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愛人] 한국 유일의 오디시 인도고전무용가 ‘금빛나’
[문화 愛人] 한국 유일의 오디시 인도고전무용가 ‘금빛나’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2.11.30 08: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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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최정상급 루드락셔 무용 단원이자 전 방위적 솔리스트로 활약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인문학도에서 한국인 최초의 오디시 무용수로
인도의 문화예술과 종교철학까지 아우르는 춤 전문 인문서적 출판 계획
인도의 최정상급 루드락셔 용 단원이자 전 방위적 솔리스트로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유일의 오디시 인도고전무용가 ‘금빛나’씨가 오디시 춤을 추고 있다.
인도의 최정상급 루드락셔 용 단원이자 전 방위적 솔리스트로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유일의 오디시 인도고전무용가 ‘금빛나’씨가 오디시 춤을 추고 있다.

[잡포스트] 이승민 기자 = 저 자신을 찾기 위해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제 춤을 보고 오디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함께 즐거워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한국에 인도의 오디시 춤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인도의 최정상급 루드락셔(Rudrakshya) 무용 단원이자 전 방위적 솔리스트로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유일의 오디시 인도고전무용가 금빛나’(45) .

오디시(Odissi) 춤은 인도 동북부 오디사(Odisha) 주의 힌두 사원에서 발원한 인도의 대표적인 고전무용이자 전통무용이다. 인도 동쪽의 벵골 만을 따라 485Km의 해안선을 가진 오디사. 바로 위에 인접한 서벵골(West Bengal) 주의 꼴까따(Kolkata)에서 오디사의 주도인 부버네슈너러(Bhubaneswar)까지는 약 440km이다. 수많은 종교문화예술의 유적이 셀 수 없이 남아 있는 주요한 문화유산 지역이다. 언어는 힌디어나 뱅골어가 아닌 오디아어를 쓴다고 한다. 2천여 년의 전통을 가진 오디시 춤는 고대 사원에서 신을 찬양하기 위해 추던 춤으로 물이 흐르듯 부드럽고 우아하면서도 묵직한 곡선적인 움직임을 특징으로 한다. 관절의 꺾임새를 이용한 조형미가 아름답고 다양한 손동작과 표정을 통해 신들의 이야기 또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공군 전투조종사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적으로 이사를 수없이 다녀 특별히 고향이라고 말할 만한 곳이 없다고 한다. , , 고등학교의 열 한 곳을 다니고 일곱 종류의 교복을 입었다. 중학교 때는 3년간 일본 도쿄에서 거주하기도 했다.

서강대에서 철학과 종교학, 불문학을 복수 전공한 그는 전문 무용수가 되기에는 매우 늦은 나이인 20대 후반에 힌두교와 불교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인문학도에서 한국인 최초의 무용수로 변신했다.

종교학 과목 중에서 힌두교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인도 철학에 푹 빠져버렸어요. “‘심오하다라는 단어란 이런 것에 사용하는 것이구나알게 되었죠. 그 후 인도의 철학과 종교에 심취했고 인도라는 말만 들어도 그냥 가슴 뛰고 무조건 좋아하게 되었어요.”

서강대에서 철학과 종교학, 불문학을 복수 전공한 금빛나 무용가는 전문 무용수가 되기에는 매우 늦은 나이인 20대 후반에 힌두교와 불교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인문학도에서 한국인 최초의 무용수로 변신했다.
서강대에서 철학과 종교학, 불문학을 복수 전공한 금빛나 무용가는 전문 무용수가 되기에는 매우 늦은 나이인 20대 후반에 힌두교와 불교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인문학도에서 한국인 최초의 무용수로 변신했다.

그렇게 대학 시절 나는 무엇인가를 찾아 고뇌하던 인문학도는 어느 날 우연히 오디시 춤을 본 후 감명 받아 인도의 전설적인 춤 대가를 찾아가 사사해 한국 유일의 오디시 춤 전수자가 되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인도영화에서 오디시의 춤사위를 처음 접하고 어안이 벙벙해졌어요. 너무 놀라웠고 완전히 매료됐죠. 그 춤은 분명히 지상의 움직임인데 천상의 것이었죠. 휴학계를 내고 두 차례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3년 동안 그 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다녔지만 알 수 없었어요. 이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석사로 불교 공부를 시작하던 시점에 그 춤이 오디시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는 일주일 만에 스리랑카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오디시 스승들의 주소록만 달랑 챙겨 인도로 향했다. 스리랑카는 인도 아래에 위치한 나라로 인도 문화권이다. 인도문화예술에 보다 익숙한 그곳 현지 아티스트들로부터 오디시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아예 처음부터 오디사 주에서 살기로 마음을 먹고 자신의 스승을 찾아 인도로 떠났다.

