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 김명기 기자 = 설과 추석이라고 하면 으레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함께 명절 음식을 먹거나 전통 놀이를 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우는 것이 바람직한 명절 풍경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하지만 명절에 모이는 가족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마냥 화목한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 사이에서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적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상속 등의 문제로 법적 갈등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부 및 장서 갈등 때문에 부부 사이에서 이혼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명절이면 발생하는 고부 및 장서 갈등, 이혼사유가 될까?
신혼 3년 차 A씨는 명절마다 시댁에 방문하는 것이 고역으로 느껴진다. 시어머니가 A씨에게 모든 부엌일을 떠넘기는 것은 물론이고 A씨가 한 일에 대해 하나하나 트집을 잡으며 괴롭히기 때문에다.
시어머니는 '음식이 너무 싱겁다', '아무 맛이 안 난다'라며 핀잔을 주는가 하면 '그릇에 기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면서 A씨에게 몇 번씩 설거지를 다시 시키기도 한다. A씨가 한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설거지를 하는 동안 다른 걸 먹자며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외출해 버린 적도 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는 동안, A씨는 부엌을 떠날 수 없다. 그동안 시어머니는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A씨의 흉을 본다. 가족들은 아무도 시어머니를 말리지 않고, 이러한 집단적 괴롭힘은 명절 기간 내내 지속된다.
이 경우 A씨는 시어머니와의 고부갈등을 사유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까? 법무법인 정음 천안사무소의 강윤석 대표변호사는 '충분히 이혼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강 변호사는 'A씨가 시어머니의 행동을 견디기 힘들어서 남편에게 협의이혼을 요구했고 남편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그대로 이혼이 이뤄딘다. 하지만 만약 남편이 이혼을 거부한다면 A씨는 시어머니의 괴롭힘과 관련된 입증자료를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혼소송은 민법 제840조에 규정된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을 때에만 청구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지속적 괴롭힘은 해당 조항의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및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고부 및 장서갈등 이혼 법적 전략은?
강 변호사는 '시어머니의 괴롭힘과 남편의 방관으로 인해 혼인을 유지하는 것이 A씨에게 상당한 고통을 발생시키고 있고, 이대로라면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를 것이 자명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함으로써 법원을 설득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A씨가 시어머니의 괴롭힘으로 인해 겪게 된 정신적 고통 등이 충분히 입증된다면 이혼 과정에서 남편 측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 강 변호사의 의견이다.
다만, 고부 및 장서 갈등을 사유로 한 이혼소송에서 위자료는 배우자의 방관 또는 동조 행위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갈등의 대상인 시어머니나 장인 등을 대상으로 직접 위자료를 청구하더라도, 유교적 가치관이 아직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정서를 고려했을 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면서 그동안 부부로서의 관계 회복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이혼이 어려워진다. 고부 및 장서 갈등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이혼사유로 제시된 만큼, 배우자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경우 재판부가 이혼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부 및 장서 갈등을 사유로 이혼소송을 진행하고자 할 때에는 ▲그간 이뤄진 부당한 대우를 입증할 자료를 먼저 확보하고, ▲배우자의 방관이나 동조 사실을 드러낼 수 있는 자료도 수집한 뒤 ▲고부 및 장서 갈등이 혼인관계까지 파탄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혼을 청구하는 한편 배우자를 상대로 알맞은 위자료를 청구하는 쪽으로 법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글 도움/법률자문: 법무법인 정음 천안사무소 강윤석 대표 변호사)
