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섭의 신세계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가능할까
[조인섭의 신세계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가능할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2.22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조인선 변호사

[잡포스트] 김민수 기자 = '유책주의'란 혼인파탄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는 경우에만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것을 말하고, '파탄주의'는 혼인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상관없이 부부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었다면 이혼을 해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혼청구에 대해 유책주의를 채택한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조문은 유책주의를 채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과거에는 실제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대부분 기각되기도 했다.

그런데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 9. 15. 선고 2013므568)에서는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 유책주의의 예외 사유를 새롭게 제시했다.

그리고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에서는 배우자가 이혼은 거부하면서도 정작 부부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면,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판결을 했다.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했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 유지 의사는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이혼소송 전후의 모든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실제 관계 회복에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라면, 유책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 혼인관계 복원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채 상대방만 비난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는 경우

■ 이혼소송 중 법원에서 권유하는 부부상담을 거부하는 경우

■ 과거에 유책배우자이혼청구라는 이유로 기각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도 유책이라고 비난을 계속하고 상대방에게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는 경우

■ 혼인관계 회복과 양립되기 어려운 민형사소송 등을 제기하는 경우

■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

등에는 유책 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말로만 혼인 유지를 원하는 것처럼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해 보호의 필요성이 크거나, 이혼하면 각종 사회보장급여 등을 못 받는 경우,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 혼인의 유지가 자녀에게 미칠 긍정적 영향과 파탄된 혼인 유지가 끼칠 부정적 영향 등과 같이 생계 유지나 자녀 복지와 관련된 이유라면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이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판시했더라도, 막상 당사자가 되면 이혼 청구 여부는 물론, 제반된 여러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재판상 이혼까지 가지 않고 조정 이혼을 신청하는 방향도 있으나, 혼인파탄의 원인 제공, 혼인 유지 의사 등과 더불어 재산분할과 같은 첨예한 대립이 일어날 수 있는 내용들은 서로 쉽게 양보를 하지 못해 결국엔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재판상 이혼 청구를 하거나, 청구에 대응해야 한다면,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혼 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금물이다.

소송 청구 전에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는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처한 상황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소송에 앞서 법률 조력이 가능한 이혼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면밀하게 검토하며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신세계로 이혼상속 전문 조인섭 변호사 (대한변협 인증 가족법 전문 1호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