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가 만난 사람] 빵으로 사회적 기업 일군 장윤영 대표
[잡포스트가 만난 사람] 빵으로 사회적 기업 일군 장윤영 대표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2.11.12 07: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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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직 잠시 쉬고 기업 운영 떠맡아...비빔빵 만들자 ‘빵지순례지’ 등극
지역사회에서 재료 조달 원칙 세우고 우리 밀 등 모든 재료 국산만 고집
겨울철 우리 밀 심으면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지구 환경도 지켜내야죠”
입소문 나며 관광객 필수코스로...지난해 12월 ‘한국 사회적기업상’ 받기도
대학 교수 일을 접어두고 빵과 사랑에 빠진 전주의 사회적기업 ‘천년누리 전주제과’ 장윤영(51) 대표의 ‘제빵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대학 교수 일을 접어두고 빵과 사랑에 빠진 전주의 사회적기업 ‘천년누리 전주제과’ 장윤영(51) 대표의 ‘제빵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잡포스트] 이승민 기자 =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등 요즘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빵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빵지순례마케팅까지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빵지순례는 성지순례를 하듯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다.

대학 교수 일을 접어두고 빵과 사랑에 빠진 전주의 사회적기업 천년누리 전주제과장윤영(51) 대표. 할머니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비빔밥 재료를 활용해 비빔빵을 선보이며 전주의 명물로 만들어낸 장 대표의 제빵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 밀은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았고, 농약을 치지 않고도 재배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 체질에 아주 잘 맞아요. 특히 우리 밀을 주원료로 천연효모까지 사용해 만든 빵이라 속이 편안함을 느끼셔서인지 어르신들도 단팥빵이나 비빔빵을 더 많이 찾고 있죠.”

비빔빵은 채소를 감싸야 하니까 찬 성분인 밀을 조금 따뜻해야 해야 되기에 통밀을 적절히 섞어 만든다.

장 대표는 빵 전용으로 개발된 우리 밀 황금알신품종을 전주 남정동 일대 친환경 농업단지 내 3만평 부지에 농부들과 함께 재배하고 수확해 사용한다. 우리 밀은 우유보다 단백질이 6, 철분이 무려 117, 니아신이 23배 더 많고 식이섬유와 사포닌,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면역기능도 시너지가 된다고 한다.

밀은 늦가을에 씨를 뿌려 겨울에 자라나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독성이 없어요. 추위에 병해충이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도시주변에 밀과 보리를 재배하면 겨울에 미세먼지와 중금속을 흡수해 주는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도 톡톡히 해내죠.”

그는 현재 우리 밀 자급률이 1% 밖에 안 되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겨울철에 비어 있는 땅도 활용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밀 재배 면적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는 것. 그야말로 우리 밀 홍보대사다.

전북 장수 출신인 장 대표는 전주 중앙여고와 전북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다 당시 의예과에 재학 중이던 남편을 만났다. 졸업 후 아동복지에 대한 관심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들어가 10년간 일했다. 재단 일을 하는 틈틈이 숭실대에서 사회복지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며 2009년 전북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발탁됐다.

하지만 자격증을 양산해내는 교육 현실에 실망하고 이번엔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지난 2015년 때마침 영업악화로 폐업 직전까지 몰렸던 천년누리를 운영하던 후배들이 도움을 청해왔다. 애초 천년누리는 사회복지법인 나누는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2012년 문을 연 빵집이었다. ‘나누는 사람들의 이사였던 장 대표는 ‘6개월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그해 7월 교수직을 휴직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장윤영 대표는 우리 밀 자급률이 1% 밖에 안 되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겨울철에 비어 있는 땅도 활용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밀 재배 면적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윤영 대표는 우리 밀 자급률이 1% 밖에 안 되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겨울철에 비어 있는 땅도 활용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밀 재배 면적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 자신의 도전을 믿고 기다려준 남편과 초등학생인 두 아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그에게 가족은 삶의 동기부여이자 힘의 원천이다.

당시 연간 매출이 1억원이던 천년누리는 지금은 연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4명이던 직원은 한때 20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규모가 커졌으나, 현재는 14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일한다. 평균 63세이고 이 중에는 75세 어르신도 있다. 전주 비빔빵은 주요 방송과 언론에 소개되면서 일주일에 1만개 이상 만들어지고 있다. 천년누리 전주제과는 201611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장 대표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 부지런함과 헌신이 만들어낸 눈물겨운 결실이다.

