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愛人] 45년 만에 귀향한 황미숙 예술감독, ‘제2의 무대’ 펼친다
[문화 愛人] 45년 만에 귀향한 황미숙 예술감독, ‘제2의 무대’ 펼친다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2.11.1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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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적 현대무용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어릴 적부터 각종 대회에서 두각...수많은 창작 무대 공연 통해 소통
무용 요법 번역서 출간 등 탄탄한 이론적 토대 위에 활발한 작품 활동
무용 통해 청소년들의 정서적 함양 활동에도 남다른 열정 '주목'
고향 전북의 아름다움을 무대 통해 알리는 끊임없는 공연 구상도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적 현대무용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황미숙 예술감독.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적 현대무용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황미숙 예술감독.

[잡포스트] 이승민 기자 =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지 않으면 감이 떨어져 제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기에 1년에 최소 1번은 반드시 창작 공연을 하죠. 고향인 전북에 와서 보니 제가 해야 할 일들이 책임감처럼 파고들어요. 전북의 아름다움을 작품을 통해 무대에 계속해서 올릴 것입니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적 현대무용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황미숙 예술감독. 그는 공연 후 곧바로 그 다음 공연을 구상할 만큼 뼈 속 깊이까지 예술인이다. 공연을 위해 책을 통해 영감을 얻거나, 일상의 모습에서 주제를 발견하면 곧바로 작품으로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체육 교사의 권유로 육상을 했다. 중학교 때 역시 그의 타고난 기질을 알아본 체육 교사와 무용 교사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어머니의 권유로 무용 특별활동부를 택한 그녀는 중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무용을 배워 50년째 현대무용가 춤꾼으로 살고 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작품 만드는 자체를 너무 좋아했죠. 관객과 공감하기 위해 작품 주제를 현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 말하지 못하는 현실의 것을 춤으로 승화시켜 관객과의 소통을 하고자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황 감독은 전주 출신으로 중앙여중에서 무용을 시작해 전주여고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현대 무용을 전공했으며, 경희대학교 공연예술학과 무용 전공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3때 이화여대 전국중고무용콩쿨대회에서 현대무용으로 대상을 타는 등 무용가로서 타고난 재능을 펼쳤다.

실기 위주의 테크닉 뿐 아니라 창작 무용과 현대 무용의 조류에 관한 다수의 논문 및 무용 요법에 대한 번역서를 출간 하는 등 탄탄한 이론적 토대 위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의 대표적 현대 무용가로 평가받고 있다.

피나는 노력 끝에 2005년 서울무용제 대상, 2006년 올해의 예술가상과 안무가상, 2008년 이사도라 예술상, 2009년 환경부 장관상, 2015년 대한민국 무용대상 베스트7, 2018년 한국춤평론가회 춤 연기상, 아름다운 시선상, 2022년 코파나스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면서 1989년 황미숙현대무용단을 창단하면서 성남시 무용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200291일 신라시대 때 사제를 가리키는 말이며, 우리의 소매 깃이 너풀거리는 모습을 일컫는 파사를 사용해 단체 명칭을 파사무용단으로 변경했다.

