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관광 케이블카는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릴까?
[시사칼럼] 관광 케이블카는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릴까?
  • 한건우 기자
  • 승인 2023.11.2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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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외래교수

[잡포스트] 논란이 됐던 국립공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40년 만에 승인되고 착공식마저 진행하자 한반도 전역이 관광 케이블카로 들썩인다. 설악산에 버금가는 지리산은 물론 웬만한 국립공원이나 경관이 좀 수려하다고 알려진 지역의 관광지 곳곳에서도 케이블카 놓겠다고 난리다. 마치 케이블카가 지역을 먹여 살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되는 양 앞다퉈 유치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한결같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활성화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공언한다. 덧붙여 교통약자를 위한 복지 서비스 제공과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친환경개발을 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심지어는 케이블카 건설이 오히려 등산객으로부터 산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궤변마저 늘어놓기도 한다.

우선 케이블카 건설이 자연생태계와 환경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는 논외로 하자. 케이블카는 시설 그 자체가 경관을 해치고 건설과정에서도 대규모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며 운행 과정 또한 자연생태계에 치명적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서는 그럼에도 관광 케이블카를 굳이 설치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한번 따져보자. 모두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제일의 이유인 경제성 측면을 살펴보자는 말이다. 과연 케이블카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비장의 카드요, 지역 발전의 블루칩일까? 

한마디로 말해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케이블카 사업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거나 지역주민들이 혜택을 누린 사례는 없다. 

왜냐하면 케이블카가 예상만큼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고 운영으로 흑자를 내는 곳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흑자를 내는 몇몇 곳 또한 그 이익은 고스란히 개인사업자에게 돌아갈 뿐 지역 경제와는 무관하다.

우선 기대하는 것만큼 이용객이 많지 않다. 심지어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마저 이용객이 많지 않다. 한마디로 인기가 별로란 말이다. 성공적인 케이블카로 불리는 서울 남산과 설악산 권금성, 통영 미륵산의 연평균 관광객 2800백만 명 중 실제 케이블카 이용 탑승객 수는 3.6%인 100만 명에 불과했으며, 다른 곳의 이용률은 2%를 밑돌았다. 이 수치는 케이블카가 관광객 유치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자치단체들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관광 케이블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흑자를 내는 곳도 거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관광 케이블카는 41곳이 운영되고 있다. 2015년까지는 20곳 정도밖에 안 됐는데 8년 사이에 2배로 늘었다. 2007년 통영 케이블카와 2014년 여수 케이블카가 대박나자 그런 성공모델을 보고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이중 통영과 여수의 해상케이블카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개장 초기 반짝하다 이내 침체기로 빠지며 운영난에 허덕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롤모델로 여기는 통영 케이블카 마저 이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한 통영 케이블카는 한때 연평균 128만 명 정도가 이용하며 8년 만에 누적 이용객 1000만 명을 돌파한 ‘국민 케이블카’로 각광받았으나 현재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16년부터 차츰 이용객이 감소하기 시작해 2019년에는 85만, 2020년엔 43만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2021년에는 42만, 이용객 수가 계속 줄면서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가장 모범사례인 통영이 이러면 다른 곳은 어떨까? 경남 사천 바다케이블카도 개통한 2018년에는 흑자를 냈지만 그 뒤로 이용객이 계속 줄면서 2020년에는 40억 손실로 전환됐다. 부득이하게 요금 인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지만 관광객 이용이 줄어드는 데 요금만 올린다고 적자가 해소될까.

사실 케이블카 사업의 경영난은 어제오늘의 일만도 아니다. 십여년 전 자료인 2014년 12월 문화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그때 이미 국내에서 운행하고 있는 20곳 관광용 케이블카 가운데 연평균 영업이익 10억 원을 넘긴 곳은 고작 통영(38억8천)을 비롯해 설악산 권금성(46억8천)과 서울 남산(15억4천) 세곳뿐이었다. 울릉도(3억)와 대구 팔공산(3억), 부산 금정산(2억4천), 해남 두륜산(2억3천), 완주 대둔산(2억 원) 등은 2억~3억 원대에 불과했으며, 구미 금오산(7천), 밀양 얼음골(3천), 그외의 시설은 실질적으로 적자에 허덕이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통영 해상케이블카 설치비용이 174억 정도였는데 나머지 17곳은 설치비를 매우는 데만도 6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나마 성공사례로 꼽혔던 통영은 여수 목포 등과 더불어 유명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해상케이블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한려수도 다도해 경관을 사시사철 조망할 수 있고 야간 운행도 가능한 장점이 작용하고 있어서 여타 산악케이블카 보다 더 유리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케이블카 역사에서 불패신화를 기록하고 있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어떨까.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연간 탑승객 수가 약 70만 명이고 연간 흑자 규모는 30~40억 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50년 넘게 흑자경영을 이어오고 있지만 케이블카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 속초 설악동 상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황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설령 케이블카 사업이 대박 나더라도 주변 상권을 포함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관광 사업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체류형 관광이 돼야 하는데 케이블카는 오히려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을 더욱 가능케하기에 지역 활성화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연간 케이블카 이용객이 70만 명 이상 유지하는데도 설악동 상권은 오히려 날이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사업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은 없을까? 통영 케이블카의 사례를 보면, 통영관광개발공사, 즉 공기업이 운영하고 이 공기업이 흑자를 내서 통영시에 30억씩 이익을 배당했다. 하지만 이는 흑자일 때만 가능한 얘기다. 