처음에 빵집은 월 매출이 5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인건비조차 제대로 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빵에 대해 고민이 시작됐고 외국인과 관광객들에게 팔면 되겠다는 생각에 비빔빵 개발에 착수했다. 비빔빵의 재료가 되는 채소에 수분이 많아 오븐에 구우면 빵이 되지 않는 등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할머니 직원들과 함께 100번 넘게 시제품을 만든 끝에 비빔빵을 개발하고 특허도 획득했다.

15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비빔빵에는 맛과 스토리가 모두 담겨 있다. 재료는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 고려하고, 반드시 지역사회에서 조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모든 빵을 100% 우리 밀로 만든다는 것. 또한 채소만 콩나물·부추·양파·당근·시금치·팽이버섯·양배추 등 7가지에 이른다. 다른 제품도 쑥, 감자 등 주요 재료를 반드시 지역 농산물을 가져다 쓴다.

마침 전주비빔빵이 한 TV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반응은 예상과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고, 친환경 몰에서 공동구매를 해갔다.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구매 품목이 되었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비빔빵을 사간다. 전주한옥마을에 오는 외국인들과 젊은이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비빔빵을 먹는다. 온라인에서 주문이 이어질 정도다.

맛과 함께 비빔빵을 먹으면 취약계층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스토리도 소비자들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장 대표는 비빔빵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2016년 상반기, 남원 유기농가에서 생산한 대파가 판로를 잃어버린 것을 보고는 대파를 넣은 스콘을 개발했다. 2017년에는 채소와 궁합이 맞는 고기빵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주 떡갈비빵을 개발했다.

성장 속도가 빨라지며 매장을 넓혔고, 지난해 말엔 전주한옥마을에 6평짜리 판매장도 열었다. 매출에 비해 이윤은 많이 남지 않는다. 거의 절반이 재료비와 인건비로, 특히 시설투자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보통 새벽 4시에 출근한다. 주문이 많을 때는 새벽 2시에 나오기도 한다. 대표로서 주문을 정리하고 재료를 조달하고 회계 처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빵을 성형하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까지 거의 모든 일에 세심한 관리를 한다.

15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비빔빵에는 맛과 스토리가 모두 담겨 있다. 재료는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 고려하고, 반드시 지역사회에서 조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옥마을 분점을 찾은 관광객들이 비빔빵을 사기위해 줄을 서 있다.
15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비빔빵에는 맛과 스토리가 모두 담겨 있다. 재료는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 고려하고, 반드시 지역사회에서 조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옥마을 분점을 찾은 관광객들이 비빔빵을 사기위해 줄을 서 있다.

주문은 쌓이는데 생산시설이 뒷받침되지 않아 아예 매장 문을 닫고 택배 주문 물량에만 집중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손님이 뜸했는데 마치 군산 이성당(1945년 군산시에 문을 연 노포 제과점.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처럼 빵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 100m 넘는 줄이 생겼으니 동네 주민들도 다시 보더란다. 외지 손님이 동네 주민들에게 빵집 위치를 물어볼 때마다 늘 친절하게 우리 매장까지 직접 안내해 주셔서 너무 고마운 마음이란다.

천년누리 전주제과는 장수의 할머니들이 만든 고추장을 사다 쓴다. 팥도 장수에서 생산한 것을 무려 연간 5톤가량 사다 쓴다. 장수 팥은 고랭지에서 재배한 것이라 달지 않고 씹히는 맛이 있다. 농사짓는 시골 할머니들 손맛이 빵에 들어가고, 농사를 짓는 것으로 좋은 빵을 만들어 간다는 그의 소신이 더 돋보인다.

모든 빵 재료가 신토불이 농작물이라 지역 농민 분들을 위해서라도 회사가 더 성장해야 합니다.”

천년누리 전주제과는 국산 재료만을 고집하기에 원가도 비싸고 공정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가장 한국적인, 가장 로컬다움으로 정성을 다하기에 지난해 12성장분야 한국 사회적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인정 고령친화기업이며, 전북 사회적경제 성장기업으로 인정되어 있다. 1월 밀농사를 지어 가공하는 공장에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도 마쳤다.

비빔빵은 요즘 하루에 2,000개를 만든다. 재고는 남지 않는다. 공급받기를 원하는 곳이 많은데, 더 생산할 여력이 없다. 미국에 일정 규모의 비빔빵 수출도 꾸준히 하고 있다.

재료를 대달라거나, 판매를 할 테니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만들어달라는 곳도 있지만, 가볍게 판단할 일이 아니라 선뜻 손을 잡지 않고 있다.

