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교복’ 불만, 원인은 단가비율표?
해마다 반복되는 ‘교복’ 불만, 원인은 단가비율표?
  • 전진홍 기자
  • 승인 2023.02.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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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트] 전진홍 기자 = 전국 5000여개의 중·고등학교 학생 및 학부모들이 해마다 신학기를 앞두고 교복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허술하기 그지없는 교복 품질 문제부터 정해진 업체에서만 교복을 구입해야 하는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에 대한 의심까지 불만의 종류도 다양하다.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가 해결하지 못한 교복 시장의 문제는 대체 무엇일까?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 교복 비용 부담 줄이려 시행했지만… 명과 암 뚜렷해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란 서민 물가 안정과 교육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적용된 교복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2015년 처음 도입되어 올해로 시행 9년차를 맞이했다. 

2013년, 교복업체의 과잉 마케팅으로 인해 교복 가격이 5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어나자 당시 교육부에서는 교복 가격을 안정화 할 목적으로 교복 상한가 제도와 최저가 입찰 방식을 도입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여 교복 가격에 대한 상한가를 결정하면 전국 중고등학교는 그 이하의 가격으로 교복을 구매하는 전자 입찰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 교육청이 정한 교복 상한가는 314,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교복 가격은 교복 상한가에 비해 낮게 책정된다. 이는 최저가 입찰 방식 때문에 교복업체 간의 가격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에 따라 각 학교는 해마다 하나의 교복 업체를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학부모들은 그 업체에서만 해당 학교의 교복을 구입할 수 있다. 전년도 브랜드에 해당 학교의 교복이 재고로 남아 있다면 구매할 수 있긴 하지만 결국 교복업체는 일년에 단 한 번인 학교와의 계약 체결을 위해 최저가를 적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 결과, 교복 가격은 교복 상한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결정되는데 부산의 A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16만3천원을 적어낸 업체가 낙찰되었다. 이 같은 문제는 울산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가비율표상 비공정,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돼

별도 추가 구매 시 교복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현행 학교주관 교복구매제의 허점이기도 하다. 입찰을 진행할 때 학교 측에서는 단가비율표를 제공하고 교복업체 역시 이를 참고하여 단가비율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단가비율표는 입찰 금액 내에서 복종별 단가 기준을 기록한 자료로, 예를 들어 입찰 금액이 30만원이라면 자켓 15만원, 니트 6만원, 셔츠 4만원, 바지 4만원 등 각각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단가비율표를 지키지 않으면 평가 시 최저 점수를 받게 되는 데다 소비자가 추가 구매할 때에도 단가비율표를 기준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단가비율표의 중요성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최저가 낙찰을 통해 출혈 경쟁을 진행하다 보니 낙찰된 교복 업체는 손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추가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셔츠, 바지 등의 복종에는 단가 비율을 높게 책정한다. 16만원으로 최저가 낙찰을 받은 업체를 예로 들면, 자켓이나 니트 등 재구매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복종에는 각각 1만원, 3만원의 낮은 단가비율을 책정하지만 바지나 셔츠 같은 복종에는 4만원, 8만원의 높은 단가비율을 책정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복을 구매할 때 셔츠, 바지 등의 여벌을 함께 구입하는데 셔츠를 단 2~3장만 추가 구입하더라도 30만원 상당의 교복지원금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게다가 몇몇 교복업체는 ‘재고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보다 비싼 가격에 교복을 추가 구매하도록 만드는 ‘꼼수’까지 발휘하고 있어 소비자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합리적인 비율로 제출하라는 공고문의 명시에도 단가비율표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고 제출 서류에 대한 검토도 미흡하여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무분별한 가격 경쟁 막아야… 교복업체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길 없을까 

교복 업계도 할 말은 많다. 이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상한가 결정이 교복 퀄리티 하락의 주된 책임으로 본다. 상한가를 결정할 때 오직 소비자물가 인상률만 고려할 뿐,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분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교복업체들도 고사하기 직전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해, 전국 시도교육청이 결정한 올해의 교복 상한가는 평균 31만4586원으로, 학교주관 교복구매 제도가 도입된 2015년에 비해 8년간 겨우 11% 상승했다. 그 동안 교복을 만들 때 쓰는 양모, 면 등의 주요 수입 원자재 가격은 무려 25%와 38%나 상승했으며 최저임금 역시 72%나 올랐다.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인해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복 업체의 생존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품질 경쟁, 소재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상한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만 하면 되는 최저가 입찰 제도 하에서는 교복 품질이 점점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복 상한가 현실화, 납품가격 자동 연동제 등 최저가 경쟁을 예방하고 교복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며, 교복 추가 구매에 있어 단가비율표에 대한 관리감독도 면밀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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