최근 착공식을 거행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의 경우 총사업비가 1172억인데 그중 양양군이 948억을 내고 나머지는 강원도에서 낸다. 개발을 서두르느라 국비 사업에 필요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지 않고 지자체 혈세 100%로 추진하고 있는데 강원도는 연 매출 200억이 가능하고 1년에 200억씩, 3년이면 600억을 벌 수 있으니 지방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빨리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매우 큰 리스크가 있다. 바로 시설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 혹은 지역주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는 점이다. 만일 국민의 혈세로 건립했는데 기대와 달리 적자와 손실에 허덕인다면? 지역 경제의 부흥은 커녕 지방 재정 파탄으로 지역 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의 경우 년간 200억 수입이 매년 지속적으로 가능하다는 강원도의 주장을 고스란히 수용하더라도 시설비 회수에만 6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최근 구체화된 영남알프스 신불산 케이블카 계획처럼 백프로 민자 유치로만 진행하면?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자유치를 통해 건설하면 세금 리스크는 사라지겠지만 개발권과 운영권은 백프로 민간에 귀속됨으로 공공이익은 기대할 수 없다. 애초의 취지에 모순되는 것이다.

낙수효과 또한 매한가지다. 사람이 몰리면 지역상권이나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으나 체류형이 아닌 케이블카 관광의 특징상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설령 케이블카 이용객이 소비를 한다해도 상, 하부 정류장 부대시설을 이용할 뿐 지역의 상권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거나 미미할 게 뻔하다. 오히려 사업자가 관광객을 상대로 식음료와 기념품 등을 파는 매장을 오픈해 자신들이 형성한 상권을 자신들이 독점하거나 주변 상권을 흡수하고, 아니면 비싼 임대료를 받으며 임대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더 높다.

전국의 케이블카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곳(물론 수익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이 서울 남산과 설악산 권금성 두 곳이다. 모두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는 어떠할까? 우선 이 두 케이블카는 공공이익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남산 케이블카의 경우 사업 이익이 모두 사업자 개인에게 돌아가고, 54년간 독점하고 있으나 공공기여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한모씨가 42년째 독점 운영하고 있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또한 2011년 대비 매출액 73억 원, 운송수익 72억 원으로 매출액의 99%가 케이블카 운행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나 수익금 전액은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지역 경제 활성화나 공공기여와는 무관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케이블카가 있는 설악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침체와 불황의 늪에 빠져 문닫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낙수효과도 전혀 없는 셈이다. 이처럼 민간 소유의 사례는 케이블카의 이익이 지역과 아무 관련없이 개인사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한마디로 케이블카 건립을 통한 공유가치 창출이나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은 허구다. 통상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케이블카 건립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지만 이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위험한 발상인지 깨달아야 한다. 더구나 만일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에 허덕여 운영을 중지하거나 관리 소홀로 폐물이 돼버린다면 오히려 지역의 흉물로 남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울진 왕피천 케이블카를 비롯해 경영난에 허덕이다 이렇게 지역의 흉물로 전락한 업체가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결론적으로 정리해보면 산악이든 해상이든 관광 케이블카 사업은 아무리 살펴봐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오히려 지역 발전에 발목을 잡고 미래 비전에 역행하는 반지역적 막개발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지자체나 개발업자들은 케이블카를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홍보하며 지역주민들을 혹세무민하지만 케이블카는 결코 지역의 비전이 될 수 없다. 이는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천혜의 자연경관, 자연생태의 보고 국립공원 등)의 배를 갈라 소중한 보물인 거위도 잃고 황금알마저 얻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이나 다름없다.         

대대손손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기존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며 고스란히 다음세대에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만이 나도 살고 지역도 살고, 경제도 살고 환경도 사는, 뭇생명도 함께 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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