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자는 대구의 조현숙, 당선작 ‘풍락초’
제5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자는 대구의 조현숙, 당선작 ‘풍락초’
  • 신영규 기자
  • 승인 2023.11.06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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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시상식, 순수필동인지 제7집 출판기념회도
당선자는 창작준비금 300만 원 수여
제5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자 조현숙 수필가
제5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자 조현숙 수필가

[잡포스트] 신영규 기자 =전북 전주에서 활동하는 ‘순수필 동인회’가 주관하는 2023년 제5회 순수필문학상 전국 공모 당선작이 가려졌다. 수상자는 대구에 사는 수필가 조현숙 씨. 당선작은 <풍락초>가 선정됐다고 순수필 동인회가 1일 밝혔다.

순수필 동인회에 의하면 지난 8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공모를 통해 응모된 작품은 102명에 총 204편. 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는 다소 적었지만 작품 수준은 한층 높아졌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응모자 20명의 작품 29편. 29편의 작품 속에는 순수필 동인들이 추구하는 문예수필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형진 문학평론가는 “2차 본심에 올라온 29편의 작품을 꼼꼼하게 읽은 결과, 이중 <몰래 한 이사>, <고립 사이 빛>, <노을, 별을 품다>, <풍락초> 등 4편이었다”며 “이 4편은 수필작품으로서의 우수성은 물론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여 어느 한 작품을 추켜들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형진 심사위원은 “당선작을 고르기 위해 다시 4편의 작품을 톺아 읽기 시작한 결과 <몰래한 이사>에서 먼저 눈길을 잡은 것은 문장이었다. 깔끔하면서 속도감 있는 문장이 눈에 들었다.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두 인물의 대비를 지그재그식 구성을 통해 이끌어가는 전개에도 마음이 끌렸다. 오랜 기간 간병하던 후두암 환자인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서둘러 이사를 감행한 화자와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들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세탁소 아저씨.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아저씨를 통해 자아를 뒤돌아보는 화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고립 사이 빛>은 제주도에 딸린 외딴섬 비양도에서 만난 등대. 등대는 외딴섬에 고립되어 있으면서 어두운 바다에 빛을 쏘아 항해자가 자기 위치를 가늠하고 나아갈 방향을 알게 하는 나침판의 역할을 한다. 사람 사는 사회는 풍랑 많은 망망대해와 같다. 그러한 사회에서 화자는 등대와 같이 고립된 존재이면서 등댓불에 의존하여 어두운 세상을 헤쳐가는 존재. 외딴섬 비양도 등대를 찾은 화자는 등대의 고립과 등대가 발하는 빛 사이에서 자아를 점고한다. 진중하고 사변적인 문장으로 깊이 있는 사유를 표출한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순수필 동인들이 전주 중화산동 청아나루 작은도서관에서 합평회를 하고 있다.

“<노을, 별을 품다>는 화자인 할아버지는 아들, 손자와 함께 낙동강 하구 다대포를 찾는다. 화자에게 낙동강 하구 다대포는 추억이 남다른 곳이다. 젊은 시절의 추억은 물론 아들이 어릴 적에 왔던 추억 또한 뚜렷하다. 그 추억을 더듬어 지금은 손자와 함께 왔다. 손자에게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누렸던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서다. 백사장을 지나 갈대밭 길에 들어섰을 때 하구 정비로 인해 옛 추억들이 조각나 있음을 느낀다. 해질녘, 갈대밭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 잡은 화자는 손자의 손을 잡고 일몰을 감상한다. 노을이 스러진 뒤 떠오르는 별. 화자, 아들의 뒤를 이을 손자가 큰 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녹아 있다”고 했다.

“<풍락초>의 화자는 카페 통유리창을 통해 위태로운 갯바위 위에서 풍락초를 건져 올리는 여인을 보고 있다. 어촌계에도 속할 수 없는 여인이 바다에서 건지는 고된 삶의 모습. 여인을 보며 떠올리는 엄마의 삶. 세파에 떠밀려 파탄 난 엄마의 삶이 어촌계원이 될 수 없어 풍락초를 건지는 여인의 모습과 겹친다. 여기에 이르면 파랑 많은 바다에서 떠도는 풍락초는 거친 세파에 떠밀려 살아온 엄마이면서 갯바위 위에서 고되게 풍락초를 건지는 여인 역시 엄마가 된다. 그리고 카페 통유리창을 통해 그 여인에 집중하고 있는 화자 역시 그에 동화된다. 쉽게 읽히면서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지 않는 문장이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종심에 올라온 4편은 어디에 내놓아도 한자리할 만큼 당당했다. 그러나 당선작은 한 편. 최종적으로 주제 표출 방법, 구성, 문장 표현 등의 문예적 요소를 따지며 톺은 결과로 끝까지 남은 작품이 <풍락초>”였다며 제5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작으로 <풍락초>가 선정됐음을 밝혔다.

조현숙 씨는 “지난봄, 바닷물결이 쉼 없이 굼실거리는 영덕 강구항에서 그 여인을 봤다”며 “너울이 물머리를 세우며 덤벼드는 높직한 갯바위에서 파도에 뜯겨 떠밀려 오는 풍락초를 건지고 있다. 뭍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 대신 미역을 따는 갯마을 사람들. 수년 전, 동생네가 영덕으로 부임해 갔을 때, 첫날 한 일이 한가득 쌓인 치렁치렁한 미역을 다듬는 일이었다. 퍼런 미역밭에도 속하지 못한 그 여인은 삶의 바다에 불어오는 숱한 파랑을 고꾸라지면서 건너온 저의 시간인 양 아팠다. 그러니 쓰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라며 글의 소재가 <풍락초>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어서 “잘 써지지 않아서 힘들 때도, 잘 쓰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에도, 쓰고 읽을 수 있는 시간이 감사하다. 종일 글 쓴다고 목과 허리에 덕지덕지 붙인 파스는 내 삶을 성실하게 퇴고하려는 증표 같다. 글쓰기를 핑계로 날마다 허술해지는 아내의 자리를 말없이 채워주는 남편에게 고맙고, 상의 엄정한 무게를 새기면서 순정한 글을 향해 착실히 걸어가겠다”고 당선 소감을 피력했다.

한편 순수필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18일(토)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 3층 대연회장에서 순수필 제7집 출판기념회화 함께 열린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창작지원금 300만 원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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