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愛人] 문인들 창작의 산실 ‘예버덩문학의집’ 운영하는 조명 시인
[문화 愛人] 문인들 창작의 산실 ‘예버덩문학의집’ 운영하는 조명 시인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2.12.27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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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 고즈넉한 마을에 2015년 개관...문화향유 공간으로도 자리매김
동료 작가들과 작가 지망생들 자유롭게 집필활동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
입주 작가들과 독자들 서로 주인공 되어 작품 향유하는 입체낭독공연 등 프로그램 개최도
“150년 넘는 역사의 영국 ‘더 오차드 티 가든’처럼 만들고 싶어요”
“이곳 통해 세계적인 고전 명작 한 세 편쯤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죠”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에 위치한 ‘예버덩문학의집’은 2015년 조명 시인이 개관한 문학 집필 공간이다. 문인들의 창작산실이자 독자와의 문학작품 향유 공간으로 자리매김 된지 오래다.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에 위치한 ‘예버덩문학의집’은 2015년 조명 시인이 개관한 문학 집필 공간이다. 문인들의 창작산실이자 독자와의 문학작품 향유 공간으로 자리매김 된지 오래다.

[잡포스트] 이승민 기자 = “예버덩을 영국 문인들의 창작산실로서 150년 넘는 역사의 ‘더 오차드 티 가든’처럼 만들고 싶어요. 이렇게 좋은 자연 속에서 매일 심신을 정화하며 창작에 몰입하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죠. 베스트 셀러 작품집과 국내 수상작들이 이미 여럿 나왔구요. 저의 궁극적인 바람은 예버덩문학의집에서 세계적인 고전 명작이 한 세 편쯤 나왔으면 하는 겁니다. 그 중 한 편은 제가 쓰고 싶어요.”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에 위치한 ‘예버덩문학의집’은 2015년 조명 시인이 개관한 문학 집필 공간이다. 문인들의 창작산실이자 독자와의 문학작품 향유 공간으로 자리매김 된지 오래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주천강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작가들과 작가 지망생들이 자유롭게 집필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개인별 집필실, 카페형 도서실 겸 공동집필실, 가문비나무숲 야외무대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독자들과 입주작가들이 함께 서로 주인공이 되어 문학작품을 향유하는 ‘예버덩 입체낭독회’, ‘예버덩 특강’ 등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거기다 강변산책로가 있어 작가들의 작품 구상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조명 시인.
조명 시인.

예버덩은 고평(古坪)이라는 옛 지명의 우리말로 예버덩문학의집이 위치한 마을 이름이다. 버덩은 “높고 평평하며 나무는 없이 풀만 우거진 거친 들”이라는 뜻인데 이름처럼 이곳은 풀이 우거진 들이 펼쳐져 있다. 앞에는 주천강이 말굽모양으로 흐르고 갯버들 군락 위로 백로들이 자주 날아다닌다. 앞들에는 고라니가 숨어다니며 꾀꼬리 파랑새가 우짖는다. 뒷들에는 자작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가 병풍처럼 방갈로와 본관을 둘러싸고 있다. 해거름이면 앞들에 자리

한 둥그런 ‘노을버덩’에 석양이 내리고 거기서 바라보는 주천강 상류 서녘 하늘의 노을은 실로 장관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택시로 20분 이상 달리면 ‘더 오차드 티 가든’이라는 카페가 있다.

시인 루퍼트 브룩을 비롯해 소설가인 에드워드 포스터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 바이런, 밀턴 등에게 사랑받았다는 공간으로, 1897년에 오픈한 아주 오래된 카페다. 1868년에 생긴 뒤로

케임브리지 학생과 교수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곳은 시인 루퍼트 브룩을 비롯해 수많은 영국 문인들의 창작산실이기도 하다. 옛날엔 바이런과 밀턴, 버지니아 울프 등이 이곳 그란체스터 마을을 다녀갔다. 찰스 황태자도 여기서 차를 마시며 휴식을 즐겼다. 이 정원에는 오래된 사과나무가 많이 남아 있다.

작가들의 창작 공간인 횡성군의 예버덩문학의집도 이런 정원으로 점점 가꾸어지고 있다.

조명 대표의 의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예버덩문학의집은 독자들과 입주작가들이 함께 서로 주인공이 되어 문학작품을 향유하는 ‘예버덩 입체낭독회’, ‘예버덩 특강’ 등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거기다 강변산책로가 있어 작가들의 작품 구상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예버덩문학의집은 독자들과 입주작가들이 함께 서로 주인공이 되어 문학작품을 향유하는 ‘예버덩 입체낭독회’, ‘예버덩 특강’ 등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거기다 강변산책로가 있어 작가들의 작품 구상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예버덩문학의집 앞뜰을 ‘책 읽는 사과나무 정원’으로 가꾸려고 3년 전 봄 사과나무 150그루를 심었습니다. 전형적인 과수원 나무가 아니라 ‘더 오처드 티 가든’의 자연 나무처럼 마음껏 자라게 할 생각입니다. 저의 숨결은 아주 조금만 보태려구요.”

