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단재 신채호의 외침 ‘조선상고사’ 개정판 출간
시공사, 단재 신채호의 외침 ‘조선상고사’ 개정판 출간
  • 신영규 기자
  • 승인 2023.12.07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우리 고대사의 참모습을 찾고자 노력한 신채호의 역작
현대적 해설과 주석으로 새롭게 탄생하다
'조선상고사' 표지

[잡포스트] 신영규 기자 =시공사가 천 년을 담은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출간했다. 조선상고사는 독립운동으로 10년 실형을 받고 뤼순감옥에서 투옥 중인 신채호가 1931년 6월부터 10월까지 ‘조선일보’에 ‘조선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엮은 것으로, 신채호가 순국한 지 12년이 지난 1948년에 출간됐다.

책은 단군시대부터 백제부흥운동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제1편 총론 △제2편 수두시대 △제3편 삼조선 분립시대 △제4편 열국쟁웅시대(중국과의 격전시대) △제5편(一) 고구려의 전성시대 △제5편(二) 고구려 중쇠와 북부여의 멸망 △제6편 고구려·백제 충돌 △제7편 남방 제국의 대(對)고구려 공수동맹 △제8편 삼국 혈전의 개시 △제9편 고구려의 대(對)수나라 전쟁 △제10편 고구려의 대(對)당나라 전쟁 △제11편 백제의 강성과 신라의 음모 등 모두 11편으로 이뤄져 있다.

이 책은 ‘조선상고사’ 원문을 현대어로 바꾸고, 명백한 오류를 바로잡는 한편, 원문에 없는 해설과 주석을 별도로 추가함으로써 독자들이 더 쉽고 정확하게 신채호의 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신채호는 ‘역사는 역사 이외의 다른 목적 때문에 기록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 상고사는 ‘작자의 의도에 따라 많은 사실관계가 달라진’ 불완전한 역사라 규정한다. 특히 묘청이 유교도 김부식에 패배한 이후 이 땅에는 유교도가 득세하게 됐으며, 그 영향으로 중국을 높이고 스스로를 낮춰 역사를 서술하는 경향이 지배하게 됐다고 단언한다. 이는 신채호가 ‘유교도 김부식’과 그가 서술한 ‘삼국사기’를 비판하는 주된 이유다. 또한 “내란의 빈발과 외적의 출몰이 우리나라 고대사를 쓰러뜨리고 무너뜨렸다”는 안정복의 의견에 대해 “내란이나 외환보다는 조선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조선사가 쓰러지고 무너졌다”고 밝힌 까닭이기도 하다.

이에 신채호는 그 당시 “현존하는 서적들을 갖고 장단점을 파악하고 대조”해 천 년 이상의 역사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거나 축소된 우리 고대사를 바로잡고자 했다. 신채호가 ‘조선상고사’를 통해 ‘삼국사기’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단군의 시대를 많은 부분 할애해 서술하고, ‘대중국 투쟁’의 선봉에 선 고구려의 역사를 중요하게 기록한 것 등은 ‘작자의 의도로 사실관계가 달라진 불완전한 역사’를 제대로 서술하고자 한 그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신채호의 새로운 역사인식 체계는 삼국시대 서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채호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처럼 신라 중심으로 서술된 상고사를 개탄하며, 그 대신 하나의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고구려와 백제, 가야, 신라 등의 역사를 균등히 기록하고자 노력했다. ‘삼국사기’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백제가 ‘조선상고사’에서는 부여와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로 중요하게 서술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단재 신채호의 독립투쟁 활동의 사상적 근간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에 관한 기록이다’는 ‘조선상고사’의 머리말 격인 총론에 나오는 명제다. 신채호는 계속해서 “‘비아’를 정복하여 ‘아’를 드높이면 투쟁의 승자로서 미래 역사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반면에 ‘아’가 파멸돼 ‘아’가 ‘비아’에게 바쳐지면 투쟁의 패자로서 역사의 흔적 정도로 그치고 만다”고 강조한다. 즉, “조선 민족이 그렇게 되어온 상태(아와 비아와 투쟁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신채호는 우리 역사를 우리 민족인 ‘아’가 ‘비아’인 다른 민족과의 투쟁의 과정으로 인식했다. 이와 같은 ‘역사는 투쟁의 과정’이라는 인식은 일제강점기 당시 신채호가 행한 다양한 독립투쟁 활동의 사상적 근간이었다.

또 신채호는 ‘조선상고사’를 통해 “기대와 달리 승자가 아니라 패자가 되는 사람들이 항상 생겨나는” 까닭을 역사로 살펴봄으로써 ‘지금’을 경계하고 ‘훗날’을 준비하고자 했다. 신채호에게 한국사 연구는 독립투쟁의 또 하나의 방편이었던 셈이다. 이와 같은 신채호의 역사 인식과 시대 인식이 담겨 있는 ‘조선상고사’는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기록이다.

옮긴이 김종성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월간 ‘말’ 동북아 전문기자와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방문학자로 활동했으며, 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옛 ‘헤리티지채널’)의 자문위원과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문화유산채널’에 명사 칼럼, ‘민족 21’과 웅진씽크빅의 ‘생각쟁이’에 역사 기고문을 연재했으며, ‘오마이뉴스’에 ‘김종성의 히, 스토리’,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등을 비롯한 여러 개의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기업인들에게 한국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외부 강사로 삼성 신입사원들에게 역사를 강의했다. 기독교방송(CBS) ‘김미화의 여러분’과 교통방송(TBS) ‘송정애의 좋은 사람들’ 등에서 역사 코너에 출연했고, 불교방송(BBS) ‘아름다운 초대’의 ‘재미있는 조선사’ 코너에 출연했다.

지은 책으로 ‘대논쟁 한국사’,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세종이다’, ‘역사 추리 조선사’, ‘당쟁의 한국사’, ‘패권 쟁탈의 한국사’, ‘신라 왕실의 비밀’,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조선 노비들’, ‘조선을 바꾼 반전의 역사’, ‘왕의 여자’, ‘한국사 인물통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발해고’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