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구경찰청, 사이버 첨단범죄에 맞서는 아날로그식 압박 수사
[칼럼] 대구경찰청, 사이버 첨단범죄에 맞서는 아날로그식 압박 수사
  • 정해권 기자
  • 승인 2022.12.16 13:3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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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트] 정해권 기자 = 애석하게도 인간 역사 상 가장 오래된 직업엔 범죄와 연관된 것들이 많다. 매춘도 그 중 하나고,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또 하나의 대표적 범죄행위가 바로 사기다.

사기꾼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은 없었고, 심지어 사회 발전에 발맞춰 진화를 거듭했다. 과거 옥 장판, 치약 등을 팔던 다단계 피라미드가 다양한 금융기법 발전에 따라 금융피라미드로 변신했다. 이밖에도 주가조작, 상장사M&A 등 전문적인 분야로 까지 그 발판을 넓히고 있다. 

[사진=정해권 정경부 특별취재팀 국장]
[사진=정해권 정경부 특별취재팀 국장]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탄생하면서 이를 악용한 코인사기 범죄가 급증했다. 그럼에도 코인 관련 범죄는 수사가 매우 어렵다. 자금세탁에 초점을 맞춘 '특금법' 외엔 이렇다할 업권법이 없다. 즉, 범죄행위로 규정할 잣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는 점점 늘어가고 이는 경찰 수사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경찰이 부족한 수사력을 과잉, 강압 수사로 만회해선 안 되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 같은 상황은 어렵지 않게 목도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최근 기자는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취재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 심해졌다.

가장 발전된 형태의 사기범죄인 코인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의 수사력과 그 방식은 수준 이하로 보였다. 첨단범죄에 걸 맞는 기법으로 수사하지는 못 할 지언정 최소한 과거 주부도박단을 수사하던 방식으로는 수사해선 안 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그들은 여전히 윽박과 고성이 난무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의 독립과 수사종결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넘겨받았다. 경찰의 오랜 염원이 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경찰은 최근 밀려드는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일선 경찰서마다 늘어나는 사건과 폭주하는 업무량으로 베테랑 수사관의 수사부서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물론 경찰은 인력부족, 과다한 사건 등을 이유로 댈 수도 있지만 이 같은 낡은 수사 방식이 높아진 법원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고도의 기술을 결합한 범죄자와 싸워야 하는 사이버 수사대에서도 수사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로 보인다.

기자는 수사관이 참고인에 고성을 지르며 압박하며, 협박성 발언을 서슴치 않던 내용을 확인하며 "이게 진짜 최근의 일이냐?"고 반문했다. 누구나 생각하는 증거에 기반해 피의자를 수사하는 방식은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대방은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이었기에 더 이해가 안 갔다. 

또한, 사이버수사대 고위 관계자는 이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피의자와 같은 단톡방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혐의가 있을 수 있어 더 이상 답변할 게 없다고 했다. 이어서 기사 내용에 따라 법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이거 협박인가'라는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경찰이 지목한 피의자가 같은 단톡방에 가입됐는지 확인차 명단을 살펴봤지만, 해당 단톡방은 실명의 의무가 아닌 가명을 주로 쓰는 단톡방이라 해당 인사의 참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업무 특성 상 기자는 대체로 다수의 단톡방에 참여하고 있다. 기자 역시 코인과 연관된 단톡방 6개 정도에 참여해 있고, 관계자가 특정한 문제의 단톡방에 가입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단톡방은 가입 인원만 1290명에 이르는 대형 단톡방이며, 여기에는 기업관계자, 학계관계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정관계 인사와 언론이도 참여해 있다. 관계자 논리대로라면 여기 포함된 이들 모두가 혐의자라는 얘기인가? 심지어 기자는 그 얘기를 듣기 전까지 그 단톡방에서 한 마디도 한 적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기자가 해당 단톡방에 가입된 사실을 불과 수 시간 만에 확인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실명으로 참여했으나 해당 단톡방 참여자는 주로 가명이라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즉, 경찰도 해당 대화방에 참여했거나 혹은 경찰과 기자와의 만남을 조력자와 공유한 뒤 이를 조사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단순하게 풀이하면 경찰이 해당 단톡방을 직접 확인했다면 기자를 불법적으로 사찰한 것이고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 확인했다면 조력자의 말에 의존해 취재기자를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다양한 루트에서 깊이 관여한 조력자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한다. 조력자 A씨는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관계자로 보긴 어렵다. 업계 인물평에 따르면 주로 음지에서 활동하며, 언론에 몇 번 노출된 게 이력의 전부로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나 거래소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A가 꾸준히 핀테크 영역에서 활동해 왔고, 여전히 기술력을 갖춘 회사에 몸을 담고 있다는 점에 비춰 그의 수준을 함부로 논할 건 아니다. 그러나 이른바 명문대 교수를 비롯해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전문가 등 공인된 업계 전문가가 다수 있음에도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A가 수사 조력자로 활동하냐는 것이다.

취재결과 A는 현 사건의 피의자와 은원관계인 것으로 확인돼 큰 우려가 든다. 첫째, 개인의 은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이 활용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과 둘째, 피의자와 은원관계인 A의 수사개입을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다. 수사 편향성이 인정되면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유사수신에 코인이 악용되는 코인 범죄에 강력하고 일괄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경찰의 수사를 적극 응원한다. 그렇다고 원칙을 어겨가며 수사할 수밖에 없다면 이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수사는 법령에 정한 원칙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기소는 물론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족한 실력을 근성과 요령으로 메꾸는 후진적 수사행태로는 더 큰 피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시 미래 5대 신산업의 하나로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공언하고, 미래ICT국을 신설해 2조2000억 원 규모의 과기부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첨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대구에서 비공인 전문가와 이들의 도움을 받은 주먹구구식 수사행태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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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아웃 2022-12-20 09:36:58
스캠코인 추방합시다

설아 2022-12-19 11:24:11
대부분의 수사는 사람의 말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는데 치중하는 경향 아닌가? 강압수사는 대부분 거의 사라졌는데, 강압수사 사실이라면 경찰에서 청문감사관실 방문하여 진정을 넣으면 한후담당 경찰관은 징계를 받을수있음!!

진주 2022-12-17 04:22:27
기자분 멋지십니다!!

정의감 2022-12-16 15:26:46
기자분 대단 하시네요.
바른 언론 오랫만에 봅니다.

기자가한편 2022-12-16 14:40:36
기자가 한편이네... 대구서는 철저히 수사해서 사기꾼들 빨리 검거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