황미숙 예술감독은 공연 후 곧바로 그 다음 공연을 구상할 만큼 뼈 속 깊이까지 예술인이다. 공연을 위해 책을 통해 영감을 얻거나, 일상의 모습에서 주제를 발견하면 곧바로 작품으로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황미숙 예술감독은 공연 후 곧바로 그 다음 공연을 구상할 만큼 뼈 속 깊이까지 예술인이다. 공연을 위해 책을 통해 영감을 얻거나, 일상의 모습에서 주제를 발견하면 곧바로 작품으로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무대 공연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가 이끄는 파사무용단은 1989년 창단 직후인 3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문예회관에서 제1회를 시작으로 1990, 1991, 1996, 2000, 2001년 제6회까지 황미숙무용단 정기 공연을 개최했으며, 2002년 파사무용단으로 개칭한 후 2004년 파사무용단 정기 공연을 개최하는 등 비정기적이지만 정기 공연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파사무용단은 19931월 일본 아고라극장에서 개최된 제1회 한일무용제와 19936월 서울문예회관에서 개최된 제2회 한일무용제, 19967월 일본 메트폴리오 극장에서 개최된 제6회 한일무용제, 19971월 일본 사이타마극장에서 열린 제9회 사이타마 죽제창작콩쿨대회, 19996월 제18회 국제현대무용제, 20028월 독일 탄즈하우스에서 개최된 글로벌 댄스 2002 초청 공연, 20079월 미국 뉴욕에서 뉴욕아시안컬쳐페스티발 초청 공연 등 국제적인 활동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서울, 대전, 전주, 안동, 대구, 홍천 등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무용제는 물론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 축하공연, 독서 권장 캠페인 축하 공연 등 다양한 행사에 초청돼 공연을 했다.

특히 200211월 제5회 성남창작무용제 공연 이후 20038월 분당 중앙공원에서 흥부-놀부의 타임머신 여행, 200511월 벽강예술관과 20068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청소년을 위한 칼네아데스의 선택공연, 20069월 제1회 성남국제무용제, 200810월 제22회 성남무용제 초청 공연 등 성남 지역에서의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파사무용단은 2005년 서울무용제에서 대상, 2006년 올해의 예술상, 2008년 이사도라 예술상, 성남예총 공로상 등을 수상하는 등 무용계에서 그 실력을 당당히 인정받았다.

특히 그의 작품 앵콜 2009 숭어(崇魚)의 하늘로 예술계통에서는 이례적으로 환경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숭어의 하늘은 지난 2006년에 처음 초연되어 환경문제를 색다른 무대어법으로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시각적인 무대 연출에 깔끔한 춤의 언어를 덧입혀 조화롭게 이끌어냈다.

숭어라는 생명체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내비쳤다. 극 중 두 명의 남자 무용수와 한명의 여자 무용수는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난 살색 타이즈를 입고 등장했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에워싸고 부대끼며 강하게 밀착시켰다. 그 가운데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 각종 폐수, 죽어가는 물고기 떼 등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영상으로 낱낱이 드러냈다. 더불어 꽃과, 곤충 등 생명체에 대한 영상도 보여주면서 환경의 소중함도 동시에 일깨워주었다. 무대 위 무용수들이 펼치는 고통스런 몸부림은 환경오염에 대한 영상과 함께 어우러져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여실히 드러냈다. 파사무용단의 앵콜 2009 숭어(崇魚)의 하늘은 그의 감각적인 연출력과 움직임의 미학이 살아 숨 쉬는 고귀한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받아 10대의 분노와 억압 춤으로 풀어낸 칼레아데스의 선택작품도 주목을 받았다.

황미숙 예술감독은 공연을 위해 책을 통해 영감을 얻거나, 일상의 모습에서 주제를 발견하면 곧바로 작품으로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황미숙 예술감독은 공연을 위해 책을 통해 영감을 얻거나, 일상의 모습에서 주제를 발견하면 곧바로 작품으로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2001년 우연히 접한 신문 칼럼. 왕따를 겪다 자살한 한 10대의 친구가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후회하는 내용이었다. 도와주면 본인도 따돌림을 받을까 무서웠다는 학생의 고백에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10대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 칼레아데스의 선택 2002’가 탄생한 배경이다. 단체관람을 한 중·고등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힘을 얻은 그녀는 오디션을 통해 직접 십대 아이들을 지도해 2009서랍 속의 시간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대안교육센터의 제안으로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징검다리 학습과정에 참여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지녔다. 학교를 그만뒀지만 춤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현대무용을 가르쳤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분노와 억압이 몸짓에서 느껴집니다. 억압된 에너지의 분출을 폭력 대신 신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가는 것 같아요.”

