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어놓은 글 구슬, 김사랑 수필집 ‘아주 특별한 봄날’ 발간
꿰어놓은 글 구슬, 김사랑 수필집 ‘아주 특별한 봄날’ 발간
  • 신영규 기자
  • 승인 2023.12.3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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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올 한 올 꿰어놓은 글 구슬, 파란 하늘처럼 빛난다
인간 사랑과 자연사랑을 등화 가치로
사물을 의인화하는 의인화 수필, 알레고리 수필
<아주 특별한 봄날> 표지 

[잡포스트] 신영규 기자 =수필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김사랑 작가가 뜨개질하듯 한 올 한 올 얽고 짜서 만든 작품을 모아 수필집 《아주 특별한 봄날》(인간과문학사 15,000원)을 출간했다. 이 수필집은 올해로 등단 23년째인 김 작가가 일상을 풍부한 경험과 깨달음으로 되새겨 놓은 것들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등심붓꽃> 외 13편, 2부 <봉숭아 물> 외 14편, 3부 <푸른 하늘> 외 12편, 4부 <그곳에 가는 이유> 외 14편 등 57편이 담겨 있다.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김사랑 수필의 특성은 서사 수필에서만 탐색되는 것이 아니라, 창작 대상에 따라 서정 수필적인 특성도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그 대표적인 수필은 <등심붓꽃>”이라고 전했다.

‘등심붓꽃’은 꽃의 씨앗을 몇 개의 화분에 파종했지만, 열흘이 지나도 싹이 나지 않자 작가는 조바심을 낸다. 추위 영향이 미칠까 걱정되어 투명 비닐을 화분에 덧씌운다. 보온해서 봄처럼 해주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햇볕이 드는 곳을 찾아 화분을 옮겨주며 싹이 트기를 기다린 결과 셋방 같은 새우난 화분에서 싹이 올라오는 게 아닌가. 정말 새싹이 앙증맞게 흙을 밀치고 올라오는 것이 보이자 작가는 아주 연약한 것이 우주를 밀어 올리듯이 인식한다. 그리고 물을 다시 뿌려 주며 그 별처럼 피어나던 꽃을 그려 보곤 했다. 그리고 그 꽃이 성장하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는 내용이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누른다. 꽤 오래 신호가 가는데 받질 않는다. 전화기 저편에서는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 샘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나는 메시지를 입력했다.”

“기자님! 좋은 기회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저 광고 못 찍어요. 대신 근사한 곳에서 차 대접할게요. 광고 못 찍어도 기자님 덕분에 올핸 제게 아주 특별한 봄날이었어요!”

“바람이 벚꽃 잎을 눈가루처럼 뿌리고 지나간다. 내 마음의 아쉬움이 저 꽃잎이 되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메시지 전송을 마치고 나니 피곤이 몰려오는 게 꼭 먼 길을 걸어온 느낌이다. 밤이 깊었다. 시계를 보니 꽤 늦었다. 천천히 벤치에서 일어났다. 가로등 빛에 희미한 내 그림자도 함께 따라 일어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거실에서 남편이 혼자 서서 나를 맞으며 한마디 한다.”

“누가 납치해 가면 어쩌려고 늦게 다녀!”

-수필 <아주 특별한 봄날> 결말 부분

유한근 평론가는 <아주 특별한 봄날>에서 “광고는 못 찍어도 기자님 덕분에 올핸 제게 아주 특별한 봄이었다”가 그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인용문에서 김사랑 수필의 특성 중 하나인 수필의 미학을 엿보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밝힌다. 마지막 부분의 남편의 말, “누가 납치해 가면 어쩌려고 늦게 다녀!”에서 “남편의 사랑과 이 서사 수필이 미니 픽션의 구성 미학인 반전 미학을 차용했다는 점이 그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수필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봄날’이라는 자연의 순리와 봄이라는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작가의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친화 의식”이 담겼다고 평했다.

김사랑 작가 

 

이어 유한근 평론가는 “김사랑 수필의 또 다른 특성은 수필 <가물치의 일기>라는 수필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물을 의인화하고 있는 의인화 수필, 혹은 알레고리 수필”이라며 “이는 대상에 대한 본체 파악을 철저히 하려 하는 작가의 창작 태도 때문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사랑 작가는 “뜨개질하듯 한 올 한 올 얽고 짜서 만든 작품을 장롱 깊숙이 넣어뒀다. 잃어버리기도 하고 글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언젠간 글 구슬을 꿰어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이 변하길 여러 번, 출간에는 별 뜻이 없었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가는데, 그 세월에 묻혀 내 글을 시간에 맡겨 뒀다. 문우들보다 한참 뒤처져 가는 자신을 발견해 가면서 문득 출간하라고 채근하는 가족들과 문우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날개의 구슬을 꿰어 구슬이 굴러다닌 흔적 따라 마음껏 달리고 싶다. 들꽃이 흐드러진 곳에서 꿰어놓은 글 구슬 펼치는 나를 그려본다”라고 출간의 변을 밝혔다.

한편 김사랑 작가는 충북 진천 출생으로 2001년 월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한 중견 작가이다. 또한 《현대문학사조》 시 등단, 《인간과문학》 동시 등단 등, 시와 수필을 아우르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현재 수필과비평 서울 동부지부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도봉문인협회 감사, 현대문학사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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