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인공지능 로봇심판
[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인공지능 로봇심판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4.01.10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23년 12월 21일 자 언론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

'프로야구 포수 레전드' 이만수 전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이 내년 시즌 도입하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 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일명 '로봇 심판'에 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냈다.

이만수 전 감독은 21일 제7회 이만수 포수상·홈런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ABS로 인해 한국 야구가 퇴보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기계가 하면 야구 특유의 재미가 사라질 것 같다"라며 "특히 포수의 역할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전 감독은 "이제 포수들은 프레이밍(framing ·포수가 투수의 공을 포구할 때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받기 위해 미트를 움직이는 행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라며 "이런 환경으로 인해 유망주 선수들이 기술 훈련을 등한시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판정 불신이 사라진다는 것은 ABS의 좋은 영향 중 하나"라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ABS가 가져올 변화를 잘 준비하고 한국 야구가 뒷걸음질하지 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ABS 도입과 관계없이 포수들이 계속 잡기 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포수는 잘 잡고, 잘 막고, 잘 던져야 한다"라며 "야구가 변하더라도 이 세 가지는 변할 수 없는 진리"라고 말했다.

이어 "규정이 바뀌더라도 학생 선수들은 이를 잊지 말고 훈련하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만수 전 감독은 ABS 도입으로 타자가 유리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감독은 "어느 상황에서든 스트라이크 존이 일정하기 때문에 타자들은 새로운 존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라며 "해당 존에 맞춰서만 훈련하기 때문에 상대 투수 공략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돌아오는 2024년부터 주심은 수신기와 이어폰을 통해 볼 판정 내용을 전달받은 뒤 그대로 판정을 내리게 된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먼 훗날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사람이 야구하는 그런 시대가 아닌 로봇으로 야구하는 그런 시대가 열리지 않는다는 법이 과연 있을까?

내가 아직 현역선수였다면 도입에 찬성했을것 같다.

선수들에게 심판 콜이란 정심(正審)은 기억이 안나지만 오심(誤審)은 오랫동안 기억나는 법이다. 다만 야구인의 선배로서 프로야구 미래를 생각하면 ABS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다.

당장 프레이밍이 필요성이 사라지고, 이와 연계된 일련의 상황들 때문에 내가 알고 환호하던 포수들의 예쁜 플레이들이 없어질까 걱정된다.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된 테니스의 호크아이(공궤적추적시스템)는 도입전 우려와 달리 성공적이었는데, 화면에 그래픽으로 표시되며 시스템이 관중과 같이 호흡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고, 실제로 보면 챌린지 자체가 재미있다.

야구의 ABS는 이런 시각적 요소가 없기 때문에, 관중과 시청자를 위한 어떤 흥미로운걸 마련하기도 어렵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올해부터 KBO는 세계최초로 프로리그에서 전면 ABS를 가동한다. 정확한존과 함께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ABS는 적응기간이 끝나면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꿀것 같다. 

나 이만수가 겪은 수십년의 주심과의 보이지 않는 서로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없어질 것이다.
  
선수, 관중, 심판으로 나눠보면, 선수들에게는 정확한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아주 공평한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감독 생활을 하며 늘 마음 아팠던건 대타를 내보냈더니 점수차가 있다고 스트라이크존을 조금만 넉넉히 잡아주는 심판을 만나버리면, 말을 못했지만 모처럼 대타로 나간 선수의 장래를 망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팬에게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만, 존이 정확하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게 긍정적이고, 재차 얘기하지만, 프레이밍이 안된 스트라이크를 보셔야 한다는 것, 땅만큼 떨어져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 후) 잡힌 공으로 루킹 삼진을 보실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점도 있다. 이후의 야구는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에 이런 볼로 경기 종료가 될 수도 있다.

심판, 특히 주심에게는 지금 현상황에서 집중력에 따른 엄청난 체력부담이 좀 덜게 되니 좋고,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자유로우니 파울페어, 쓰리피트레인확인, 타자의 인터페어등 다른 판정의 정확도가 올라갈 것이다. 

더 나아가 얘기하면, 현재는 자세를 힘든 자세로 낮추고 볼을 보기위해 심판은 slot position을 찾아 자세를 취하는데, 이후의 야구는 이게 필요 없을 수 있다. 따라서 기동성이 빠른 자세를 취하고 도루를 잡으려는 포수의 송구시 벌어지는 심판의 방해등을 생각해 포수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는게 ABS가 가져오는 심판의 변화일 것이다.     

스트라이크존이 정확해지면 좋다는 명제에는 반대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ABS도입으로 인해 생각지 못한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고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와는 조금 다른 야구를 만나게 된다.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야구도 나에게, 우리에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즐겁지 않으면 야구가 아니니까...

[글 /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