조명 대표는 30여 년을 류머티스 환자로 치료받으며 살아왔는데 최근 염증 수치가 정상화되어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필과 운영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자연 속 아름다운 강변의 경관과 밝은 햇살, 맑은 공기를 품은 이곳은 심신의 정화로 인한 치유와 생산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예버덩문학의집은 조명 시인이 사재를 모두 털어 조성한 곳으로 여기를 거쳐 간 작가들이 현재까지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예버덩이 문학의 마을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작품이 구상되고 탄생하는 문학의 성소가 전국 곳곳에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들을 위한 배려와 보살핌과 기도의 마음이 쌓이고 쌓여 밑거름이 된다면 명작의 탄생이 앞당겨지지 않겠어요?”

창작할 때 선호하는 공간은 작가마다 다르지만 집이라는 생활공간이 창작에 불편하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그래서 요즘 작가들은 주로 인근 카페를 이용한다. 작가들이 마음먹고 집을 떠나면 빈손으로라도 2년은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전국에 적잖은 작가 창작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에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연희 창작촌’이 있고, 강원 원주시에는 토지문화관, 횡성군에는 ‘예버덩문학의집’, 전남 담양군에는 ‘글을 낳는 집’, 해남군에는 ‘백련재 문학의집’ 등 전국 각지에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창작실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한정된 공간이니 입주 경쟁도 치열하다. 예버덩문학의집에서도 운영위원들에 의해 연간 2회에 걸쳐 입주작가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버덩문학의집은 조명 시인이 사재를 모두 털어 조성한 곳으로 여기를 거쳐 간 작가들이 현재까지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예버덩이 문학의 마을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버덩문학의집은 조명 시인이 사재를 모두 털어 조성한 곳으로 여기를 거쳐 간 작가들이 현재까지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예버덩이 문학의 마을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문인들이 예버덩문학의집 운영에 직접 나선 것도 이색적이다.

고진하 시인을 위원장으로, 김태형·김산·배지영·이서화·정란희·조영수·천수호·최창근 등 시인·소설가·아동문학가·극작가가 집필실 운영과 문학 프로그램 등을 직접 담당한다. 고문에는 신경림 시인이, 자문위원으로는 김정환·이상국 시인과 최인석·이순원 소설가, 이화주 아동문학가가 참여했다.

조명 대표는 “갯버들군락 너머 강물 위를 나는 백로들, 커다란 나무에 우두커니 앉은 매, 꾀꼬리 파랑새 다람쥐 수달 고슴도치 초록뱀 풀꽃 그리고 잣나무와 가문비나무 숲이 햇살과 강바람 속에서 아득히 고요를 자아낸다”며 “마치 유년 시절 한낮의 빈집 툇마루에 앉아 마주쳤던 첫 고요와도 같다”고 강조하며 예버덩문학의집을 보듬는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예버덩문학의집’을 배경으로 촬영된 문학예술다큐영화 ‘시인들의 창’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인들의 창’은 김전한 감독이 ‘예버덩문학의집’에서 2년간 문인들의 창작 과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입주작가들이 배우로 출연했다.

조명 시인은 신경림 시인의 추천으로 2003년 계간 '시평'에 '여왕코끼리의 힘'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2008년 첫 시집 ‘여왕코끼리의 힘’을 출간했다. 신경림 시인이 48년 문학인생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걸고 직접 추천해 등단시킨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를 출간해 제6회 매계문학상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이 시집

의 첫 시 ’세족‘이 신문 방송 텔레비전 등 다양한 매체와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독자들에게 크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부부의 날에 가장 사랑받는 시가 되었다.

예버덩문학의집은 자연 속 아름다운 강변의 경관과 밝은 햇살, 맑은 공기를 품은 이곳은 심신의 정화로 인한 치유와 생산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예버덩문학의집은 자연 속 아름다운 강변의 경관과 밝은 햇살, 맑은 공기를 품은 이곳은 심신의 정화로 인한 치유와 생산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한국 시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조명 대표의 첫 시집인 ‘여왕코끼리의 힘’. 시인 신경림은 그 시적 재능을 극찬하며 “아름다운 서정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고 했다. 최승호는 “새로운 문체”에, 김백겸은 “열정과 상상력의 깊이”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차창룡은 “언어를 운용하는 솜씨가 일품”이라며 감탄했다.

첫 시집에서 이렇게 굉장한 저력을 보여 주기란 쉽지 않은 일. 첫 쪽에서 마지막 쪽까지 맥을 놓지 않는 시의 밀도는 읽는 이의 심장을 코끼리처럼 압박한다. 단순히 강렬하다는 것이 아니다. 듣는 순간에는 흐르듯 하면서도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날카로움이 있다. 시어 하나하나가 치밀하고 견고하며 무엇보다 진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치 스스로의 어금니를 뽑아 세공하듯 온 힘을 다해 쓴 흔적이 역력하다. 조명 대표는 이처럼 서정시의 부활과 진화를 이끌 첨병이며, 한국 시의 미래가 ‘여왕코끼리의 힘’에 있는 게 아닐까.

그는 대전 유성 출신으로 중앙대 사범대 유아교육학과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사회복지학 석사)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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