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ovie, 제75회 칸국제영화제의 중심에 서다
K-Movie, 제75회 칸국제영화제의 중심에 서다
  • 김예지 기자
  • 승인 2022.06.0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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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 송강호 배우에게 남우주연상 안겨

[잡포스트] 김예지 기자 = 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 두 편에 주요 부문 트로피를 안기면서, 한국영화가 명실상부 칸의 중심에 섰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브로커>의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한국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 이후 처음이다.

칸영화제 박찬욱 감독 '감독상', 배우 송강호 '남우주연상' 수상 / 사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
칸영화제 박찬욱 감독 '감독상', 배우 송강호 '남우주연상' 수상 / 사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

무엇보다 한국영화 두 편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동시 수상한 것은 한국영화 역사상 이번이 최초다. 2022년 제75회 칸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는 21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이 중 한국영화 두 편이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두 영화 모두 주요 부문에서 수상한 것이다. 칸국제영화제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자 한국영화의 높은 위상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한다.

2022년 5월 17일 개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는 초반, 중반, 후반에 걸쳐 각각 한국영화 기대작 상영을 배치하며 영화제 기간 내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개막 초반인 5월 19일에는 이정재 감독의 <헌트>, 5월 23일에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 폐막을 이틀 앞둔 5월 26일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상영이 있었다. 감독으로선 신인이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겸 감독 이정재가 초반 칸의 시선을 모았다면, 영화제 중반의 스포트라이트는 박찬욱 감독에게 쏠렸다. 뒤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우가 함께한 <브로커>가 스포트라이트를 이어받았다. 5월 28일 저녁 8시(현지 시간), 폐막식 레드카펫에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감독과 배우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국영화 두 편에 관한 수상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영화 '헤어질결심으로'로 감독상 수상한 박찬욱 감독, 수상소감 / 사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
영화 '헤어질결심으로'로 감독상 수상한 박찬욱 감독, 수상소감 / 사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

박찬욱 감독은 5월 23일, 중국의 스타 탕웨이와 한국의 연기파 배우 박해일과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다. 그는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진행된 인터뷰에서 “황금카메라상의 후보들이 함께 경쟁 부문 초청작을 관람하는 관례가 있는데, 그들이 <헤어질 결심>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또한 <헤어질 결심>의 프리미어 상영에 <헌트> 이정재 감독이 참여해 레드카펫의 분위기를 달궜다. 이정재 감독이 ‘K-Movie 열풍의 바통’을 박찬욱 감독에게 넘겨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송강호 배우 역시 칸의 첫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한국영화계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한국 배우가 칸국제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밀양>(2007)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전도연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배우가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화양연화>(2000)의 양조위, <아무도 모른다>(2007)의 야기라 유야에 이어 세 번째다.

'브로커'의 송강호 배우,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 사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
'브로커'의 송강호 배우,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 사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

송강호 배우가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것은 벌써 이번이 일곱 번째로, 2018년 <어떤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송강호가 만난 영화 <브로커>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부터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을 예측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는 <브로커>에서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을 훔쳐다가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파는 ‘브로커’ 역을 연기했다.

폐막식에서 남우주연상에 송강호의 이름이 호명되자, 조금 떨어진 자리에 있던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송강호 배우를 뜨겁게 포옹하는 감동적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든 송강호 배우는 불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함께 출연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 씨에게 깊은 감사와 이 영광 나누고 싶다”고 하며 배우들을 모두 소개했다. 또한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 끝으로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고 소감을 전했다.

칸국제영화제 수상자 박찬욱 감독, 송강호 배우, 수상자들과 단체사진 촬영 / 사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
칸국제영화제 수상자 박찬욱 감독, 송강호 배우, 수상자들과 단체사진 촬영 / 사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

송강호 배우의 남우주연상 외에도 <브로커>는 애큐메니컬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을 수상했다. 에큐매니컬상은 본상은 아니지만,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 수여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도 애큐메니칼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한국영화 초청작을 홍보하는 ‘한국영화종합홍보관’을 운영해 국내외 영화인들의 활발한 네트워킹을 지원했다. 5월 17일부터 25일까지 칸필름마켓 내 국가관에 설치, 운영된 한국영화종합홍보관은 초청작 갤러리 존, 트레일러 영상 존, 인터뷰 및 미팅 존 등으로 구성되어 800여 명의 국내외 영화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영화진흥위원회가 해외 게스트를 위해 준비한 달고나와 한국 배우 해외홍보 캠페인 간이 사진전이 외국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한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탕웨이 배우, <헌트>의 이정재 감독과 정우성 배우,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 <리턴 투 서울>의 오광록 배우 등이 기자회견 및 인터뷰를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종합홍보관 외에도 프랑스국립영화센터(CNC)와 의 한국-프랑스 라운드테이블 공동 개최, 한국영화의 밤(K-Movie Night) 개최 등 한국영화가 해외에 소개될 수 있도록 적극 힘썼다.

2019년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의 신드롬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3년 만에 거둔 이번 성과는 한국영화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세계 영화 산업계에 명실상부한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칸 수상작 두 편 모두 한국영화로 한국영화가 ‘아시아 영화인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중국의 대표 배우 탕웨이가 박해일과 대부분 ‘한국어’ 대사로 연기했고,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스크립트를 한국 배우가 연기한 한국영화다. 또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 <리턴 투 서울> 또한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비 추 감독이 한국 해외 입양아의 이야기를 한국에서 촬영해 이번 칸국제영화제에서 크게 호평받았다. “이 정도 규모의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는 것은 할리우드, 그리고 한국 정도”라는 해외 영화 관계자의 감탄은 과장이 아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놀라운 성과는 향후 아시아의 구심점이자, 글로벌 영화 산업계의 중심으로서 K-Movie의 입지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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