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쉬웠던 ‘네 탓 공방’, 지금은 내자가추(來者可追) 자세를
[데스크 칼럼] 아쉬웠던 ‘네 탓 공방’, 지금은 내자가추(來者可追) 자세를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6.0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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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트] 김민수 기자 = 참으로 요란한 아침이었다.

31일 6시 31분, 서울시에서 발송한 위급 재난 문자와 함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용은 서둘러 대피준비를 할 것. 왜 대피해야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지레짐작되는 것은 있었다. 며칠 전부터 북한이 우주발사체 발사를 예고했던 것이 떠올랐고, ‘이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상가상 포털 사이트도 순간적으로 접속이 되지 않아 시민들의 혼란과 불안함은 극에 달했다. "대피하라”라는 위급 재난 문자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파자마 차림으로 허겁지겁 대피를 떠난 이들의 사례도 커뮤니티에 다수 올라왔다.

수 분 후, 또 다시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행정안전부에서 7시 3분께 발송한 위급 재난 문자였고 내용은 허탈했다.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 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

당연하게도 현재 비난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북한은 5월 31일부터 6월 11일 사이에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미리 예고한 바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과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도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잔해가 떨어질 가능성 있기 때문이다.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는 미리 예고되어 있었다. 이미 도발이 예고되어 있던 상황에서 이날 서울시는 6시32분부로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9분 후인 6시41분 시민들에게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무려 9분이라는 시간 뒤에 대피령을 내렸고, 그마저도 오발령이었다.

시민들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이유는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한 쪽은 대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 쪽은 아니라고 그러니 시민들은 출근을 해야 하는지 대피를 해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에 빠졌고, 오발령으로 결과가 나오자 대중들은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면 그냥 죽겠구나. 예고된 발사였는데도 9분 뒤에야 대피령이 떨어지면 다 죽으라는 것 아니냐”, “앞으로 경보가 울리게 되어도 믿어도 될지 의구심이 들 것만 같다” 등의 반응이다.

서울시가 경계 경보를 오발령하고 행정안전부가 뒤늦게 바로잡고 나니 이제는 ‘네 탓 공방’을 펼치며 서로 책임 회피에 급급한 상황에 대중들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다. 발령 경위를 놓고서 기관들끼리의 책임 회피는 결코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지 않는 그림이다.

행안부는 ‘경보 미수신 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했으나 서울시가 지령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서울시는 “행안부에 추가 확인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자체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하며, “현장 실무자의 과잉대응이었을 수도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며 오발령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안전에는 타협이 없고 과잉으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 생각한다”라는 입장은 뜻은 이해가 가지만 이른 시각, 어떠한 설명도 없이 갑작스럽게 날아온 대피 문자에 시민들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공포심을 심어주게 된 꼴이다. 설사 이번 상황이 실제 전시 위기 상황이라 가정하여도 끔찍하다. 불안정한 재난 관리 시스템 체계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큰 위기에 처해졌을 것이라 가히 생각된다. 

엄연한 휴전국가로서 국가적 안보에 관한 부분에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필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삼아 시민들 역시 경각심을 가지고 전시 위기 긴급 상황이 닥쳤을 때 행해야 할 행동들을 숙지하며, 기관들 역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매뉴얼 시스템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도 없고 미래를 미리 내다볼 수도 없다. 하지만 같은 아쉬움을 또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이라 생각된다. 잘잘못을 인정하고 고쳐야 될 부분은 개선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내자가추(來者可追) 자세를 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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