장 대표는 요즘 고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비빔빵을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가야 할지 고민이 깊다.

지금 규모로 성장한 게 대단한 것도 맞지만 이제 떡잎이 났을 뿐이에요. 어떻게 앞으로도 천년누리를 지속할 수 있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전주 비빔빵이 유명해지면서 장 대표의 고민도 하나 더 늘었다. 비빔빵을 흉내 낸 제품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비빔빵을 모방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역 업체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해외 특허 출원도 했는데 유사 제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방어적이기는 하지만 비빔빵을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알리는 일이 장 대표의 새 과제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비빔빵을 이용한 디저트나 이벤트 시장을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탄소중립의 시대에 환경오염을 좀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결심한 것,

지자체나 기업에서 주최하는 행사나 이벤트를 치를 때 제공되는 도시락 같은 경우 먹은 후 비닐, 플라스틱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며 엄청난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비빔빵을 간식 타임이나 디저트용으로 이용할 경우 일회용 포장용지나 플라스틱 숟가락 없이 포장용 종이 한 장만을 사용해 즉석에서 비빔빵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는 것. 포장용 종이마저 먹은 후 입을 닦는 용도로도 쓰여 쓰레기 배출이 전혀 없다.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종이컵 사용도 일체 하지 않고, 텀블러를 깨끗하게 소독해 나눠 주니 좋은 시선으로 공감을 한다고 한다.

장윤영 대표는 전직 교수답게 강의도 자주 나간다. 다만 너무 바빠서 우리 밀, 비빔빵, 로컬 브랜드 등 사회적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에 한정해서만 수락한다.
장윤영 대표는 전직 교수답게 강의도 자주 나간다. 다만 너무 바빠서 우리 밀, 비빔빵, 로컬 브랜드 등 사회적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에 한정해서만 수락한다.

그는 전직 교수답게 강의도 자주 나간다. 다만 너무 바빠서 우리 밀, 비빔빵, 로컬 브랜드 등 사회적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에 한정해서만 수락한다.

그는 최근 로컬재생 협업사업으로 정읍빵카페 오픈을 함께 했다. 천년누리전주빵이 지향하는 로컬브랜딩 모델의 첫 시작의 의미가 있다.

정읍에서 직접 농사지은 고품질의 작약과 국산 약선 재료들과 99포 숙지황을 넣어서 옹기항아리에 꼬박 3일간 중탕으로 72시간을 달인 쌍화차를 만들었다. 특히 설탕과 인공감미료, 대체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나고 오랫동안 입안에 쌍화차향이 남아 벌써부터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한다. 5명의 일자리 창출까지 해서 더 보람이다.

일자리를 기준으로 하면 지역을 대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단순히 빵뿐만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지역 식품 회사로 커가는 것이 꿈입니다.”

그는 바쁜 일 속에서도 틈틈이 시조는 쓰며 스스로를 보듬는 인문학도이기도 하다.

 

그대가 좋아하는 단풍이 한창이네

깊어진 이내 연정 자국이 생기거든

바위산 허리를 감아 계곡물로 덮으리

 

가실 날 오겠다는 약속을 기다리네

붉은 잎 뿌려지고 바스락 말라가도

기다림 백년이 되어 망부석이 되었네

 

그의 빵집 한 쪽에 걸려있는 직접 쓴 시조가 눈길을 끈다.

전북에서 시조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이선녀 시조시인으로부터 시조를 접한 후 꾸준히 시조를 쓰고 있다. 벌써 수백편의 시조를 쓸 정도로 시조사랑에도 푹 빠져 있는 소녀 같은 감성이 돋보인다.

그는 먼 훗날 때가되면 그가 만들어낸 빵집 이야기를 책으로도 쓰려 준비 중이다. 빵집 이야기에는 같이 빵집에서 일하는 할머니들, 우리 밀 등 환경이야기 등 사회적 기업을 일구며 스스로 겪은 많은 일들이 전부 수록될 것이라 귀띔한다.

앞으로 사업장을 더 늘리기보다 빵은 땅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비빔빵 재료로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내년엔 고추를 유기농으로 키워내는 협업농장을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국민건강빵으로 자리매김한 비빔빵 하나로 사회적 기업을 일궈 낸 장 대표는 오늘도 지속가능한 로컬, 지속가능한 농업의 가치 창출을 위해 한걸음씩 힘차게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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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호 2022-11-12 08:32:57
비빔빵을 먹어보고 싶네요. 노인 일자리 창출에, 순우리 농산물 재료까지 쓴다니 그 맛이 더 궁금해집니다. 한껏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