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수 화가 ‘옻칠회화’, 또 하나의 한류(韓流)
전인수 화가 ‘옻칠회화’, 또 하나의 한류(韓流)
  • 민하늘 기자
  • 승인 2023.05.05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옻칠회화’ 작품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전인수 화가, 개인전(세종뮤지엄갤러리 4. 26 ~ 5. 7)에서 만나다
전인수, Flow #18_120x160cm_natural lacquer, gold leaf on wooden panel_2023
전인수, Flow #18_120x160cm_natural lacquer, gold leaf on wooden panel_2023

[잡포스트] 민하늘 기자 = ‘옻칠회화’의 새 지평을 개척하고 있는 전인수 화가의 초대전이 열리는 세종뮤지엄갤러리에는 작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옻칠 특유의 신비롭고 독특한 색감과 질감의 회화 추상성을 잘 드러내는 회화와 조형 작품 7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전인수 화가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 늦은 일정 속에 부랴부랴 챙기고 갤러리로 향했다.

전인수, Flow #10_140x160cm_natural lacquer on wooden panel, gold leaf, mother of pearl_2018
전인수, Flow #10_140x160cm_natural lacquer on wooden panel, gold leaf, mother of pearl_2018

“하늘에서 내리는 강렬한 햇빛에 붉고 푸르게, 때로는 황금, 오렌지, 핑크등의 색으로 변화하는 자연의걸작. 앤틸로프캐년은 누구에게나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이다. Flow 시리즈의 작품들은 이 위대한자연의 신비로움을 옻칠회화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시도이다. 선들이 흩어지거나 모인다. 면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선과 면이 빚어내는 흐름이 미묘한 조화를 빚어낸다. Flow 시리즈에서 보여지는 하나하나의 선들은 천년 세월이 겹겹이 쌓여 빚어낸 자연의 역사를 웅변한다. 검게 칠해진 밤하늘은 무수한 별들로 수놓아지기도 한다. 거칠게 때로는 섬세하게 묘사된 공기와 바람, 하늘과 땅 속의 기운, 물의 흐름과 시간에 의한 결집은 여러 덩어리의 움직임으로 구체화된다.”

전인수, 금강도원 80-1 _140x120cm_나무에 천연옻칠, 금박_2022
전인수, 금강도원 80-1 _140x120cm_나무에 천연옻칠, 금박_2022

옻칠회화 - 시간(時間)의 미학(美學), 인고(忍苦)의 미학(美學)

“옻칠 작업을 진행할 때면 매번 옻 알레르기 인해 내 몸을 갈아 넣는 듯한 인고(忍苦)가 따른다. 언제까지 이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두려움 속에서 해마다 많지 않은 작품들을 선보일 수 밖에 없지만 그 만큼 고통 속에 태어나는 작품 하나 하나가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진다.”

‘옻칠회화’ 작품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전인수 화가, 개인전(세종뮤지엄갤러리 4.26~5.7)에서(사진_ 민하늘 기자)
‘옻칠회화’ 작품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전인수 화가, 개인전(세종뮤지엄갤러리 4.26~5.7)에서(사진_ 민하늘 기자)

“전통적인 산수화를 옻칠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광(光)내고 매끈하게 마무리하는 옻칠 기법에서 벗어나 회화적 특징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자 ‘찌글거리는’ 옻칠의 물성(物性) 그대로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다. 옻칠의 거친 느낌 그대로, 두께와 질감 그대로, 굴곡과 그림자 그대로, 캔버스에 황토를 발라놓고 온 몸의 기(氣)를 손끝에 모아 한 번에 쓸어 내리는 붓 결 그대로의 작업, 마치 수묵화의 붓질처럼 같은 결의 작업이다.”

‘옻칠회화’ 작품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전인수 화가, 개인전(세종뮤지엄갤러리 4.26~5.7)에서(사진_ 민하늘 기자)
‘옻칠회화’ 작품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전인수 화가, 개인전(세종뮤지엄갤러리 4.26~5.7)에서(사진_ 민하늘 기자)

“항상 바탕에는 금박이 입혀져 있어서 색(色)이 서서히 드러난다. 옻칠은 완성되기까지 수차례 반복되는 밑 작업으로 자제력과 인내가 필요한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거쳐 칠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최소 3,4개월이 소요된다. 거기에 3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묵혀야 완벽한 색(色)을 얻는다고 한다. 제 옻칠회화 작업에서의 색(色) 또한 오랜 시간을 거쳐야 완성된다. 그리고 그 색(色)은 계절과 온도에 따라 심지어 전시장의 조명에 따라서도 색(色)이 발현(發現)되는 속도가 다르다. 칠이 두껍게 올라온 겉이 마르는 속도와 그 밑의 마르는 속도가 달라 생기는 필연적인 불협화음(不協和音)을 계절과 온도에 따라 조정(調整)해 나가는 작업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전인수, 마음을 쌓다 / Hearts(사진_ 민하늘 기자)
전인수, 마음을 쌓다 / Hearts(사진_ 민하늘 기자)

