쟁에 충실히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왔다. 이순신은 ‘난중일기’ 갑오년 11월28일 이후 기록에 ‘손자병법 모공편’의 지피지기(知彼知己) 관련 구절을 옮겨 적었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움에 백번 이기고,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한번 이기고 한번 질 것이다. 나를 모르고 적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할 것이다. 이는 만고불변의 이론이다(知己知彼 百戰百勝 知己不知彼 一勝一負 不知己不知彼 每戰必敗 此萬古不易之論也).

위의 지피지기(知彼知己) 구절에서 ‘매전필패(每戰必敗)’의 패할 패(敗)자는 명대본(明代本)에서 보이는 글자인데, 바로 이순신이 명대 판본 ‘손자’를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나라 때 두우의 ‘통전(通典)’과 송대본에는 ‘태(殆)’자로 표기되어 있다.

‘손자병법주해’ 원문과 주해를 분석한 결과, 이 판본은 송나라 때 병가 주복(朱服)의 ‘손자(孫子)’ 계통이고, 주해 내용은 명나라 때 항왜 전법 전문 학자 조본학(趙本學)의 ‘손자교해인류(孫子校解引類)’ 의 주석이 다수 인용됐다.

조본학은 장량에게 비서를 전한 황석공(黃石公)을 추종한 주역학자로서 주역의 이론으로 진법을 창안했고, 제갈량의 진법을 응용했다. 실전 위주의 전법이론으로 ‘손자교해인류’를 저술하였는데 사후에 그의 제자 유대유(兪大猷)가 간행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손자병법주해’는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노소장은 “이 책이 전하는 의미의 핵심은 위급한 전쟁 상황을 단기에 속전하여 승리하는 비결을 전해주는 것”이라며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도 이 책을 읽고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만났을 때 슬기롭게 극복하고 진정한 승리의 의미를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자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은 2009년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라는 논문으로 성균관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난중일기를 최초로 완역해 2010년 ‘교감완역 난중일기(민음사)’를 출간한 바 있다.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난중일기 등재 시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삼국지인용문’과 홍기문의 ‘난중일기’, ‘금토패문’, 장계별책 ‘충민공계초’, ‘독송사’, ‘女眞문서’ 등 이순신 관련한 문헌 다수를 발굴하였다. 최근에는 이순신과 관련한 한중(韓中)의 문헌으로 문헌학과 고증학의 관점으로 가장 방대하게 연구한 ‘신완역 난중일기 교주본’을 간행해 고전 및 인문학계에서 최고의 학술번역서로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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