그때가 20054. 그가 향한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태양 사원(Sun Temple)으로 유명하지만 오디사 주 안에서도 무척 시골 지역인 꼬나르꺼(Konark)였다.

처음 살았던 곳은 한번 전기가 끊기면 5~6일 동안 복구가 안 되는 지역이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아쉬람에 그나마 단 한 대 있던 공용 전화기가 한 달 정도 끊기기도 했죠. 편리한 생활을 하다 불편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단절의 해방감도 느꼈고요.”

오디사 주의 시골에서 오디시에 입문한 금 씨는 제대로 된 춤을 추기 위해서는 기교뿐 아니라 인도적인 사고와 생활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지 주민들과 섞여 스승님의 예술 아쉬람에서 생활하면서 춤을 배웠다.

금빛나 무용가는 2005년 오디시를 전수 받기 시작해 만 5년간 피땀 어린 수행의 기간을 거쳐 2010년 인도고전무용가로서 공식 데뷔 공연을 하게 되었다.
금빛나 무용가는 2005년 오디시를 전수 받기 시작해 만 5년간 피땀 어린 수행의 기간을 거쳐 2010년 인도고전무용가로서 공식 데뷔 공연을 하게 되었다.

오디사라는 지역으로 갈까 다른 대도시로 갈까 아주 잠깐 생각도 해보았지만 결론은 역시 오디시 춤이 태어난 고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었어요. 오디사의 주도인 부버네슈어러에는 우리나라 태권도장처럼 상가에 하나씩 오디시 춤 아카데미가 있어요. 많은 아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이 오디시를 배우고, 남자 아이들도 배워요. 저의 스승님들 모두 남자 분들이세요. 춤사위는 남녀가 같아요.”

그는 2005년에 오디시를 전수 받기 시작해 6년여 기간 피땀 어린 수행을 거쳐 2010년 인도고전무용가로서 공식 데뷔 공연을 하게 되었다.

모든 신들과 스승님들과 관객들 앞에서 스승님들이 제게 오디시 춤을 전수하고 제자로 인정한다는 의식을 거친 후 공연을 시작했어요. 머르덜러(오디시 춤에 쓰이는 타악기)도 머르덜러 스승님으로부터 배워 악기, 노래, 춤 즉 가무악으로 총 2시간 이어진 단독 공연이었죠.”

나를 찾아간 여정이 마침내 오디시라는 춤으로 피어올랐던 것이다.

저의 스승님은 총 다섯 분이신데, 큰 스승님 고 구루 겅가더러 쁘러단(the late Padmashree Guru Gangadhara Pradhan)과 나머지 네 스승님은 큰 스승님의 제자들이세요. 슬프게도 큰 스승님은 저를 데뷔시켜 주시고 얼마 후 62세의 나이에 작고하셨습니다.”

금빛나 무용수는 학부 시절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배운 태권도는 내년 3단 승단심사가 예정돼 있을 정도로 태권도에도 관심이 크다.
금빛나 무용수는 학부 시절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배운 태권도는 내년 3단 승단심사가 예정돼 있을 정도로 태권도에도 관심이 크다.

공식 데뷔 두 달 후에는 서울로 돌아와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기획, 연출, 홍보까지 혼자서 진행하며 단독 공연을 가졌다. 주한 인도 대사가 와서 인도인보다 인도 무용을 더 잘 한다고 격찬한 공연이다. 극장의 대관료 등을 후원하고 각 나라의 대사들을 초청할 정도로 주한 인도대사관 측의 반응은 좋았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오디시 공연과 워크숍을 직접 기획, 제작, 연출하며 공연해오고 있다.

힌두교의 사원무용이자 인도의 8개 고전무용 중의 하나로 물처럼 흐르고 둥근 움직임을 갖는 오디시 춤오디사 지역의 춤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2천년이 넘게 오디사 지역에서 이어져 온 춤인데 무슬림과 영국의 침입으로 주춤했다가, 1950년대에 저명한 예술가들과 학자들이 모여서 다시 재연 작업을 했고, 그때부터 오디시 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오디시는 내 안의 신에 집중하는 수직적인 춤이라 구도적 성격이 강합니다. 이때 눈동자, , 가슴, 손가락, 발 등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움직임이 매우 매력적이고 중요하게 작용하죠.”