그는 재능기부를 통해서도 춤에 소질이 있는 탈학교 아이들을 계속 발굴해 예술재능을 일깨우기도 했다.

무용은 인간에게 최초의 몸짓언어입니다. 청소년들은 괴로움을 말로 설명하지 못해도 몸짓언어로 다 표현해 내죠.”

그는 무용을 통한 예술치유를 강조한다.

어디에서든 마음의 상처받은 사람들은 스스로 치유해야 되는데, 그 상처를 간직하다보니 상처들이 점점 딱딱해지고 굳어지니 더 아픈 것입니다.”

그는 몸의 학교 마음댄스를 통해 신체를 움직이게 해서 어디가 아팠었는지, 이겨낼 수 있는지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해낸다. ‘마음댄스를 통해 많은 이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절실한 마음을 춤으로 표출하고 있다.

저의 무대는 언어가 갖는 구체성과 모호성이 적절하게 배합될 수 있도록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형식과 소재를 도입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관객들이 현대 문화적 코드를 찾아 자기 성찰의 계기 마련에 역점을 뒀습니다.
그는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다는 현대 무용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황 감독에게 지난해는 춤 인생 45년 만에 고향인 전주에서 처음으로 공연, 그에게 작품 내적·외적으로 특별한 한해였다.

내적으로 현대무용극 버려야 할 것들은 그녀가 5년 전 불교에 입문하고 창작한 첫 작품이라는 것. 2015년 초연한 버려야 할 것들은 불교의 삼독(탐욕·진에·우치)을 다뤘다. 삼독은 사람의 착한 마음을 해치는 욕심, 성냄, 어리석음 등 세 가지 번뇌를 독에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그녀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 세 가지 번뇌로 보고 이에 대한 깨달음과 성찰, 해법을 몸의 언어로 풀어냈다. 라이브 연주에 맞춰 현대무용가 8명이 삼독의 양상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객관화해 표현했다.

황미숙 예술감독은 공연 후 곧바로 그 다음 공연을 구상할 만큼 뼈 속 깊이까지 예술인이다.
황미숙 예술감독은 공연 후 곧바로 그 다음 공연을 구상할 만큼 뼈 속 깊이까지 예술인이다.

그는 삼독은 불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진 것으로 이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나 역시 삼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머리가 아닌 몸으로 공부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을 만들었다며 의미를 되새겼다.

또 외적으로 이번 공연은 93세인 고령의 어머니를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오랜 세월 동안 활동했던 그가 귀향해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보살피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어머니에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심했다현대무용가의 길을 걷게 해준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싶은 딸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의 깊은 효심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리운 고향 사람들에게 지난날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자리인 만큼 하나 된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했다고 한다.

그의 50년 무용 인생이 시작된 전북에서 2번째 작품을 펼치고 있다. 오는 1126일부터 이틀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현대무용 공연 여립, 지워진 이름 정여립을 무대에 올린다.

전주혁신도시에는 정여립길이 있다. 일반인들이 정여립을 기억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전주혁신도시에서 시내 다운타운으로 연결되는 길이 정여립길이라서 정여립을 자주 마주치는데, 그냥 기억해 내려 해도 무슨 인물인지 잘 떠오르질 않고, 하필 왜 전주혁신도시 이 길이 정여립길인지 알 수 없었다. 왕기석 명창과 함께 현대무용과의 교류이자 역사적 인물 정여립의 조명을 태권도 시범단과의 협업으로 스펙터클하게 전개한다.

두 예술가가 만들어내는 각자의 예술 언어와 색깔로 전북의 새로운 예술문화를 탄생시키고자 하는 각오를 여립, 지워진 이름 정여립을 통해 더 깊은 이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란다.

현대무용가로서의 삶을 보듬으며 귀향한 그가 앞으로 펼쳐 낼 2의 무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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