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나는 꽃길보다 넓은 풀밭을 걷고 싶습니다
[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나는 꽃길보다 넓은 풀밭을 걷고 싶습니다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3.12.04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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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왜들 다들 현장에 있지 않으면 실패자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인생은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고 이 땅에서 보람되고 성공한 삶인 것이다. (물론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세상 사람들은 눈에 당장 보이는 것이 성공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의 인생에서 야구를 전파한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에서의 지난 10년이 가장 행복했고 나의 삶에서 가치있고 보람된 순간이었다.

나의 인생에서 인도차이나반도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이만수는 솔직이 무의미한 삶이었는지 모른다.

물론 이것을 경험하지 않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왜 내가 이렇게 이야기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로지 높은 정점에 올라 세상으로부터 인정 받았을 때만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것들은 절대 영원하지 않고 영원할 수도 없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나역시 젊은 시절, 화려하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기 위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며 힘든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10년은 솔직히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이었다. 바람처럼 지나간 10년은 지금 생각하면 그 소중한 순간들이 하나하나 모여 지금 나를 있게 했다. 

역전 홈런을 치고 승리의 발판이 되면 모든 팬들은 하늘의 별도 따줄것처럼 하다가도 다음날 좋은 찬스에서 병살타나 치고 삼진 먹을 때는 어제의 영광은 오간데 없이 죽일놈이 되는 것이 프로스포츠다. 

나역시 젊은 시절에는 그것이 전부인양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보며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현장에서 나오니 그런 모든것들이 얼마나 허무하고 나를 최악의 구렁텅이로 몰고 갔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 줄 때만 기쁘고 세상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죽을 것 같은 심정들..... 왜 그런 인생을 젊은 시절에 살았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인생보다는 누가뭐라하든 내 자신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길을 걷고싶다.

나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었고, 정말 감사하게도 만나는 팬들이 늘 언제 복귀 하냐고 물어보곤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그리워하고 보고싶어 한다는걸 내가 왜 모르겠나.  

허나 막상 현장에 들어가면 곧바로 죽일 놈이 되고 원망하는 대상이 되는것이 이 바닥이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승엽 선수도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고 좋아하는 선수였지만 막상 두산 팀에 들어가 성적이 좋지 않으니깐 그를 선수시절 우상으로 생각했던 수많은 팬들이 한순간에 이승엽 선수를 성적으로 끝도 없이 비난하게 되는게 세상이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내 나이와 체력도 이제는 적지않다. 하루하루 나이들어가는게 느껴진다.

앞으로 내가 이 세상을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런 세상 사람들의 환호에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가? 이것이 나를 절대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프로에 들어가는 일은 오직 하나, 다른 사람보다 돈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행복한 일이 없다.

우승......
최부장은 우승이 몇일 갈 것이라 생각하니? 우승이 영원히 갈 것이라 생각하니? 길어도 일주일이다. 그 다음부터 또다시 내년을 생각하며 스트레스 받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글/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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