오디시에는 각 동작마다 명칭이 있어 무보를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선생이 앉아서 타악기를 치면서 말로 지시를 한다. 신체는 매우 정교하게 눈, 머리, , 가슴, 손가락, 발 스텝 등으로 분절하여 따로 따로 그러나 또 같이 움직인다. 어깨와 골반은 움직이지 않는다. 공연 화장 및 치장은 모두 공연자가 직접 한다.

금빛나 무용가는 내년 한국예술종합대학교 무용원 이론과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에 열중할 예정이다.
인도에서 오랫동안 수학하고 온 10여명의 강사들이 꾸리는 온라인 기반의 ‘인도문화예술학교(인디쿨)’가 내년 3월 네이버 카페에서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공연복은 인도의 여성복인 5-6미터로 된 긴 천 사리(Saree)를 재단해서 입어요. 머리 손질, 메이크업, 공연복을 입은 후 그 위에 장신구를 단단히 장치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과 발에 붉은 칠을 하고 발목에 방울더미를 다는 것까지, 공연 준비에는 총 네 시간이 걸려요.”

그는 ··이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신을 찾고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한 끝에 무용수로 자리 잡기까지 저자가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웃음을 담았다.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경험한 의미 있는 순간들, 이를 통해 느낀 단상, 문화 차이로 겪은 에피소드는 물론, 내면에 흐르던 깊숙한 이야기도 꺼내 엮었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젊은이에게 이 책은 친구처럼 말을 걸어온다. 그는 자신에게 오디시 춤이란 자아에 대한 질문과 인도 철학, 몸에 대한 탐구와 미학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색깔 인도의 매력도 흥미를 더한다.

그는 내년 한국예술종합대학교 무용원 이론과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에 열중할 예정이다. 오디시 춤으로 시작해 인도의 문화예술과 종교철학까지 아우르는 춤 전문 인문서적을 출판할 계획도 세웠다.

그는 태권도 품새에도 빠져 있다. 학부 시절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배운 태권도는 내년 3단 승단심사가 예정돼 있다. “태권도도 너무 사랑해요. 인도에서도 태권도가 아주 유명합니다. 단 오디사 주에서는 잘 보기 힘든 것 같아요. 제 실력이 좀 더 좋아지면 인도 아이들에게도 가르치고 싶어요.”

6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하는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인생모)’6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인도에서 오랫동안 수학하고 온 10여명의 강사들이 꾸리는 온라인 기반의 인도문화예술학교(인디쿨)’가 내년 3월 네이버 카페에서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강의 플랫폼인 클래스 101’에서도 내년 봄부터 오디시 강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오디시 춤을 비롯해서 심도 있는 인도의 문화예술 세계를 널리 입체적으로 알리고 싶어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어요.”

국내 인도문화예술의 발전과 홍보에 힘쓰고 있는 주한 인도문화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섞인 하이브리드식 오디시 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인 아르비나(Art Beena)를 통해 오디시를 보다 자세히 만날 수도 있다.

누구나 선구자는 외롭다. 하지만 금빛나라는 그의 이름만큼이나 그의 열정은 한국 무용계에 길이 이름을 남길 것이다.

금빛나 무용가는 국내 인도문화예술의 발전과 홍보에 힘쓰고 있는 주한 인도문화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섞인 하이브리드식 오디시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금빛나 무용가는 국내 인도문화예술의 발전과 홍보에 힘쓰고 있는 주한 인도문화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섞인 하이브리드식 오디시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금빛나 무용가 주요 프로필>

-2002 서강대학교 불문학/종교학/철학 졸업

-2005 인도 꼬나르꺼(Konark), 오디시 춤 입문

-2010 인도 부버네슈어러(Bhubaneswar), ‘Mancha Prabesha’ 공식 데뷔

-2010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인도의 사랑과 신화기획/제작/연출/공연

-2011 산울림소극장, ‘연꽃 허공열흘간의 기획/제작/연출/공연

-2011~2012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차세대예술인력AYAF 무용 2기 선정

-2011~2022 주한인도문화원, 국립예술자료원, 서강대, 동국대, 한국외대, 부산외대 등 강의

-2012 도서출판 블루닷, ‘··에세이집 출간

-2012~2020 인도 전역, 오디시 루드락셔(Rudrakshya) 무용단 및 솔로 공연

-2016 ‘사베리 영상프로젝트기획/제작/연출/촬영/편집/출연

-2018년 불일미술관, ‘신화전시공연 내가 살아있다기획/제작/연출/공연

-2018~2022 4, 5, 6, 8사랑인도문화축제' 연출/공연

-2021 ‘아라가야 영상프로젝트기획/제작/연출/촬영/편집/안무/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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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향 2022-12-02 12:12:59
정말 영화 같은 삶이네요! 인도와 오디시 춤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