“돌탑에 깃든 사람들의 바람과 기원을 코코넛 보울을 재료로 형상화했다. 코코넛 겉면을 세심하게 다듬고 칠과 사포, 안료 작업을 거쳐 영롱한 색감을 지닌 마음 조각을 완성한다. 작품이 올려지는 좌대는 검은 옻빛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니기도 하고 또는 추상적인 흐름의 선과 면들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형과 색의 어울림을 표현하고 있다. 나의 마음, 너의 마음, 우리의 마음, 작은 정성을 하나씩 쌓아 올리며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의미가 전해지기를 바래며”

마음을 쌓다 / Hearts
전인수, Hearts(사진_ 민하늘 기자)

코코넛’의 재발견 - 입체 조형 작업의 키(Key)

“지금까지 회화 작품을 해오다 처음으로 입체 조형작업을 진행하는 설렘과 공간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코코넛’이라는 재료를 주목하게 되면서 탄력을 얻게 됐다. 수명을 다해 땅에 널브러진 코코넛의 겹겹이 쌓인 수많은 타래들은 층층이 나무결과 완벽히 대비되며 옻칠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다.”

서구적 재료인 코코넛이 동양의 옻칠에 의해 새 생명을 얻고, 마치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대지를 아름답게 피워낼 꽃망울처럼 새로운 차원의 예술 작품으로 재 탄생하게 되는 마법 같은 작업이다.

전인수, 염원(Desire) (사진_ 민하늘 기자)
전인수, 염원(Desire) (사진_ 민하늘 기자)

염원(念願/Desire)

”칠을 부어놓고 입김을 불어넣은” 간절한 기원(祈願)

메마른 대지에 첫 생명을 기다리는 억겁(億劫)의 시간, 생명이 살고는 있는지 조차 모를 척박한 화성(Mars)에 물 흘렀던 자욱이라 기대하며, 갈적색 대지에 수놓은 존재(存在)의 지문(指紋)을 찍어낸 듯 새 생명, 근원(Origin)에 대한 기원(祈願)

전인수, Over the Universe_100x100cm_나무에 천연옻칠, 금박_2023
전인수, Over the Universe_100x100cm_나무에 천연옻칠, 금박_2023

전통공예의 옻칠(natural lacquer)은 작가에게로 와서 그 자체로 머물지 않는다. 옻칠이라는 과거로부터 얻은 선물을 소재로 회화작품에 적용한 것은 탁월한 한 수다. 미래로 가는 열쇠를 찾은 것이고 세계가 주목하는 그 지점이다. 기존의 유채나 아크릴 작업과는 판이하게 다른 색감과 깊이, 고급스러운 독창적인 아름다움까지 거기에 수천 년을 지나도 썩지 않는 반영구적인 재료인 옻칠의 보존성까지 세계인들이 충분히 매료될 만 하다. 옻칠회화 언어(言語)로 세계 속에 또 하나의 한류(韓流)를 이끌고 있다.

이번 전인수 작가의 봄 전시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머지않은 가을에 다시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서울 종로, 왕이 거닐던 돈화문로에 위치한 돈화문갤러리에서 이번에는 ‘나의 마음, 너의 마음, 우리의 마음, 작은 정성을 하나씩 돌탑처럼 쌓아 올리는 함께하는 전시’로 구성된다는 소식이다.

기자의 틈 ‘관조(觀鳥)’ – 자유로운 영혼, 나 그리고 여러분
기자의 틈 ‘관조(觀鳥)’ – 자유로운 영혼, 나 그리고 여러분(사진_ 민하늘 기자)

한편 전통 옻칠 기법과 회화 본연의 기법을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한 오리엔탈적이면서도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전인수(Chun, Insoo) 작가는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 홍익대 미대에서 동양화 학사, 석사를 전공했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에서 미술사 학사, 뉴욕대에서 예술경영 석사를 마쳤다.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 컬렉션 파트와 전시기획파트에서 근무하며 서양 관객들의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하고 세계적인 흐름을 읽어냈다. 개인전 21회 및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다.

전인수, 한글_Blooming 50-1_90x110cm_나무에 천연옻칠, 금박_2022
전인수, 한글_Blooming 50-1_90x110cm_나무에 천연옻칠, 금박_202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