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황성보 동창원농협 조합장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농협의 혁신"
[기고] 황성보 동창원농협 조합장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농협의 혁신"
  • 김홍일 기자
  • 승인 2024.01.18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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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트]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농협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향상, 농업 경쟁력 강화로 농업인 삶의 질 향상,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탄생하여,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 농업 지형의 초석으로 성장하였다. 사실 농협이 이러한 농업 발전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춰 합리적으로 적응하고 진화해 온 농협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사를 돌아보면, 20세기에 시작된 농업의 기계화 혁명은 농업 방식에 전례 없는 효율성과 규모를 가져왔고, 이는 노동력을 줄이는 대신 생산성을 높였으며, 증가하는 세계 인구의 식량해결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기계화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또 다른 혁명의 정점에 서 있다. 다시 말해, 농업의 디지털 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물리적 기계를 넘어서서 인공지능이 결합되는 시대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상징적인 예로,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트랙터와 콤바인에 드론, 센서, AI 등이 결합되어 농업 역사의 새로운 장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농업의 디지털화에는 정밀 농업,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이 수반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효율성 만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자원을 관리하고, 수확량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센서가 장착된 드론은 작물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자동화된 기계는 작물을 정확하게 심고 수확할 수 있으며, 스마트팜 시스템은 특정 식물 요구에 맞게 물 사용량을 조정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혁명의 이점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정밀 농업 기술을 통해 농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물, 비료, 살충제 등의 소모제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작물 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어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 연구개발을 통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현실과는 다른 먼 미래 이야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농협이 이러한 디지털 시대 변화의 선도에 서서 대한민국 농협의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행동을 보여줄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협의 바탕을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농협 계열사들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디지털 혁신을 준비하기 위한 몇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농협 계열사들의 디지털 전환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여 중앙회 차원의 디지털 전환 및 시너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일부 계열사들은 그 산업에 맞게 자체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제 농협중앙회 차원의 실질적인 인프라 활용 및 시너지 창출을 만들어야 할 때다. 항상 의문이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농협은 대한민국 영토에서 가장 넓고, 산업적으로도 다양한 계열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들이 그러한 인프라를 서로 활용 못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제 바꿔보자.

둘째, 농협의 강점인 전국적인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서 디지털을 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작정 디지털 전환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키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농협의 지역 거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디지털을 융합하는 하이브리드형 디지털 전환 정책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국 농·축협 점포의 디지털화 개선,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도입, 계열사 간 디지털 연결 인프라 강화 등 처럼 현재의 문제점을 디지털로 개선하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 방안이다.

셋째, 정밀 농협을 위한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역량을 통해 농업 자원 할당 및 작물 수확 예측 등을 개발하고 지원할 수 있으며, 농협금융의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정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고객 맞춤형 마이데이터 AI 서비스를 범농협 단위로 더욱 진화시켜 나갈수 있을 것이다.

넷째,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양성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농업 및 데이터 기반 AI 기술 관련 등의 전문가를 양성하여 농협의 계열사들이 향후 급속한 환경 변화에서도 잘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다섯째, 온라인 플랫폼을 발굴하고 양성시켜 농협 고객 및 조합원의 접근성을 더욱 향상시켜나가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농민과 고객이 직접 만나는 온라인 소통 거래를 통해 농업의 디지털 친화력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향후 정부가 준비하는 디지털화폐(CBDC) 사업과 연계한 안전한 결제 시스템 지원을 통해 농협이 갖고 있는 전국 단위 고객을 농협의 충성고객으로 확고히 지속시켜 나가야 한다.

황성보 경남 동창원농업협동조합장
황성보 경남 동창원농업협동조합장

여섯째, 투명성이 강점인 블록체인 기술을 농협의 공급망 개선과 조합원 투표에 적용하는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먼저,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더욱 투명하게 하기위해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여 농장에서 식탁까지 제품 이동 과정을 막힘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새로운 농산물 유통 방식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부정투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블록체인 기반 투표시스템을 조합원 투표에 적용하여 농협 선거의 국민적 우려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몇 가지 제안 외에도 디지털 기술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를 진단하고 혁신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농협의 디지털 혁신은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농업의 미래를 바꾸는 실체적 힘이라 할 수 있다. 농협은 전통과 혁신의 교차점에 서 있는 만큼, 광범위한 인프라와 역사적 의미를 활용하여 보다 연결되고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농협의 미래를 향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황성보 경남 동창원농업협동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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